넨도의 온도 - 디자인 오피스 nendo 사토 오오키가 만난 세계적 디자이너 17팀과의 오프더레코드 인터뷰집
사토 오오키 지음, 이현욱 옮김 / 미디어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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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이든 대가를 이룬 사람들의 인터뷰를 본다는 것은 흥분된다.
'대가'란 돈도 명예도 아닌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 때문이다.
이 책 '넨도의 온도'는 디자인 분야의 대가들의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 사토 오오키는 디자인 회사 넨도의 대표이다.
이 책은 17명의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엘르 데코'라는 잡지에 싣기 위해 취재한 내용들을 정리하였다.

앞에서 말한대로 이 책은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
생생한 인터뷰 내용을 전달하기 위함인지 대화체 형식으로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마치 인터뷰 현장에 내가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대화체도 그렇지만, 감정이나 행동까지 지문으로 묘사하고 있어 더욱 그런 듯 하다.
흔히 인터뷰라고 하면 특정 주제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인터뷰를 위한 만남이 아니라, 늘 보는 사이처럼 편안하게 대화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편안함 속에서 문득 문득 보여지는 대가들의 디자인, 인생에 관한 철학을 볼 수 있어 좋다.
인터뷰를 소개한 후 마지막에는 인터뷰에서 나왔던 내용들의 주석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리'를 통해 인터뷰한 다지이너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와 객관적인 소개로 마무리하고 있다.

분명 처음의 시행착오 과정이 있었으니까 그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른 거겠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이디어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많지만요.

아이디어는 논리가 아니에요.
일을 순서대로 생각하는 논리는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지만 아이디어는 그런 게 아니에요.
내 경우는 대각선 방향으로 직선으로 쏘는 거예요.
순간적으로 말이죠.

디자인 분야만큼 창의성이 필요한 분야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창의성은 그들에게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주제이다.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창의성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었는데, 여기서 볼 수 있었다.
여타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창의성과 그리 다를 바 없다.
가만히 있으면 당연히 아이디어는 생기지 않고,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적인 번뜩임.
이것이 아이디어라고 말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보면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재인식하고 그 범위 내에서 열심히 해야겠다느 생각이 들어요.
좋은 의미의 위기의식이라고 하면 될까요.
가장 잘하는 토양 위에서 정진하다 보면 경쟁이라는 개념은 싹트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의 작품을 통해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온리 원'을 말하고 있다.
레드 오션에서 승자 독식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블루 오션을 찾아야 한다.
나만의 블루 오션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겠다.

놀이와 일, 직장과 가정, 생과 사, 이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는지가 아니라 전부 받아들여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변하지 않는 일상의 일부로 디자인을 게속 하는 것.
이것이 디자이너의 인생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에 대한 밸런스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전부 받아들여 일상으로 만드는 것.
이를 현실에서 실행으로 옮기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

젊은 디자이너나 학생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필요 이상으로 미래에 관해 불안해한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앞이 보이지 않으니까 그런 걸까요?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불안해하는 건 관계가 없어요.
저는 오히려 앞이 보이지 않아서 동기부여가 되었어요.

'앞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역발상을 보여주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아서 불안하고 두려운 것이 아니라, '무엇이 있을까'란 호기심으로 도전을 햇다.
같은 상황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무엇일까?
그것을 배우고 싶다.

애초에 디자인 자체에는 가치가 없어요.
나는 디자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에 관심이 있어요.

이 책에서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디자이너인 필립 스탁의 말이다.
필립처럼 인류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은 거창한 가치가 아니더라도 나만의 가치가 있는가?
그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
두 문장을 보면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역시 대가들의 인터뷰는 많은 것을 생각하고 깨닫게 하는 힘이 있다.
디자인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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