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바라본 사계절

안녕, 나의 모든 순간들 - 서로 다른 두 남녀의 1년 같은 시간, 다른 기억
최갑수.장연정 지음 / 인디고(글담) / 2015년 9월

요즘 들어 부쩍-이전에 비해서- 가슴으로 읽는 책들에 관심이 가고, 많이-상대적으로- 보게 된다.

이 책도 나의 가슴이 원했던 책이다.

무엇보다 작가 소개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은 '여행이 일상이 된 남자' 최갑수와 '일상을 여행하는 여자' 장연정이 자신의 인생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사진과 함께 짤막한 글을 모은 책이다.

남자의 글은 주로 여행사진과 함께 여행의 순간, 혹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본 풍경을 보고 느낀 글들이고, 여자의 글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새로운 프레임과 감정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다르게 볼 수 있는지를 비교해 가며 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난 남자임에도 남자의 글보다는 여자의 글에 더 정감을 느꼈다.

아마 여성스러운 문체나 일상의 관점이 더 비슷해서 일 것이다.

남자의 글을 보며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기분도 들었고, 다시 돌아와서 일상에서의 소소한 기쁨을 보고 있으면 여기 이곳에 있음에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여자의 글을 보며 이젠 식상하지도 않는 주위의 풍경과 소소한 물건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이 이렇게 큰 울림으로 다가올 수도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그냥 주변의 흔한 들꽃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고, 매일 씻기 귀찮아하는 커피포트가 그 어떤 클래식 소품보다도 멋져보이기도 한다.

가을이다..

예전에는 가을이여서 왠지 쓸쓸해지고 따뜻함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감(?)이 생겼다면 이제는 이 가을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느껴진다.

그만큼 내성이 생긴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가을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인지 모르지만...

따뜻한 커피와 함께 이 책을 본다면 이 가을을 더욱 깊게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