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 삶이 불쾌한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박은미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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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철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실존주의 철학의 대표 주자이고, 대중들에게는 염세주의자라도 많이 알려져 있다.
니체도 그와 결을 같이 하지만 유독 쇼펜하우어에 대해서는 더 비판적인 듯 하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를 설명하고 있다.
크게 3부로 나눌 수 있다.
1부에서는 철학자 쇼펜하우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쇼펜하우어와 그만의 철학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2부에서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전에 대한 번역이 아닌 해설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3부에서는 그의 철학적 사상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다른 철학자들의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쇼펜하우어가 활동하던 시기에 가장 유명한 철학자는 헤겔이다.
헤겔은 이성철학의 최고봉이자 완성자라고 할 수 있는 철학자이다.
쇼펜하우어가 주장한 내용은 헤겔의 긍정적인 내용과 상반되기에 초기에는 호응을 받지 못하였다.
헤겔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이성의 작용에 따른다고 주장한 반면 쇼펜하우어는 이성이 아닌 의지를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렇다면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의지'와 '표상'은 무엇인가?

'지금 인식하는 방식으로 인식하는 세계'가 바로 '표상으로서의 세계'이고, 세계 그 자체가 '의지로서의 세계'라는 것이다.

이 글만으로도 이해가 쉽게 되지 않는다.
인식하는 방식으로 인식하는 세계?
번역의 문제일까? 아니다.
기존의 이성철학에서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간의 모든 것을 '이성'으로 해석하였다.
즉,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은 이성적이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쇼펜하우어는 이성이 아닌 '의지'라고 보았다.
논리적인 이성보다는 감각적이고 본능에 따른다는 것이다.
이성은 그를 합리화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쇼펜하우어에게 인간은 이성적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에 맞추어 자신을 바꾸는 존재가 아니다.
거꾸로 자신이 원하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그 결론이 왜 말이 되는가를 설득하는 데 이성을 사용하는 존재다.
인간은 자신이 의욕하는 바를 행하면서 자신이 그렇게 행해야 했던 이유를 이성적으로 설명하려 드는 존재인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위한 뒤 나중에 자신의 행위가 정당했다고 합리화하는 데 이성을 동원하는 존재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에게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힘을 '의지'라고 한다.
의지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그것으로 존재하게 하는 힘이다.
쇼펜하우어에게 인간의 본질은 이성이 아니라 의지다.

쇼팬하우어는 '인간의 이성은 신뢰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은 이성이 아니라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라는 관점을 체계적인 철학으로 내놓았다.

그렇기에 '불완전한' 이성보다는 '의지'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는 어린 시절 다양한 국가들을 다니며 본 그의 경험에 근거한다.

쇼펜하우어가 보기에는, 생생한 인간 현실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이성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인간의 현실은 항상 이성의 설명력을 뛰어넘는다는 것이 쇼펜하우어의 경험이었다.

쇼펜하우어의 말대로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을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때로는 이성과 반대의 결정과 선택을 하기도 한다.
바로 '직관'이다.
의지는 이성적 판단이 아닌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과 선택의 근거이다.
표상은 그 의지로 보여지는 세상이다.
이는 같은 세상을 살고 있음에도 누군가에는 멋진 세상으로,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세상으로 보이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강제로라도 일을 열심히 하다가 잠시 쉴 때는 그 잠깐의 휴식이 아쉬워서 더 쉬고 싶어진다.
이 휴식은 아주 꿀맛 같은 행복을 가져다준다.
그런데 종일 아무 일이 없을 때에는 그러한 휴식을 느끼지 못한다.
요점은, 아쉽기 때문에 뭐든 좋아 보이는 것이고 아쉽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리 좋아 보이는 것도 중요한 것도 없다는 것이다.
여가가 여가다우려면 일이 있어야 한다.
세상에서 노는 것에 가장 시큰둥한 사람은 백수다.
삶의 역설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일을 열심히 해야 노는 것도 재미있어진다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라도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한다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경우에도 그 하고 싶은 일이 무조건 내가 좋아하는 일로만 되어 있지는 않다는 것,
더군다나 아무리 하고 싶은 것이라도 계속하면 하기 싫어진다는 것.
그러므로 인생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것!

위 글에 너무 공감했다.
휴식은 일을 했을 때 의미가 있다.
매일이 휴식이라면 휴식이 아닌 일과이다.
이 글에 공감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는 개인의 차이일 뿐이다.
이것이야말로 다양한 철학이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 얇은 책이 주는 무게감이 상당하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철학의 해석은 제각각 다르다고는 하나, 잘못된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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