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미쳤다! - LG전자 해외 법인을 10년간 이끈 외국인 CEO의 생생한 증언
에리크 쉬르데주 지음, 권지현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이 무척이나 도발적이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절대 그렇지 않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미쳤다.

이 책은 LG전자 프랑스 법인의 대표를 비롯해서 10년간 한국의 기업에서 일하며 경험한 일을 기록한 책이다.
일본의 기업에서도 일을 해 본 저자는 처음에 한국 기업으로 이직하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무척 만류했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LG에 입사하였다.

첫 날, 뭔가 벽에 부딪치는 소리가 법인장이 화가 나서 집어던진 사전이라는 사실을 알고 경악하고, 본사로부터의 임원 방문에 현재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모두 바꾸고...
해외의 이방인에게는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경험하였다.
이 책은 이런 놀라운(?) 일들의 에피소드들을 중심적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러한 일들의 뒷면에는 한국 특유의 근면함과 성실성 있고, 회사를 아끼는 마음이 있다는 것도 말해 주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 출간될 당시 무척이나 센세이셜하였다.
당연히 그럴 것이 그곳에서는 절대로 상상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샐러리맨들은 이것이 현실이고,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상이다.
바로 이것이 문제이다.

우리의 근면을 보여주는 것은 좋지만, 그에 대한 부작용을 이렇게 낱낱히 보여주는 책을 외국인들이 보면 어떻게 반응할까?
단순히 '미쳤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바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분명 한국은 일제 강점기와 전쟁이 있었음에도 짧은 시간동안 폭발적인 성장을 하였다.
그 성장의 동력 중의 하나가 이러한 국민의 근성이였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지금은' 부인하고 싶어도 부인할 수 없다.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바꾼 것처럼 확 바꾸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다.
하지만 10년 뒤에는 부인하고 싶다. 그럴 수 있을까?

책을 한장한장 넘기면서 픽~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 웃음의 뒤에는 지금 현실에 대한 아쉬움도 담겨 있었다.

우리의 장점인 근면, 성실함과 효율과 성과는 남기고 그 밖에 안 좋은 것들은 모두 던져버리자.
작은 기업일때는 잘 되다가 어느 정도 사세가 커지면 대기업의 안 좋은 점들을 따라가 버리는 기업들을 봤다.
지금 우리가 모방해야 할 기업들은 한국의 대기업이 아니라, 외국의 기업들이다.
그들은 우리 못지 않게 성과를 높이면서 우리보다 더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자가 LG에 다녔다는 것이다.
저자가 근무할 당시의 LG의 분위기는 그나마 '인화'중심이였기에 타 기업들보다는 강도가 덜한 것으로 기억한다.
만약 다른 기업이였다면????
제목에 '미쳤다' 대신에 다른 말이 들어갔을 것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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