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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일기장
현진 지음 / 담앤북스 / 2015년 5월
평점 :
이 책은 '삭발하는 날'의 작가, 현진 스님의 에세이다.
종교계에 몸을 담고 있어서인지 글 전체의 분위기가 고요하다.
고요함은 에세이의 전체적인 특징이기도 하지만, 이 책은 더한 듯 하다.
마치, 산사의 불당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쐬는 듯한 기분이다.
가끔 처마 밑의 풍경소리만이 그 고요함을 깨주고 있다.
그동안 스님이 쓴 글-책이나 일기 등- 중에서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글들을 모아 출간하였다.
책 제목은 무척이나 비밀스럽지만, 내용은 결코 비밀스럽지 않다.
아니지... 누구나 조금만 생각하고, 조금만 달리 바라보면 알 수 있는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았기에 비밀이 될 수 있는건가?
이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각 문단의 분량이나 문체를 보면 담백하다, 깔끔하다라는 느낌은 확실히 받는다.
내용 또한 불교를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으면서도-거의 느끼지 못하는 글들이 태반이다- (당연해야하겠지만)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가볍다'라고 치부할 수는 없을 듯 하다.
읽을 때는 가볍게 읽었지만, 읽고 나서는 돌덩어리 하나가 머리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다.
답답함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듯 하다.
무척이나 단조로워(?) 보이는 스님은 일상속에서도 이렇게 많은 것을 생각하는데, 그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은 것을 접하고 있는 나는 오히려 생각을 덜 하고 살고 있는 듯 하다. (차마, 생각을 안하고 산다고는 못하겠다..ㅠㅠ)
나의 삶에 대한 방조죄는 아닐까 싶다.
바쁘게 살고 있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바쁨에 나의 생각이 빠져있다면 분명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불쑥 산사에 가서 이 고요함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마음이 무겁고, 힘들다 생각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도 충분히 행복에 둘러쌓여 있음을 알게 되고, 내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격한 용기를 주는 책은 아니지만, 조금 우울하고 힘들 때 조용히 곁에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가 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