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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삼각형 - 최신 원전 완역본 ㅣ 아르센 뤼팽 전집 8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평점 :
전쟁으로 부상당한 파트리스 대위는 자신을 치료해준 코랄리 엄마라고 부르는 여자를 사랑한다.
그런데 그 고백장면이 무척 멋지다.
평상시라면 이런 장애가 있는 사람의 사랑고백이 부끄러웠겠지만 지금은 당당하다.
세상은 나와 같은 사람을 평범한 사람처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래전에 씌여진 책이긴 하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대한 비차별을 말하는 멋진 멘트이다.
이런 대사를 뤼팽책에서 보다니..ㅎㅎ
그런데, 자꾸 읽으면 읽을수록 불안해진다.
아마, 전작인 '포탄 파편'에서 뤼팽의 부재가 자꾸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이번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파트리스 대위를 뤼팽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힘들다.
몸에 난 칼자국은 그렇다 치더라도 한쪽 다리를 잃었다는 것은 아무리 분장에 능한 뤼팽이라도 조금 오버인듯 싶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치료해준 코랄리를 사랑하는 파트리스.
하지만, 그 둘에게는 숨겨져 있는 많은 비밀이 있다.
이미 결혼한 코랄리의 남편이 죽으면서까지 숨기고 싶었던 사진첩에는 지금까지 알지도, 아니 만난 적도 없는 코랄리와 파트리스의 사진이 연도별로 나란히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각각 가지고 있는 반쪽자리 자수정은 무엇을 의미할까?
계속되는 살인에 사랑하는 코랄리를 지키고 싶은 파트리스는 늘 그러듯이 자신의 충실한 심복인 야봉에게 중얼거리듯이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얘기하고 지나가는 말투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자, 늘 말이 없던 야봉이 글을 쓴다.
'아르센 뤼팽'
우와~~ 이렇게 반가울 수가..
드디어 등장하는 것인가?
하지만, 슬프게도 아직이다. 역시 전편의 트라우마를 벗어날 수 없었다.
후반부에 구세주처럼 나타나지만, 이번 편의 뤼팽은 내가 알고 있던 뤼팽의 이미지는 아니였던 것 같다.
재기가 번뜩이고, 위트가 넘치는 미워할 수 없는 악당의 이미지였는데, 이번 편에서는 그냥 똑똑한 악당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감히 내가 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점점 더 책을 읽기가 두려워진다.
전지전능한 뤼팽이 아닌 때로는 잡힐 수도 있지만, 그 위기를 잘 넘기는 소프트한 뤼팽을 다시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