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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데니스 뇌르마르크.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이수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평점 :
책 제목을 보고 잠깐 생각을 했다.
노동에도 가짜가 있을까?
노동 자체에는 가짜가 없다.
하지만 그 노동의 가치를 고려한다면 가짜가...많다. 너무 많다.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아니 늘 생각해야 할 주제를 다루고 있다.
늘 ‘바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정말 그러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바쁘게 하는 일이 모두 쓸모있고 가치있는 일인가?
저자들은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결코 그렇지 않다'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 문명의 위대한 진보, 위대한 예술 작품과 기념비적 과학 발견은 노동자들이 아닌, 여가라는 사치를 즐기는 계급에서 비롯됐다.
고대로부터 문명과 교양 있는 개인을 만들어 낸 것은 노동으로부터의 자유였다.
인류의 발전은 노동의 강도와 반비례했다고 말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다.
농사짓고, 밥하고, 만들기에 바쁜 사람들에게 생각을 할 여유가 있었을까?
노동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람들만이 ‘생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현대에도 마찬가지이다.
쌓인 일을 치우기에 바쁜 이들에게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할 시간이 있을까?
인류가 새로운 수준의 편리, 쾌락, 번영, 행복에 도달할 때마다 사회는 우리에게 조금 더 많은 노동을 요구했다.
우리는 계속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서 수십 년 동안 혹은 수 세기 동안 그 모든 여분의 자유 시간을 미뤄야 했다.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분명 더 편한, 빠른, 좋은 도구와 방법들이 만들어 지고 있지만, 절대적인 노동 시간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늘어나는 듯 하다.
밥솥, 세탁기, 청소기 등 집안 일을 도와주는 많은 도구들이 있지만 가사일을 하는 주부들의 시간은 그리 많이 줄어들지 않았다.
새로운 노동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텅 빈 노동의 네 가지 유형으로 빈둥거리기, 시간 늘리기, 일 늘리기, 일 꾸며내기를 말하고 있다.
이 4가지 중 한가지라도 안 해본 사람이 있다면 매우 만족할만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우리는 때때로-혹은 자주- 텅 빈 노동을 하고 있다.
바로 아래의 이유에서이다.
모두가 언제나 끊임없이 뭔가 하고 있어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린다.
그리고 그건 그 주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다가 진짜 가치를 낳는 일이 밀려들기 시작하면 아무도 그런 보고서와 분석을 다시 쳐다보지 않는다.
그냥 집에 가지 않는 사람을 위한 일시적인 관심 돌리기라는 본연의 목적으로 돌아가 조용한 죽음을 맞는다.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혼자라면 모를까, 조직에 속해 있다면 이는 일종의 압박과 같이 느껴진다.
자신의 일을 모두 처리했음에도 무언가를 ‘하는 척' 해야 한다.
성과와 노동시간이 비례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그래야만 한다.
저자들은 이를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이 모든 것들에 공통된 한 가지는 ‘좋은 의도'다.
악의적이거나 무의미한 노동을 낳으려 능동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합리성과 다른 수많은 합리성이 세상에서 가짜 노동을 제거하기보다 더 많이 발생시킨다는 의심을 우리는 품고 있다.
가짜 노동을 만들어 내는 이유는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힘들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가끔 그런 경우도 있다.)
일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의미없는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가짜 노동을 하느라 정작 꼭 필요한 일을 하지 못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가짜 노동에서 벗어나기 위한 명쾌하고 신랄한(?) 조언은 귀담아 들을만 하다.
가짜 노동의 확장에 맞서기 위한 우리의 첫 번째 조언은 바쁘다는 말을 그만두고 집에 가는, 꽤 간단한 것이다.
의미없는 가짜 노동을 만들고 하느라 직장에 있지 말고 그냥 집에 가는 것이 오히려 더 좋다.
조직에 있는 사람들은 하고 싶어도 못할 수 있다.
권한있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조직의 성장은 노동 시간이 아닌 성과에 달려있다.
근태가 아닌 성과 위주의 평가와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
책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가짜 노동을 하고 있는지 깜짝 놀랐다.
무엇보다 단지 ‘하는 것'만 아니라 ‘만들기’도 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나부터 가짜 노동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