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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오는 편지 - 최돈선의 저녁편지
최돈선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10월
평점 :
이 책은 '마음의 숲'에서 나온 시리즈 아닌 시리즈(?)이다.
페이스북으로 독자들과 소통을 한 작가 2명의 작품을 '이호준의 아침편지', '최돈선의 저녁편지'로 나누어서 출간했다.
이 책은 '최돈선의 저녁편지'편이다.
시인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자기 주변의 사물, 풍경, 인물들에 대한 애틋함을 잘 나타내고 있다.
나에게 있어 가을이라는 계절이 주는 기분은 크게 2가지다.
바닥에 뒹굴고 있는 낙엽을 보면서 느끼는 왠지 모를 쓸쓸함, 그리고 너른 들판의 곡식을 통해 얻는 풍요로움.
나에게 있어 이 책은 전자의 느낌을 많이 주는 책이였다.
일상생활에서의 소중함, 주변인에 대한 감사, 지금 이 세상에 없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그리고 또 그리움..
이런 느낌들이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기도 하였지만, 왠지 모를 애틋함과 쓸쓸한 기분도 느끼게 해주었다.
아직까지 나에게 시인이라는 직업(?)은 무척이나 신비스럽게 다가왔다.
그러나 이 책에서 보여주는 시인의 일상 또한 우리네 일상과 그리 크게 다를바 없음을 보여준다.
결국, 모두가 똑같은 인간임을...
다만 세상을, 사물을,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냐의 차이일뿐..
책에서 많이 소개되고 있는 강원도에 대한 묘사는 내 고향을 그리게 하는 묘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해 주고, 이제는 노년이 되어 바라보는 그의 프레임은 젊은이들이 가져야 할 희망이나 꿈보다는 과거에 좋았던 시절에 대한 회상,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고마움, 사랑이다.
그래서인가... 지금 내가 가진 것들,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행복과 사랑이 무척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에세이이기에 작가 자신의 일, 생각을 덤덤한 듯 표현한 것 같으나, 단어 하나하나에도 무척 고민했던 흔적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말인데도 생소하게 다가오는 단어도 있고, 어감이 무척 아름다웠던 단어들도 보인다.
이 책의 제목은 느리게 오는 편지라기 보다는 부치지 못한 편지란 제목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지나간 추억을 되새김질하고, 과거의 인연을 그리워하고...
느리게라도 다시 한번만이라도 도착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간절한 바람이 있는 제목일까..
점점 더 스산해지는 계절은 그런 그리움을 더욱 애틋하게 만들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가을이라는 계절과 참 잘 어울리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