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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가진 것들은 슬프다 - 어제와 오늘, 그리고 꽤 괜찮을 것 같은 내일
오성은 지음 / 오도스(odos) / 2021년 12월
평점 :
빨리빨리.
우리나라 국민 속성을 대표하는 말이라고 하지요.
저도 기왕 할 일이라면 빨리 해 놓고 쉬는게 좋습니다.
그런데 빨리 처리하면 더 빨리 일이 생기네요.
'속도를 가진 것들은 슬프다.''
시와 같은 문구의 책 제목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요즘같이 빠른 변화의 시대에 속도는 장점일 듯 싶은데 슬프다니 그 내용이 궁금했습니다.
책은 소소한 일상의 풍경을 담은 사진과 시, 그리고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일상은 '평범'한 우리네 생활입니다.
평범하기에 특별하지도, 유별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그 '평범'은 누가 정한 걸까요?
이 책을 보면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책은 위처럼 멋진 사진과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글을 보고 사진을 보면서 글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정리합니다.
'쉬는 시간 개론'같은 정규 교과목이 생기면 좋을 텐데요.
'노는 시간'이나 '운동 시간'과는 구별된 진짜 '쉼의 시간'을 위한 학문 말예요.
쉬는 시간 개론.
이름만으로도 꼭 청강하고 싶어지는 과목이네요.
요즘은 휴식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고 알려주는 강의들이 간혹 보이곤 합니다.
한 때 '일(공부)을 하지 않는 시간'-인터넷 서핑, TV 시청 등-을 모두 휴식으로 치부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아닙니다.
휴식도 올바른 방법으로 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맞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몸과 마음을 리셋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소리 내어 읽을 때 빛나는 시가 있습니다.
사진은 소리를 품을 수 없다고 생각해왔어요.
하지만 그건 완벽히 틀린 생각입니다.
사진을 보면서 가만히 귀 기울여보시기를.
눈꺼풀이 깜박이는 소리, 창문 밖으로 차 지나가는 소리, 여린 콧바람의, 전류가 흐르는, 지구가 도는, 반달이 빛을 머금는 소리가 들리시나요.
사진과 나 사이에 세상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것이죠.
동영상의 시대입니다.
너무나 많은, 그리도 다양한 동영상으로 사진의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진만이 주는 느낌이 있습니다.
순간의 찰나의 정적인 화면이지만 때로는 수십분의 동영상보다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합니다.
정말 멋진 사진이지 않나요?
위에서 말한 사진만의 느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저물어 가는 노을, 갈대를 휘날리게 하는 바람...
확실히 이런 풍경 사진은 동영상보다 훨씬 큰 울림이 있어 좋습니다.
다름이 다름으로 이어지는 물결의 출렁임에는 포말이 일었고,
이내 사라진다 해도 그것이 아름다움일 수 있겠다는 몽상적인 생각을 여러 날 했었다.
다름이란 같지 않음이 아니라, 같을 수 없음을 인정하는 말이라는 걸 늦게 안 후였다.
'다름'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하게 되네요.
'다름'을 '틀림'으로 보지는 않지만, '같을 수 없음을 인정한다'라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다름'을 '인정'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저자의 생각이 부럽네요.
이 책을 보면서 평범에 대해, 일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건 결국 '내'가 그렇게 정한 것이였습니다.
조금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면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것들이였습니다.
일상에 지치거나 힘들때 가끔을 들쳐보고 싶은 책이네요.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