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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씻어 낸 가슴에는 새로운 꽃이 피어나리 -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폴리카르포 신부님 묵상, 무심의 다스림
김종필 지음, 김혜남 그림 / 포르체 / 2022년 11월
평점 :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면 에세이에 눈길이 갑니다.
일상을 구도의 장으로 삼고 있는 신부님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같은 풍경, 같은 사물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것을 대하는 마음은 다른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주제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무심의 다스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심.
참으로 어려움 말입니다.
감정의 동물이라 할 수 있는 우리에게 무심이란 단어가 가당키나 한 것일까요?
온전한 무심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면 성현이겠지요.
한 순간이라도 조금 더 무심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갈바람에 뒹굴던 단풍은
가을비에 가부좌 틀고 앉아
달려온 한 해를 되돌아보는 듯합니다.
엊저녁 산책길에서 바라본 단풍이 생각납니다.
아직 나뭇가지에 매달려있는 단풍을 보며 ‘참 예쁘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문득 발 밑에 있는 단풍을 보니 안스럽더군요.
같은 단풍일지라도 이리 달리 보이는 것을...
가벼운 마음으로 나간 산책길에서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 세상의 일로써 아무런 뜻도 없이 그냥 겪고 지나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 당장에는 확연하게 알아차리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필시 현상을 넘어서 진상으로 나아가는 문을 통과할 때 그 귀한 뜻이 드러나리라고 봅니다.
나이가 들면서 위 글에 많이 공감가는 일이 생기더군요.
아무런 의미도 없고,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억지로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일의 크게 다가오곤 했습니다.
‘그때 내가 하지 않았더라면..’이란 안도와 감사의 마음이 들더군요.
모든 일이 그렇지 않겠지만, 의외로 꽤 많은 일들이 쓸모가 있습니다.
아직은 무엇이 얼마나 귀한 뜻인줄 알지 못할 뿐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놓으시오, 탁 놓으시오. 생기 넘치는 삶을 위하여"라고 잘도 이야기하면서, 정작 그렇게 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신을 직면하는 것이 천 길 만 길 벼랑으로 떨어지는 두려움의 고통보다도 더 슬펐습니다.
놓음. 버림. 비움.
지금까지 우리가 배운 것과는 반대되는 것입니다.
더 많은 것을 잡고, 모으고, 채우라고 배웠습니다.
발전을 위해서는 이것이 맞습니다.
그런데...무엇의 발전을 위한 것일까요? 그 발전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결국 개인의 안위와 평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족함을 아는 자는 항상 만족합니다.
사람은 남에게 요구함이 없으면 스스로 높은 품위에 이릅니다.
만족할 수 있는 삶.
이 삶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나의 만족은 남에게 요구하는 것과 반비례하는 것일까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