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필사책 : 소로우가 되는 시간 - 필사로 만나는 치유와 사색의 시간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안진희 옮김 / 심플라이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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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지인의 추천으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을 보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손에 꼽는 책이라고 했지만 솔직히 나에게는 너무나 난해한 책이였다.
지식의 많고 적음을 떠나 그가 말하려고 하는 요지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분명 지인외에도 이 책에 감동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럽게도 나와 같은 독자 또한 그에 못지 않게 많은 듯 하여 위안(?)이 되었다.

그러던 차에 필사로 그의 책을 만날 수 있다는 이 책을 보고 무척이나 반가웠다.
비록 그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조금이나마 그가 말하고자 하는 생각을, 문장을 눈과 머리가 아닌 손과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월든에 나오는 좋은 문장을 한 페이지에 소개하고 그 다음 페이지에 여백을 두어 그대로 따라 쓸 수 있는 공간을 두었다.
단지 필사만 할 수 있는 단조로운 구성이 아니라, 각각의 페이지가 다른 구성으로 되어 있어 보다 문장에 보다 더 집중할 수 있다.

그동안 난 월든의 저자인 데이비드 소로우가 자연주의를 표방하고 자연에 묻혀 평생을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소로우는 단지 2년 2개월동안 자신이 자연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확인해보고자 고향 근처의 호숫가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가 말하는 내용들은 수십년간 자연 속에서 얻은 지식으로 보일 정도로 자연에 대한 묘사와 관찰력이 뛰어나다.
단지 자연과 함께 살아서 깨달은 것이 아니라, 자연을 통해 삶의 본질을 추구하려는 저자의 깊은 통찰을 엿볼 수 있다.
일견 동양의 도교의 주요 사상은 무위와 같은 듯 하면서도 좀 더 현실적으로 보이는 것이 다른 점인 듯 하다.

 

위 이미지에 있는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라는 문구를 필사한 후 한참동안 책상앞에 멍하니 있었다.

뭔가 복잡하면서도 어려운 숙제를 받은 느낌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바쁘다','일이 많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들을 보고 누가 열심히 일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관점에서 보면 그들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이다.
'열심히'의 기준이 틀린 것이다.
누구의 기준이 맞고, 누구의 기준이 틀린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준이 바뀜으로 해서 결과를 완전히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저자의 관점이 놀랍다.
한페이지, 한페이지 월든의 글을 옮겨가면서 손으로 느끼는 감동이 내 가슴속에도 한장씩 쌓여간다.
200여년 전에 씌였던 글이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 어떤 글보다도 많은 가르침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을 필사하니 책장 어딘가에 먼지를 뒤집어 씌고 있을 월든을 찾아 다시 한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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