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나도 철학이 알고 싶었어 - 누구나 궁금한 일상 속 의문을 철학으로 풀다
이언 올라소프 지음, 이애리 옮김 / 애플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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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고 하면 왠지 어렵고 복잡한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이 아니다.
어쩌면 철학을 어렵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은 철학자, 그들일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사상을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로 해석(?)하여 누구나 하고 있는 것을 누구나 할 수 없는 것으로 바꿔버렸다.
이 책 '실은 나도 철학이 알고 싶었어'는 원래의 철학으로 돌아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질문들을 통해 철학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 책은 '철학자에게 물어보세요' 부스를 파머스 마켓에 설치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부스에 방문한 사람들의 질문과 대답을 모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철학이란 무엇인가?'란 심오한 주제부터 시작해서 '케첩은 스무디일까?'란 다소 황당한 주제까지 아주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보여주고 있다.
당연하겠지만, 저자가 말하는 내용이 '정답'은 아니다.
철학에서 정답은 없다. 다만, 타당한 논리와 근거가 뒷받침되는 좋은 주장이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생각해 보지도 않은 여러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저자와 같이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저자의 의견에 격하게 동의하기도 하고, 치열하게 반대하기도 했다.
이런 자신만의 생각을 통해 조금은 더 성숙해질 것이다.

어떤 문제를 연구할 때 사용해야 할 연구 방법과 증거 자료가 합의되지 않았다면, 이는 철학적 문제다.
철학 문제를 이렇게 정의하면, 왜 사람들이 철학 문제에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왜 질문은 시간이 흐르면서 철학이 되는지, 왜 온갖 문제를 사유하는 철학 질문이 존재하느지, 마지막으로 왜 철학에서 열린 마음이 그토록 중요한 덕목인지에 관한 문제도 해결된다.

무엇이 철학적 문제이고, 무엇이 아닌가?
'사용해야 할 연구 방법과 증거 자료의 합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합의가 되었으면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과학, 사회적 문제이고, 합의가 되지 않았으면 철학적 문제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우리 주변에는 정말 많은 철학적 문제가 있다.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몸의 변화에 따라 경험과 내면세계를 비롯한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달라진다는 걸 깨어 있는 매 순간이 새롭게 증명한다.

'사후 세계'에 대한 저자의 답변이다.
몸의 변화에 따라 내면을 비롯한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철학에 근거한 답변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사후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니....
종교인들이라면 노발대발할 답변이다.
사후 세계가 없는 종교라면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감정으로 생각한다.
거의 맞긴 하지만, 사랑은 감정이 아니다.
감정은 사랑만큼 오래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은 특정 상황에서 한 사람에게 특정한 감정을 느끼는 성질이다.

사랑이 감정이 아니라고?
사랑은 오랫동안 지속되고, 감정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사랑은 감정이 아니다.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성질'
사랑의 표현이라고 하기엔 왠지 좀 딱딱한 느낌이 든다.

우리는 성전환한 남성을 남성이라 불러야 할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성전환한 남성을 남성이라 부르지 않는 것은 잔인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가 남성이라 부르길 바라는 데다, 그들을 남성이라 부르는 것은 아주 쉽다.
누군가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충분히 안 할 수 있는데 굳이 하는 건 잔인한 행동이다.

나는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지 않았는가?
상대방에 대한 작은 배려보다 나의 오만한 주장을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않았는가 생각해 본다.

이 책의 앞부분은 조금 딱딱하다. 지극히 철학스럽다.
하지만 뒷부분으로 갈수록 재미있는 질문과 답변이 내가 원하는 철학을 보여주고 있다.
혹시 철학이 어렵고 복잡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으로 그 편견을 조금은 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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