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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세계사 - 세계사 중심을 관통하는 13가지 질문과 통찰력 있는 답변
다마키 도시아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1월
평점 :
역사를 보는 다양한 관점이 있습니다.
문서나 책으로 전해진 기록의 역사도 흥미롭지만,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유추하는 것이 더 흥미롭습니다.
다양한 가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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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출간 의도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역사를 바꾼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저자는 특히 13개의 사건과 연관된 흐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 사건들은 단편적인 것으로 치부한 것도 있고, 그리 주목하지 않은 것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한 변화는 세계의 흐름을 크게 바꾸었다는 저자의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에서부터 최근의 미-중 대립까지 전세계의 다양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알렉산드로스 군대는 이 '왕의 길'을 지나며 페르시아제국을 제패하고 인도를 향해 나아갔을 것이다.
시대와 상황이 달라짐에 따라 소수의 상인이 지나다니던 통상로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대규모 군대가 통과하는 군사 도로로 바뀐 셈이다.
백정의 손에 있는 칼과 의사의 손에 있는 칼.
같은 칼이라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다릅니다.
페르시아제국의 왕은 상인들을 위한 길을 만들면서 이것이 침략국의 빠른 정복을 위해 사용되리라 생각했을까요?
안렉산드로스 대왕의 정복이 인도 서북부에 그친 이유가 타당해 보입니다.
한자동맹에서는 선박을 개념상 몇 개의 지분으로 나누어 여러 명이 지분을 부담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배의 20퍼센트, 다른 사람은 배의 15퍼센트를 소유하는 형식으로 지분을 나누어 가졌으며 배의 선장 또한 일반적으로 자기 지분을 가졌다.
보험은 지속적인 사업을 영위할 때 필요한 것이지만, 일회성 사업에는 보험을 적용할 수 없기에 위와 같이 일회성으로 리스크를 분산하였습니다.
요즘에도 이와 같은 방식을 사용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스타트업 투자입니다.
스타트업에 투자자들은 절대로 지분의 100%를 투자하지 않습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스타트업 특성상 성공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 투자라는 높은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적은 수익을 얻더라고 적절한 지분에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런던에 커피하우스 하나가 문을 열었다.
1688년 무렵의 일이다.
이후 1730년대에 커피하우스가 금융가인 롬바드가로 이전하자 무역상과 선원이 가게에 몰려들었다.
오늘날 세계 보험시장의 중심 '로이즈'는 이렇게 '로이즈 커피하우스'에서 시작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몰리는 곳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탄생하는 것 같습니다.
커피하우스를 만든 사람이 보험회사를 만들 것이란 생각을 했을까요?
사람이 모이는 곳에 기회가 있습니다.
그곳에 정보가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이 기계화와 공장 생산에 힘을 기울인 데에도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이는 단순히 유럽의 발전된 과학기술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생산 비용이 계속 상승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이었다.
인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유럽에서는 임금, 즉 생산 비용이 자연히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인도의 면 산업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기계화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했다.
2차 산업혁명의 시발점을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보고 있습니다.
증기기관을 이용해 다양한 분야의 기계화가 이루어졌고, 이는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배운 내용이고,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대량 생산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 생산비 절감을 위해 과학기술이 발전했다는 것입니다.
목화 한 줌 안나는 영국이 면 산업의 호혜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아프리카의 노예를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동시키고, 그곳에서 생산된 목화를 영국으로 가져와 대량생산한 후, 아시아에 판매한 가히 글로벌 생산-판매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중립국=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렇지만 '중립 정책 채택'이 전쟁을 반대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쟁으로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교전국에게 중립국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중립국을 활용해 무역일 지속하고 국민에게 필요한 물자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립국에 대한 새로운 내용을 알았습니다.
힘이 없어서, 전쟁에 참여하기 싫어서 중립국의 지위를 지키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엄청난 기회를 누릴 수 있었네요.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안보는 것은 물론이고, 그로 인한 반사이익까지 누릴 수 있다니...
단순한(?) 사건으로만 알고 있던 내용들이 전후 맥락을 연결해 보니 엄청난 사건들이였습니다.
이것이 역사를 보는 재미인 것 같습니다.
역사는 특정 순간의 사건, 사고가 아니라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