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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어울려 사는 옛집 이야기 ㅣ 어린이를 위한 인성동화 1
이상권 지음, 이유나 그림 / 다산주니어 / 2015년 4월
평점 :
요즘 아이들에게 집이란 어떤 모습, 어떤 의미일까?
집은 단순히 건축물로써의 의미가 아니라, 거주공간으로의 의미가 크다.
나같은 경우에는 고향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것이 고향의 풍경보다도 고향의 집이다.
비록 지금은 그리 멋스럽지 않지만, 넉넉하고도 언제나 포근하게 반겨주는 집이 바로 나의 고향이다.
지금 나의 아이들에게 아빠의 고향은 바다도 있고, 산도 있는 차를 타고 멀리가는 곳이다.
아이들은 아파트와 단독에 둘러쌓인 바로 이 곳 서울이 고향이고..
이런 아이들에게 아빠의 어린 시절을 알려주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이 그 중간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을 듯 보였다.
외양간이 단순히 동물을 키우는 곳이 아니고, 대청마루는 조선 시대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며, 화장실이 건물 안으로 들어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며, 뒷동산은 지금의 놀이터보다 훨씬 더 멋진 곳이였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무척 오래전 이야기처럼 들리나 보다.
예전에 늘 현대적인 무언가-그것이 플라스틱 장난감이든, 하다 못해 스마트 폰이든-를 가지고 놀던 아이들과 내가 놀던 뒷동산에 오른 적이 있다.
나는 그냥 추억에 잠겨 햇살을 만끽하며 내가 놀던 흔적들을 찾아 다녔지만, 아이들은 몇 분동안 풀밭을 뛰어놀더니 금방 싫증을 내었다.
분명 같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의 나와 아이들이 대하는 뒷동산은 많은 차이가 있는 듯 하였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뒷간이라 불리웠던 화장실은 나의 고향집에도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어릴 적 밤에 가기가 무서워했던 그 뒷간은 아이들에게는 낮에도 접근하기 어려운 건물이고, 지금은 온전히 나만의 사색(?)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의 인성이 얼마나 더 좋아졌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러나, 아빠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였으며, 아이들보다 오히려 내가 추억에 잠기는 귀한 시간이였던 것 같다.
굳이 옛집이 아니라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살더라도 현 시대에 맞는 추억이 아이들에게는 생길 것이다.
고맙게도 지금은 3대가 함께 한 집에 살고 있고, 크지는 않지만 마당도 있다.
베란다에서 삐약거리는 병아리도 있고-조금 더 크면 고향으로 보내야겠지만, ^^;;-, 고추와 상추가 자라는 텃밭도 있다.
여럿이 함께 살고, 그마나 최소한의 자연을 접하기에 아이들의 어린 시절은 그리 삭막한 것으로만 기억되지 않으리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