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다는 착각 : 당연한 것을 의심하고 낯선 진실을 발견하는 인류학자의 사고법

알고 있다는 착각
질리언 테트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8월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일까?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진실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진실에 접근하는 인류학자의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인류학이라고 하면 인류의 역사와 문화, 사회에 대한 것을 공부하는...조금은 따분한(?) 학문이라 생각할 것이다.

속된 말로 돈이 되는 공부도 아니고...

하지만 우리가 곧 인류다.

인류학은 과거만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통해 현재를 증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다.

특히,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제안하는 진실을 탐구하는 과정은 무척 흥미롭다.

인류학적 시야의 한 가지 교훈으로, 가끔은 세상을 어린아이처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우리 시대 수많은 지식의 도구는 문제를 해결할 때 미리 방향을 정하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고 경계를 명확히 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인류학은 다른 방향을 택한다.
인류학도 먼저 관찰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중요하거나 정상적인 것이 무엇인지, 혹은 주제를 어떻게 분류할지를 사전에 철저히 판단하지 않고, 일단 어린아이의 호기심으로 열심히 듣고 배우려 한다.

기존의 관점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정해져있는 프레임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판단하기 전에 먼저 관찰해야 한다.

미리 결정해 놓고 보면 그와 관련된 것만 보인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을 알 것이다.

농구공을 몇 번이나 패스하는지 세어야 하는 실험에서 덩치 큰 고릴라 복장을 한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누구도 보지 못했다.

온통 농구공에 관심을 쏟았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가져야 한다.

“우리는 기술적으로 무엇을 설계할 수 있는지만 생각하던 엔지니어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무엇을 설계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세상으로 넘어가고 있다"

인텔의 최고과학책임자 라마 나흐만의 말이다.

과학 기술은 ‘어떻게'에 대한 관심에 대한 해결을 기반으로 발전했다.

‘왜'에 대한 깊은 고찰이 없이 ‘어떻게'에 대한 방법만을 고민하였다.

‘최신, 최고의 기술’이란 타이틀만으로 비즈니스 시장에서 주목을 받곤 했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기에 사장되는 기술들도 많았다.

이제라도 ‘어떻게'보다는 ‘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우리가 사는 방식을 ‘정상'으로 여기고 다른 방식은 모두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인류학자들은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은 다양하고 모든 방식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상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
세상을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고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돌아보면 위험과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고, 다양함을 이해한다는 것.

이것이 인류학자들의 장점이고, 우리가 갖추어야 할 것이다.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살아온 사회적, 문화적 방식이 다른데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것을 ‘다름'이 아니라 ‘틀림'으로 받아들이면 안된다는 것이다.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과 여유가 다양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빅데이터와 거시적 차원의 통계는 미시적 차원의 문화적 관찰과 결합되어야 더 효과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한마디로 컴퓨터와 의학과 사회과학이 융합할 때 최선의 효과가 나타난다.

4차산업혁명의 기치 아래 다양한 기술들이 소개되고 있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모든 것들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것은 바로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회과학'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된다.

모든 기술은 사람을 향하고 있고, 그래야 한다.

이 책은 인류학이 단지 인류의 발전만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경영, 경제, 기술,사회적으로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인류학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 테크 기업들이 많은 인문학자들을 고용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것도 결국 인간이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 인류학을 통해 진실에 한발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을 배우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