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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지금, 너에게 간다
박성진 / 북닻 / 2021년 2월
평점 :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지하철내에서의 방화라는 것도 충격이였지만, 지하라는 격리된 공간을 다니는 대중교통의 화재 대비가 이토록 허술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방화와 화재 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시설물, 그리고 대응.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더욱 큰 피해를 불러왔다.
그 와중에 최소한의 인명 피해를 위해 그 암흑 속에서 사투를 벌인 소방관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이 책 '지금, 너에게 간다'는 우리 사회에 큰 트라우마를 안겨준 바로 이 사건,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책은 여러군데에서 시작하고 있다.
소방관인 수일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
모든 소방관이 직업병이라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PTSD를 겪고 있지만, 수일이 겪고 있는 것은 대구 지하철역 화재 사건과 관련이 있다.
바로 그 화재 현장에 여자친구가 있었던 것이다.
지하철 공사 경험이 전혀 없는 MIC란 회사가 대구 지하철 공사를 수주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고위 정치권과의 비리로 사업을 수주했고, 이런 부당함을 막으려 했던 김차장도 결국 좌절하고 만다.
국악 선생님 신애리.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예전 남자친구로 인해 애인의 첫번째 조건이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
결혼 정보회사를 통해 상대방을 만났는데 바로 수일이다.
수일은 애리에게 약속시간에 대한 트라우마를 준 바로 그 전 남자친구이다.
과연 이들의 인연은 계속될 수 있을까?
외동 딸 소이가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자살을 한다.
그리고 부인도 저 세상에 보낸 묵현.
삶에 대해 일말의 희망도 없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휘발유를 통에 담고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당긴다.
"미안하고, 고마워. 그리고 행복했어."
화재 현장인 지하철에 있던 애리가 수일에게 한 마지막 말이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될까?
87페이지라는 적은 분량의 소설이기도 했지만, 정신없이 빨려 들어가는 스토리 전개에 순식간에 읽었다.
누구나 크든, 작든 트라우마 하나쯤은 안고 살아간다.
없으면 좋을 그것이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
피할 수 없기에 이겨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