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할 일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뿐이다 - 주광첸 산문집
주광첸 지음, 이에스더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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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할 일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뿐이다.'
책 제목이 너무 멋지다.
미학자의 책다운 제목이다.


책의 구성이 특이하다.
보통 인상적인 문구는 책의 마지막에 정리처럼 보여주는데, 이 책은 제일 앞부분에 가장 아름다움 문장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문장들을 보면서 '좋은 글이네'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리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본문에서 만났을 때 이전에 본 느낌이 살아나면서 감동이 더 커진 것 같다.
영화는 예고를 보고 본편을 보면 재미가 덜하지만, 글은 반대인 것 같다.
전후 맥락을 이해하고 보는 문장은 더욱 깊은 맛을 내는 것 같다.

이 책은 '현대 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주광첸의 산문 중에서 34개를 모아놓았다.
우리의 인생, 일상을 미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떨까?
미학자의 글이라고 하니 문단 하나, 문장 하나를 천천히 곱씹어 보게 된다.
보통의 일상이 이토록 아름답고 멋진 삶이였나 싶을 정도로 행복한 기분을 들게 만든다.

이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부족함이 있기 때문이다.
부족함이 있기에 이것을 메울 수 있다는 희망과 기회가 존재하고, 또 다른 세상을 상상할 여지가 생긴다.
세상은 부족함이 있어서 가능성이 커지는 공간이다.

'부족함'을 이렇게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일까?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무한한 장점의 영역으로 확대시켜 버렸다.
스티븐 잡스의 'Stay hungry. Stay foolish'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캔버스 전체가 꽉 채워진 그림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여백이 많은 동양화 같은 그림을 보면 편안해진다.
'여백'을 '부족함'이라 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맥릭이라고 본다.
여백을 통해 작가가 보여주지 못한 것을 그리고, 상상할 수 있어서 좋다.

우리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두 가지가 될 수 있다.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일은 애쓰며 정복하고, 도저히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일은 잠시 벗어나 힘을 비축했다가 다른 일에 쏟아붓는 것이다.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란 말이 신성시 되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이런 문구를 외치는 곳이 많다.
분명 필요하지만 강요되어서는 안된다.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면, '할 수 없는 일'은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 인생은 유한하다.
유한하기에 효율성을 고려해야 한다.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이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과감히 포기해라.
혼자 나무를 켜고, 벽돌을 쌓고, 기와를 올리면서 집을 지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러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할 때도 이와 같이 생각하면 될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일을 할 때 범하는 폐단이 바로 멈춰 서는 것은 두려워하면서 느려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말로는 일을 안 한다고 하지만,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느릿느릿 힘겹게 살면서 쉬지 않고 일하고, 일을 한다고 해도 딱히 대단한 결과를 내지 못한다.

글을 읽으며 뜨끔했던 문구이다.
멈추는 것이 두렵기에 계속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힘차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쉬는 것도 아니고, 일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냥 내려놓아야 한다.
쉴 때는 쉬고, 일할 때는 일해야 한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일과 휴식도 동시에 할 수 없다.
어느 하나만 선택해서 집중해야 한다.

이 책으로 미학의 개념을 더 넓힐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이 생각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소중함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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