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게임
오음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이런 구성의 소설, 정말 오랫만이다.
하나의 줄거리에 대해 여러 사람의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배낭여행의 성지라 불리는 파키스칸의 훈자.
그곳에 모여든 5명.
중학교 교사 김설, 영상 번역가 남하나, 소설가 최낙현, 대학생 전나은, 여행자 오후.
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다.
그들은 이곳으로 '여행'을 왔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도피'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는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실제 이유이기도 하다.
여행을 좋아서만 가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기도 하지 않은가.

자신만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모여든 곳에서 그들은 모두 그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함께 있는 이들과 부딪치며 조금씩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좋은 풍경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도 그곳이 생활 터전이 아니라면 잠시 거쳐가는 '경유지'일 뿐이다.
현실은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이 곳이다.
잠시 떠나있음을 통해 지금 이곳의 소중함을 다시 상기할 수 있다면 목적을 이룬 것이 아닐까.

우리라는 말은 나라는 말보다 오래된 이름이며, 당신이라는 말보다 간절한 부름이다.
나와 당신을 우리라고 부르는 순간, 우리는 하나가 된다.
아무리 빛나는 나라도, 무엇보다 소중한 당신도, 가장 하찮은 우리 앞에 가려져 버리는 것이다.

'우리'라는 말이 이토록 소중한 말이였던가.
'아무리 빛나는 나라도, 무엇보다 소중한 당신도, 가장 하찮은 우리 앞에 가려져 버리는 것이다.'
다시 봐도 너무 멋진 문장이다.

젊은것들이 평범하고 지루한 삶이네, 뭐네 말들 하지만 모르는 소리지.
요즘같이 멍청하게 흘러가는 세상에서는 평범함이 승리하는 법이다

아버지가 선생님이 된 설이에게 한 말이다.
딸의 장래를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그리고 현재를 시니컬하게 잘 표현한 글이다.
'평범함이 승리하는 법'
이 평범함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변화와 인내를 가져야 할까.
평범함이 결코 쉽지 않은 세상에서 이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능력을 가진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방법은 한 사람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뿐인지도 모르다.
타인의 가슴에 뚫린 블랙홀을 통과해 다음 세계로 함께 나아가는 일.
그것만이 외계인인 서로가 동류가 되는 방법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외계인이다.
같은 모양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모두가 다르다.
그렇기에 외계인이라 할 수 있다.

각각의 등장인물을 통해 저마다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 좋았다.
나만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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