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카의 말 - 주체적이고 행복한 삶을 위한 철학 에세이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 메이트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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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
대표젹인 스토어 학파의 철학자로 로마 황제 네로의 스승이다.
스토어 학파는 이성과 금욕을 중요시했다.
이 책은 세네카의 저서 중 일부분을 모아 묶은 책이다.



책은 크게 3부로 나누어져 있다.
인생, 행복, 그리고 화.
각각에 대해 세네카의 저서에 담긴 글을 인용하여 보여주고 있다.


오래 살았다고 제대로 산 것이 아니다.
어쩌면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얼마나 많은 경험과 지혜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경험을 했을 확률이 높기에 존중할 뿐이다.
존중받을 자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른 일 때문에 분주한 사람들은 모두 가련한 존재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련한 자들은 자기 일이 아니라 남의 수면 시간에 맞추어 잠을 자고, 
다른 사람의 걸음걸이에 맞추어 걷고, 
가장 자유로워야 할 사랑과 증오에서도 남의 말에 따라야 하는 자들이다.

마지막 문구가 너무 인상적이다.
어렸을 때는 부모의 말을 따르고, 선생님의 말을 따르고, 어른이 되서는 상사의 말을 따르고, 배우자의 말을 따른다.
누군가의 말을 따른다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것'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반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안하는'이 아니라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누구의 인생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임을 잊지 말자.
선택도, 그에 따른 결과도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멈춤.
인생에서 멈춤은 대부분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발생한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욕심을 부리지 않고, 한계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갖게 되길 바란다.

모두가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정작 무엇이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저 빛을 찾아 더듬거리며 나아갈 뿐이다.
행복한 삶을 성취하기 힘든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는 먼저 원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 다음에는 목표를 향해 최대한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누구나 행복을 원한다.
그러나 누구나 행복하진 않다.
자신의 행복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의 현실을 회피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라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그럴까?
아닐 것이다.
회피로 인해 얻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쾌락이다.
행복은 목표도 될 수 있지만,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 있다.

부가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서는 안 된다.

만약 현인들이 부를 잃는다면 그 자체가 사라지는 것에 불과하지만, 
당신이 부를 잃는다면 말문을 잃고 어딘가 버림받은 기분에 사로잡힐 것이다.
다시 말해 현인들은 부를 소유한 주인이지만, 당신은 부의 노예인 것이다.

부를 추구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서는 안된다.
내가 있기에 부가 필요한 것이지, 부를 만들기 위해 내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
난 돈의 노예인가, 주인인가?
주인이라 선뜻 답하기 어렵다.
이것이 더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 책이 특이한 것은 ‘화'에 대해 상당부분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스토어 학파는 이성을 중시하였기에 감정에 대한 대응에 소홀히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감정 중에서도 가장 무익한 ‘화'에 대해서는 별도의 책으로 출간할 정도로 관심을 많이 가졌다.

화만큼 격정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감정도 없다.

화는 시작과 동시에 최고조로 올라가서 끝까지 거침없이 나아간다.
화는 정해진 목표만을 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해진 목표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방해물들을 모조리 공격한다.
화가 점점 더 커지고 강해질수록, 번개나 허리케인처럼 스스로 멈출 수 없으며 무작정 목표를 향해서 돌진한다.

너무 힘껏 주먹을 날리는 바람에 자기 손까지 상대방의 상처에 박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을 바라는가?
화는 바로 그런 무기다.
일단 화를 내고 나면 절대 돌이킬 수 없다.

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화를 참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그렇다고 바로 화를 표출하는 것도 좋지 않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아예 화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는 착각에서 화는 시작된다.

분노는 ‘나는 죄가 없다. 나는 아무 잘못도 없다'라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그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믿고 싶은 것뿐이다.
그래서 처벌을 받거나 질책을 받았을 때는 곧바로 반감부터 품는다.
본래 저지른 잘못에 고집과 오만함까지 더해지게 되는 것이다.

화가 나는 이유는 나의 믿음이 깨졌을 때이다.
나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화가 난다면 내 믿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
내가 틀린 것은 아닌지,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지...
화가 난다는 것은 조금씩 더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될 수도 있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기 위해 화를 늦추어라.

화를 치유하는 최고의 방법은 잠시 늦추는 것이다.
악행을 용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기 위해서 화를 늦추어라.

그렇다면 화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참을 인자 세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라고 했다.
화는 순간적인 충동으로 인해 과감한 언행을 저지르게 한다.
대부분의 그런 언행들은 차분히 생각하고 해도 결코 늦지 않다.
화가 난다면 일단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잠시 눈과 귀를 막고 크게 심호흡을 하라.

서로 화를 내며 싸움을 시작했더라도 먼저 물러서는 자가 승리하게 된다.
그럴 때는 이기는 것이 결국 지는 것이다.

한때 큰 소리가 이기는 세상이 있었다.
지금은 전혀 다르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예전보다는 나아졌다.
싸움에서 먼저 물러선다는 것이 패배를 의미하지 않는다.
때로는 물러섬이 이기는 것이다.
물러설 때와 나아갈 때를 제대로 알 수 있다면 한층 더 성숙한 인간이 될 것이다.

“어쩌자고 우리는 짧은 인생을 남들에게 화를 퍼부으며 낭비하고 있는가?
고결한 즐거움을 누리기도 짧은 시간이 아닌가.
타인을 괴롭히고 슬프게 만드는 것에 시간을 써야 옳은가?”

화를 내지 말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남을 괴롭히고 슬프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나 또한 그리 유쾌하지 않다.
즐겁고 행복하기에도 바쁜 인생에서 굳이 모두에게 나쁜 것을 해야 할 일은 없지 않을까?

그동안 명언집이나 단편을 통해 세네카에 대한 짧은 글들은 봤다.
세네카의 글로만 이뤄진 책은 처음이다.
이 책을 보면서 세네카의 저서들을 직접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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