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읽는 장자 - 복잡한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시간 오십에 읽는 동양 고전
김범준 지음 / 유노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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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보는 장자입니다.
어렸을 때 본 장자는 왠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변화를 따라가기에도 벅찬데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니...
치기어린 반항심도 있었고, 장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장자에 대한 약간의 부정적 시선이 있었음에도 이 책을 보게 된 이유는 바로 '오십'이라는 단어때문이였습니다.
흔히 반백년이라고 하죠.
누군가는 자신의 성취를 이뤘을 나이이고, 누군가는 지금까지 뭐하고 살았나 싶기도 할 나이일 것입니다.
오십에 보는 장자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습니다.

이름 없이 사는 것, 그걸 왜 몰랐던지 후회가 됩니다.
나로부터 시작해서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이 인생입니다.
내가 입 밖으로 던진 말 한마디에 가깝던 사람들과 멀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좀 더 말을 조심했을 텐데요.

나이가 들수록 말 한 마디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말수가 줄어드는 것 같네요.
나의 말이, 행동이 곧 나를 나타냅니다.
특히 '이름 없이 사는 것'이란 대목에서 많이 공감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 명함을 사용합니다.
사람들은 명함에 찍힌 내 이름보다는 그 뒤에 있는 직함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더군요.
명함이 사라지는 순간 내 이름만 남는데 그것을 기억해 주는 분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음에 놀랐습니다.
그래서인지 온전한 내 이름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너무 소중합니다.
다시 직함이 생기니 다시 사람들이 내 이름에도 관심을 가지네요.
이제는 직함이 아닌 내 이름을 기억해 주는 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네요.

원할 때 원하는 것을 바로 얻을 수 있다면 좋겠지요.
하지만 만족을 잠시 뒤로 미루고 기다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다림은 삶의 중요한 자세이자 우리가 갖춰야 할 미덕이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는 몰랐습니다.
기다림이 이토록 멋진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빨리 생각하고, 빨리 행동하고, 빨리 결정짓고...
결과를 얻기 위해 무엇이든 '빨리'하는 것이 옳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아닌 것도 있더군요.
깊고 진한 맛을 느끼려면 오래 묵혀야 합니다.
그 맛은 빨리 만든 인스턴트의 맛과는 비교할 수 없죠.
인스턴트도 좋겠지만, 가끔은 깊고 진한 맛을 즐길 수 있기를...

삶은 내게 무엇이 일어났느냐가 아니라 일어난 일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사람 그리고 사물과 관계를 맺는 모습이 결국 나의 삶이 됩니다.
나의 응답 속에 나의 성장과 행복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 또한 나이가 들면서 깨닫게 된 내용입니다.
어렸을 때는 무엇이 '발생'했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생각합니다.
나로 인해 발생한 것도 있지만, 나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일어난 일도 많습니다.
그것들을 부정하고, 회피하기 보다는 어떻게 잘 해결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행복은 '사건의 발생'이 아닌 '사건의 해결'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책의 내용이 제목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적당한 인생의 파고를 거친 분들은 많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중년의 행복은 청년의 행복과 다름을, 중년이 가져야 할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귀한 시간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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