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의 인생문답 - 100명의 질문에 100년의 지혜로 답하다
김형석 지음 / 미류책방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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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1세기라는 시간이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100년이라면 엄청난 시간입니다.
이 시간을 살아온 노학자의 조언이 담긴 책이라면 누구나 보고 싶지 않을까요?


이 책의 저자인 김형석 교수님은 올해로 103세입니다.
1920년생이시죠.
역사책에서나 보았던 일제시기를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책은 100년을 넘게 살면서 얻은 인생의 지혜를 일반인 100명의 질문 중 31개의 답변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셨고 은퇴후에도 '사회인'으로 돌아와 지금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게 계십니다.
인생 2막이 아닌 3막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만있자, 김 교수가 지금 연세가 어떻게 됐더라?"
"76세입니다."
그랬더니 아무 말씀도 없이 한참 있다가 혼자 하신 말씀이 뭔지 아세요?
"좋은 나이올시다."

'좋은 나이올시다.'
이 짧은 글 하나에 참으로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20대, 30대도 아닌 70대 노교수에게 하는 말이라고 하니 더욱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이 말은 90이 넘은 교수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새해가 지나 학년(?)에 변하면 느낄 수 있는 약간의 허무함, 무상함이 두 분 앞에서는 아기 재롱같아 보여 부끄럽네요.

누가 성공했는가? 누가 행복했는가? 그런 생각을 하는데 일의 목적을 소유에 둔 사람은 모든 걸 잃어버리지만, 다른 사람과 더불어 함께 얻은 것에 둔 사람은 영원한 기쁨을 얻게 됩니다.
인생은 더 많이 줄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합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주는 것까지가 내가 내 인생을 완성하는 길이에요.

이 글을 다른 분의 글로 보았다면 형이상학적인, 개념적인 이야기로 치부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김형석 교수님의 글이기에 차분하게 받아들일 수 있네요.
현실은 치열함의 연속이고, 그 치열함은 뚜렷한 목적을 이루고자 합니다.
이북이 고향으로 탈북하여 6남매의 장남으로 가난의 바닥까지 딛고 일어선 분의 글이기에, 이런 치열함을 살아낸 분의 말씀이기에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소유'가 아니라 '공유'를 지향하는 삶.
조금씩 그 인생을 향해 나아가야겠습니다.

행복은 목적 개념이라기보다는 인간답게 살았을 때, 내게 주어진 책임을 다했을 때 주어지는 느낌, 그때 갖게 되는 정신적 보람, 아마 그렇게 봐야 할 것 같아요.
..
우리는 사회적으로 윗자리를 가느냐, 못 가느냐를 자꾸 성공의 기준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닙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고 그게 바로 행복입니다.

행복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갖고 싶은 것이기에 행복의 비결이기에 질문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이 들려주는 행복의 비결은 단순합니다.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해 책임을 완수했을 때 느껴지는 정신적 보람, 그것이 행복의 비결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하고 싶고 그렇기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에 '만족'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는 겸손함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일류 대학을 나와서도 문제 의식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평범해져요.
반면 일류 대학 졸업생이 아니더라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살면 지도가가 될 수 있어요.
즉, 철학적 사유를 가진 사람이 큰사람이 된다는 겁니다.

철학적 사유.
참으로 오랫만에 접하는 단어입니다.
배부르고 등따시면 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질문입니다.
살아가기에도 정신없이 바쁘기에 사유를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사유를 하지 않았기에 정신없이 바쁘게 살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요?

사랑의 나무는 조심스럽게 키워가는 거예요.
사랑은 결혼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결혼은 사랑의 출발에 불과하거든요.

결혼은 사랑의 종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랑했기에 당연히 결혼을 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살아보니 교수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결혼은 사랑의 종점이 아니라 출발입니다.
사랑은 변하지 않지만 그 형태는 살아가면서 변합니다.
그 변화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행복합니다.

이 나이가 돼서 하나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사랑 없는 고생이라면 의미 없는 고생일 텐데, 내가 제자들, 가족들, 친구들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리고 외람되지만 민족과 국가도 내가 사랑했기 때문에 그 고생조차도 행복했다는 거예요.
사랑이 있는 고생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행복의 전부였다, 그거 없으면 내 인생이 행복할 게 없었다고 지금 느낍니다.
100년을 살아보니, 고생이 있는 행복이 제일 큰 행복이고, 고생의 짐을 질 줄 아는 사람이 인생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솔직히 쉽게 인정하기 어려운 문장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저 짧은 문장이 참으로 묵직하게 와 닿습니다.
위에서 말하는 고생은 교수님이 말씀하신 '사랑있는 고생'입니다.
사랑을 위한 고생, 그 고생을 통한 행복.
이것이 젊어서 해야 할 고생입니다.

교수님은 제가 너무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과 함께 공부를 했고, 황순원 소설가가 선배라고 하시네요.
그리고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마지막 강연도 직접 들으셨다고 합니다.
100년의 시간이 현실로 와 닿는 부분이였습니다.

이 시대의 큰 어르신으로, '선생'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주는 책입니다.
표지의 웃음띤 얼굴로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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