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와 함께 하는 시간

그 깊은 떨림 -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세계 명시 100
강주헌 엮음, 최용대 그림 / 나무생각 / 2015년 6월

오랫만에 보는 시집이다.

한때는 시 몇 구절을 읊고, 낭송회에도 가끔은 참가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시집이 아닌 책만 들고 있다.

변하는 것이 당연하기야 하겠지만, 시를 통해 얻던 자유로운 상상을 잃어버린 것이 아쉽기는 하다.

그러던 차에 너무나 멋진 시집을 만났다.

멋진 제본에 묵직한 무게가 이 책에 있는 시들의 무게감을 보여주는 것 같다.

사랑, 우정과 가족, 용기와 꿈, 삶, 희망과 기쁨으로 나누어서 모두 100편의 작품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한때 문학소년이라 자칭하던 내가 부끄럽게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대부분의 시를 처음 접해본다.

물론,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겠지만..

몇몇 작가의 이름은 낮익었지만, 작품은 낯설었다.

어쩌면 그 낯설음이 있었기에 한편한편이 무척 마음 설레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멋진 시를 보고 있으면 영어도 잘 못하면서 괜히 원문으로 보고 싶은 욕심이 든다.

번역을 잘 해 놓았겠지만, 시란 문학의 특성상 무엇을 배우기 위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무언가를 느끼고 싶기에 언어 특유의 운율과 같은 필을 느끼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같은 언어권에서 나온 시들은 확실히 그 떨림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경험이 있어서인가..

나에게는 여름이면 떠오르는 시가 있다.

바로 윤동주의 '별 헤는 밤'

한때는 모두 외우고 중얼거리고 다닐 정도였는데 이제는 몇 구절밖에 생각이 나지 않음에도 나의 여름을 대표하는 시임에는 분명하다.

이 책에서도 별 헤는 밤처럼 나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시를 찾고자 하였는데, 그런 멋진 감동은 더위에 묻혀버린 듯 하다.

그래도 나에게 다른 떨림을 준 구절 몇 개를 옮겨본다.

강하고 빠르다고 

삶의 전투에서 항상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국 승리하는 자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큰길이 될 수 없다면 오솔길이 되어라.

태양이 될 수 없다면 별이 되어라.

네가 이기고 지는 것은 크기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무엇이 되든 최고가 되어라!

하루하루가 선택을 위한 새로운 기회입니다.

오늘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마지막으로...

시간이란...

기쁨에 들뜬 사람들에게는 너무 짧다.

내가 이 책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정말 짧은 시간이였다.

그만큼 좋은 시간이였다는 의미일 것이다.

심장이 쿵쿵거릴 정도의 흥분은 없었지만, 잔향이 길게 가는 떨림은 있었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예전의 그 기분을 느끼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이 책에 나오는 명시들은 서정적이지는 않다.

인생의 깊은 맛을 아는 사람들끼리만 통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것들이다.

자기계발 류의 책들이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알려주고 가르쳐주는 책들이라면, 이 책과 같은 시집은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독자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이제 곧 휴가철이다.

마음의 고단함을 일터에 놓고, 가고 싶은 곳에서 이 책과 함께 나의 사랑을, 일을, 인생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을 어떨까?

별이 총총한 여름 밤, 멋진 등불과 진한 커피 한 잔, 그리고 이 책과 함께라면 돌아오는 길에 마음의 풍요로움은 한껏 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