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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장자 - 복잡한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시간 ㅣ 오십에 읽는 동양 고전
김범준 지음 / 유노북스 / 2022년 4월
평점 :
오랫만에 보는 장자입니다.
어렸을 때 본 장자는 왠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변화를 따라가기에도 벅찬데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니...
치기어린 반항심도 있었고, 장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510/pimg_7076331503408076.jpg)
장자에 대한 약간의 부정적 시선이 있었음에도 이 책을 보게 된 이유는 바로 '오십'이라는 단어때문이였습니다.
흔히 반백년이라고 하죠.
누군가는 자신의 성취를 이뤘을 나이이고, 누군가는 지금까지 뭐하고 살았나 싶기도 할 나이일 것입니다.
오십에 보는 장자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습니다.
이름 없이 사는 것, 그걸 왜 몰랐던지 후회가 됩니다.
나로부터 시작해서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이 인생입니다.
내가 입 밖으로 던진 말 한마디에 가깝던 사람들과 멀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좀 더 말을 조심했을 텐데요.
나이가 들수록 말 한 마디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말수가 줄어드는 것 같네요.
나의 말이, 행동이 곧 나를 나타냅니다.
특히 '이름 없이 사는 것'이란 대목에서 많이 공감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 명함을 사용합니다.
사람들은 명함에 찍힌 내 이름보다는 그 뒤에 있는 직함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더군요.
명함이 사라지는 순간 내 이름만 남는데 그것을 기억해 주는 분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음에 놀랐습니다.
그래서인지 온전한 내 이름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너무 소중합니다.
다시 직함이 생기니 다시 사람들이 내 이름에도 관심을 가지네요.
이제는 직함이 아닌 내 이름을 기억해 주는 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네요.
원할 때 원하는 것을 바로 얻을 수 있다면 좋겠지요.
하지만 만족을 잠시 뒤로 미루고 기다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다림은 삶의 중요한 자세이자 우리가 갖춰야 할 미덕이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는 몰랐습니다.
기다림이 이토록 멋진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빨리 생각하고, 빨리 행동하고, 빨리 결정짓고...
결과를 얻기 위해 무엇이든 '빨리'하는 것이 옳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아닌 것도 있더군요.
깊고 진한 맛을 느끼려면 오래 묵혀야 합니다.
그 맛은 빨리 만든 인스턴트의 맛과는 비교할 수 없죠.
인스턴트도 좋겠지만, 가끔은 깊고 진한 맛을 즐길 수 있기를...
삶은 내게 무엇이 일어났느냐가 아니라 일어난 일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사람 그리고 사물과 관계를 맺는 모습이 결국 나의 삶이 됩니다.
나의 응답 속에 나의 성장과 행복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 또한 나이가 들면서 깨닫게 된 내용입니다.
어렸을 때는 무엇이 '발생'했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생각합니다.
나로 인해 발생한 것도 있지만, 나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일어난 일도 많습니다.
그것들을 부정하고, 회피하기 보다는 어떻게 잘 해결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행복은 '사건의 발생'이 아닌 '사건의 해결'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책의 내용이 제목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적당한 인생의 파고를 거친 분들은 많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중년의 행복은 청년의 행복과 다름을, 중년이 가져야 할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귀한 시간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