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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작은 발견 - 아주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애정 어린 기록
공혜진 지음 / 인디고(글담) / 2016년 9월
평점 :
당신은 오늘 무엇을 발견했나요?
이 책은 이런 화두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자신이 다니는 길에서 무언가를 발견한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그 무엇일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용도를 다하거나 낡은 것들이다.
누군가 일부러 버린, 혹은 주인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잃어버린 것들...
대부분 눈에 띄기 힘든 위치에 있거나,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는 이상 찾기 힘든 것들이다.
저자의 관찰력이 무척이나 높은 경지에 있음을 알게된다.
1월부터 11월까지 발견한 보물(?)들을 예쁘게 배치하여 사진으로 찍고, 그것에 대한 소소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12월은 총결산의 분위기랄까..ㅎㅎ
이렇게 사진을 놓고 보니 무척이나 분위기가 있는 하나의 소품같다.
공룡이 풀잎을 먹고 있는 사진은 정말 작품이라 생각될 정도..
같은 물건, 같은 곤충이라고 어디에, 어떻게 놓여있느냐에 따라 완전 다른 이미지를 보인다.
이 책을 보면서 일을 제외하고 내가 무언가를 유심히 관찰하던 때가 언제였던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만큼 여유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나의 무관심일까..
보다 깊은 통찰을 위해서는 먼저 세밀한 관찰이 필요한데 난 그냥 관찰을 건너뛰고 통찰만을 원한 것은 아니였던가..
흔히 보고 지나치는 자그만한 소품을 통해서도 이렇듯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김춘수의 '꽃'이 생각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기 전과 후의 대상의 의미는 매우 다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일상'이 결코 평범한 일상이 아님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결국 모든 것은 '얼마나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의 유무인 듯 하다.
내가 보고 듣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너무나 편향적인 관심만 가진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을 보고 있어서일까..
오늘 점심을 먹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에 유심히 바닥을 보았다.
저 앞에서 뭔가 깜박깜박 빛이 나고 있다.
행여나 누군가 먼저 주울까싶어 얼른 달려가 보니 누군가의 자전거에서 떨어진 라이트이다.
주인을 보호해주기 위해 반짝반짝 거리는 그 라이트의 반짝임이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를 찾는 부름처럼 느껴졌다.
빛은 참 이뻤으나 왠지 우울해지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