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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픽션 - 과학은 어떻게 추락하는가
스튜어트 리치 지음, 김종명 옮김 / 더난출판사 / 2022년 1월
평점 :
'과학'이라고 하면 매우 이성적이고 철저하게 검증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과학적'이란 단어가 앞에 붙으면 거의 '진리'와 같은 수준의 믿음을 줄 수 있다.
그렇기에 과학적인 내용들을 인용하고 따르려는 것이다.
그런데...그 과학이 거짓이라면?
이 책은 바로 이런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 책은 현재 과학계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깊이 있게 말하고 있다.
관행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관행을 부추기고(?) 있는 문화가 더 큰 문제이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가며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에는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150여 페이지에 달하는 참고문헌과 주석은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간수와 죄수' 실험으로 많이 알고 있는 짐바르도의 실험.
무작위로 선별한 사람들을 임의로 '간수'와 '죄수'로 구분해 놓으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역할에 빠져들고 점점 더 가혹한 행위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죄수의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 실험의 결과 자체도 충격적이였는데 이 실험이 대표적인 오류라고 한다.
임의로 실험대상으로 구분한 것이 아니라 '간수'의 역할을 맡은 대상들에게 구체적으로 그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는 간수들에게 앵커링으로 작용하여 편향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은 나도 본 책으로 상당히 많이 유명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본 책이기에 저자가 말한 실수는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낳았을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과학의 폐해가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 볼 수 있다.
이 책을 보기 전 황우석 교수가 떠올랐다.
그런데...저자도 황우석 교수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과학자는 윤리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엄청난 사기꾼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참으로 씁쓸한 우리나라 과학의 현대사이다.
위의 굵은 글씨체의 글들을 유의깊게 보라.
한글임에도 보통 사람들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말장난(?)이다.
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논문에서도 많이 발견되는 문장들이다.
'확정'을 지을 수 없는 것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두루뭉실하게 이도저도 아닌 듯한 문구는 아닌 듯 하다.
아마 여러분은 저널에 게재된 논문과 동일한 데이터 세트를 놓고 분석을 실시한다면 당연히 논문과 동일한 결과를 얻게 되리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많은 학문 분야에서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간단해 보이는 이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 끔찍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렇다면 어떻게 동일한 데이터를 가지고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없는 일이 생길까?
한 가지 이유는 가끔 원본 연구에 오류가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이유는 연구자들이 보고한 데이터 분석 결과가 투명한 과정을 통해 얻은 것이 아닌 경우다.
위와 같은 사례는 가끔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다.
과학분야에서는 '인용'을 많이 한다.
그 인용 연구가 잘못되었다면 그것을 인용한 연구들 또한 불확실해지는 것이다.
과학이 더욱 정확하고, 명확해져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특히, 자신의 이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편향된 데이터 수집은 더더욱 문제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킬 방법을 없을까?
저자는 '오픈 사이언스 운동'을 주장하고 있다.
그 방법으로 아래와 같이 행동하기를 주장한다.
연구와 분석, 검증 과정을 분리하고, 엄격한 사전 등록을 통해 미리 동료들이 평가한다.
그리고 결과에 대해서는 대중들에게 공개하여 모두에게 검증받을 수 있게 한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오픈 사이언스 운동의 요체이다.
우리가 이 책에서 단 한 가지만 배워야 한다면 그것은 과학이란 것이 꽤 자주 잘못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과학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우리에게도 잘못이 있다.
과학은 절대 진리가 아니고 누군가는 더 나은 법칙을 찾고,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진행중'인 것이다.
'아무도 믿지 말라'는 영국왕립학회의 모토처럼 과학도 그렇게 봐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리다."
책의 마지막 문구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과학계의 폐단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진리를 찾기 위한 과학계의 노력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길 바라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진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