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괜찮냐고 시가 물었다 - 시 읽어주는 정신과 의사가 건네는 한 편의 위로
황인환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 어떻게 지내?"
연말이 다가오면서 그동안 소식이 뜸했던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만날 수 없기에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 것이죠.
모두들 건강하고, 잘 지낸다고 하네요.
하지만 말과는 달리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마음은 그렇지 않은 친구도 있네요.
달려가 술이라도 한 잔 하면서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지만 때가 때인지라 안타까운 마음만 듭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의사, 시를 무척 좋아하는 '시 읽어주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마음상태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과 잘 어울리는 시도 함께 소개하고 있구요.
긍정적이지 않은 마음 상태에 대해서 적절한 시와 함께 알려주니 한결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는 모호함을 견딜 수 있어야 하고, 가만히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모호함을 어떻게 해석하고 구체화하는지에는 결국 내 마음이 반영됩니다.
모호한 시를 읽고 음미하는 과정처럼 모호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 마음은 어떠한지,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모호함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기쁨, 불안, 초조, 행복, 슬픔...
이 모두가 마음 상태죠.
그리고 그 마음은 내가 느끼는 감정입니다.
저자는 이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라고 합니다.
'마주하라'는 것이 '인정하라', '받아들여라'의 의미는 아닙니다.
부정적인 마음 상태를 긍정적으로 바꿔야겠지요.
시가 그 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선생님,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요? 제 삶에는 의미도 목적도 목표도 없는 것 같아요."
"인생에 그런 것들이 꼭 필요하지는 않아요.
살아가는 의미 같은 거창한 목표가 없다고 해서 의미 없는 삶이라고 허무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순간뿐만 아니라, 일상을 지내고 있는 순간도 삶으로서 의미가 있는 거예요."

인생을 살면서 계속 달려갈 수 없습니다.
누가 더 빨리, 더 오래 달리느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휴식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것이 '일상'이겠지요.
등산을 하고 나면, 정상에서의 기분도 좋게 느껴지지만 오르고 내리는 동안의 잠깐 동안의 휴식 또한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정상에서 보지 못했던 풍경과 소리, 냄새.
그것 또한 산을 오르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우승, 성공이라는 목표만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행복은 목표를 이룬 순간보다 그것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살아내야 하는 것은 관념적인 삶이 아닌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지금입니다.
삶을 일상의 영역으로 가져오세요.
그리고 그 삶을 이루는 하루하루를 즐거운 기분으로 채워보세요.
우리에게는 괜찮은 삶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멋지고 화려한 인생, 좋지요.
하지만 인생은 '일상의 연결'입니다.
멋진 곳에서의 풍경, 음식, 여행...
그것도 인생이지만, 그보다 많은 '일상'도 인생입니다.
특별한 곳에서의 추억도 좋지만, 평범한 일상을 평범하지 않게 만드는 것, 그것도 멋진 인생을 사는 방법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정호승님의 '수선화에서' 중 일부입니다.
모든 주제에 대해 이처럼 좋은 시를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이 시를 보면서 느낀 외로움은 결코 외롭지 않게 생각되네요.
시에는 산문과는 다른 느낌의 힘이 있음을 볼 수 있네요.

인간은 거울을 통해서만 스스로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울 속에 비친 형상은 나의 입체적인 모습 중 한면이지, 곧 나 자신은 아닙니다.
몸을 움직여 어떠한 모습을 비춰볼지 결정하는 것은 여러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사람이 거울을 통해 볼 수 있는 모습은 전면과 측면뿐입니다.
뒷모습은 보지 못하지요.
그렇기에 나보다 남이 보는 내가 더 정확할 때가 있습니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좋은, 멋진 사람일 수 있습니다.
아직 보지 못한 뒷모습은 그 누구보다 멋질 수도 있으니까요.

사랑에 빠지는 데에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자아 경계가 무너지는 일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랑을 유지하는 것은 자아를 확장해 나가는 일이기에 노력이 필요합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사랑에 빠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보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네요.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말이 너무 와 닿습니다.
생각해 보니 사랑도 그런 것 같네요.
곁에 있는 사랑은 당연한 것이 아님을,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함을 배웠습니다.

인간이 성장한다는 것은 만들어진 채로 사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통해 계속해서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른 사람의 자아와 결합할 때, 우리는 상대를 위해 안 해본 것을 하게 됩니다.
자아가 확장할 계기가 없다면 나는 늘 지금 이 모습일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그는 내가 나를 넘어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성장을 원하면서 변화를 피하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일까요?
지금과 다른 모습을 위해선 지금과 다른 자극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환경이든, 사람이든...
그리고 우리는 늘 그런 변화를 마주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받아들이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일뿐..
성장을 원한다면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세요.
일상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멋진 성장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태도를 기반으로 지금 나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사랑하는 나에게 더 나은 현실을 선물해 줘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성적이 잘 안 나오거나 취업이 잘 안 될 때, 혹은 성과가 좀처럼 나오지 않을 때 '그래도 나는 나를 사랑한다. 그러니까 괜찮다. 다 됐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기만이나 문제를 회피하는 일일 수 있어요.

음...조금 뜨끔하는 글이네요.
부정적 감정을 좋아하지 않기에 실패, 실수에 대해 가끔 위와 같이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이걸 자애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자기 기만이였네요.
외부 환경 요인에 의한 것은 위처럼 해야 하지만, 자신이 원인-노력, 인내 부족 등-이라면 냉정하게 마주해야 합니다.

화를 '낸다'는 것은 선택의 영역입니다.
우리가 항상 기억해야 하는 점은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럴만한 상황에서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화를 내는 것은 내가 내린 선택입니다.

이거... 참 어렵습니다.
'화를 내는 것'은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이걸 '좋다'고 표현해야 하나 싶긴 하지만...
하지만 '화가 나는 것'은 잘 되지 않네요.
이 또한 나아지기는 했지만 만족할 수준이 아닙니다.
일단 화는 이미 낸 있는 상태에서 그 화를 다시 줏어담느라 허둥지둥 댑니다.
정말 '선택'의 영역이 맞나 싶네요.
왜 화를 낼 때는 선택 장애가 없는지 늘 아쉽습니다.

인간의 다양한 감정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좋았습니다.
시는 그것을 더욱 돋보이게 했구요.
시의 중의적 표현이 감정의 해석과도 잘 어울리네요.

서두에서 말한 친구에게 이 책을 건네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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