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 남의 불행에 느끼는 은밀한 기쁨 샤덴프로이데
티파니 와트 스미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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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에서 내 앞으로 새치기한 사람이 넘어졌을 때'

이때 어떤 감정이 드나요?
안타까움? 불쌍함? 슬픔? 왠지 모를 기쁨?
'넘어졌다'는 행위는 도움을 주어야 하는 안타까운 감정을 유발하지만, '새치기'라는 행동으로 그런 감정이 들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교육이나 가르침상으로는 참으로 믿기 어렵지만 '고소한 감정'이 듭니다.
이러한 감정을 '샤덴 프로이데'라고 합니다.

이 책 '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는 바로 샤론 프로이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책 표지의 그림은 '창가의 두여인'입니다.
턱을 괴고 있는 소녀보다는 얼굴을 반쯤 내민채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여자, 이 여자의 웃음이 샤론 프로이데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감정은 인간 본연의 감정이지만, 도덕적으로 '그래서는 안된다', '웃어서는 안된다'고 교육받았습니다.
예의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실소, 웃음을 참지못해 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감정은 전 인류가 동일한데, 이를 표현하는 언어는 독일어에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이런 감정이 왜 생기는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해 연구하였습니다.
정말 나쁜 것인지, 어떻게 하면 이런 감정이 안 생기게 할 수 있는지...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감정이 안 생기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리고 나쁜 것도 아닙니다.

친구를 위로해주고 싶은데 자꾸 웃음이 삐져나온다.
친구의 상실감이 내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동시에 강한 안도감이 밀려든다.
이런 감정의 유연성은 인간이 가진 비범한 능력이며, 도덕적 경직성보다 훨씬 더 흥미롭고 더 진실하기까지 하다.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이다.

저자는 샤론 프로이데에 대해 인간이 가진 비범한 능력이며, 심지어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억지로 숨기기 보다는 진실된 감정에 충실하라는 의미이겠지요.

다른 누군가가 나에게 샤덴프로이데를 느꼈다면, 내가 그들에게 부족하지 않은 적수로 보였다는 뜻이다.
그들이 원하는 무언가를 내가 가지고 있다는(혹은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샤론 프로이데는 내가 대상자일 수도 있습니다.
나를 보고 웃는 그들에게 화를 내지 마세요.
그들에게 나는 라이벌이나 그 이상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어린 아이나, 동물들의 실수에 웃는 것은 샤론 프로이데가 아닙니다.
그저 유머와 개그일 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대단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누구도 쉽게 드러내지 못했던-'않았던'이 더 맞는 표현일까- 주제를 유쾌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서술하고 있다.
샤론 프로이데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즐길 수 있어야 하고,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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