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콘 - 시작부터 완벽에 다가서는 일
김종훈 지음 / Mid(엠아이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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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잘 모르지만 '한미글로벌'이라는 회사명을 많이 들어봤다.

건축(시공)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사업관리'를 하는 회사로 알고 있다.
외국에는 많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였다.

이 책 '프리콘'은 김종훈 회장이 지금까지 건축관련 일을 하면서 얻은 지식과 지혜,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담고 있다.


'프리콘'이란 단어의 뜻이 무엇일까?

프리콘은 시공 전에 시공 과정을 시뮬레이션해보는 일로, 건물을 설계도상에서 미리 지어보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프리콘은 건설 프로젝트 초기 기획 단계와 설계 단계에서 원가와 공기, 품질, 안전에 관한 사항을 검증하고 관리함으로써, 프로젝트 목표의 달성 가능성을 높이고 시공 과정의 변경 가능성이나 오류 발생을 미리 차단하려는 노력이다.

실제로 건물을 짓기 전 미리 시뮬레이션을 해봄으로써 기간, 안전, 품질에 대해 미리 리뷰해보는 것이다.
다른 분야도 그러하겠지만, 건축 분야는 진행된 작업을 다시 되돌리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그렇기에 사전에 충분하고 꼼꼼한 프리콘을 통해 오류나 변경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건설은 매번 다른 사람이 모여 다른 환경에서 프로젝트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다변성을 띠며, 진행 과정에서 수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또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PM/CM 등 각기 다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주체들의 이해 관계가 얽혀 커뮤니케이션이 복잡하다.
이런 조건에서 원만한 사업이 되려면 매니지먼트가 매우 중요하다.

건설만큼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과 자원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 있을까?
그렇기에 경기 부양책으로 건설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건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관리'영역이다.

최저가 입찰 방식의 발주는 결과적으로 공사비 증가, 공사 기간 지연, 품질 저하 등의 문제점을 가져올 수 있다.
이를 간파한 건설 선진국에서는 최고 가치 방식(VFM)을 시행하며, 이 방식이 예산 절감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눈앞의 숫자에 급급하기보다는 장기적인 파트너십에 기반한 상생으로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최저가 입찰 방식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건축이라는 것이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공공이나 기업이 아닌 개인들의 입장에서는 평생 몇 번 할까말까한 일이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저렴한 최저가 입찰 방식을 선호하고, 이것은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이는 건설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동일하게 보여진다.
'장기적인 파트너십'이 존재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에서는 지나친 정보의 불균형으로 상도덕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저자가 말하는 프로젝트의 성공 요인은 아래와 같다.

- 핵심 성공 요인 1 : 발주자
    발주자의 명확한 프로젝트 범위 설정, 우수한 업체 선정과 협력 체계 구축, 발주자의 사업 관리 역량 등.
- 핵심 성공 요인 2 : 프리콘
    프로젝트 기획 단계에서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전략 수립, 설계 단계의 체계적 원가 관리 및 VE, 시공성과 공기 검토, 프로젝트 초기 단계의 협업 등
- 핵심 성공 요인 3 : 좋은 설계
    탁월한 디자인 능력의 설계자 참여, 원가와 시공성을 고려한 설계 능력 등
- 핵심 성공 요인 4 : 팀워크와 사람
    설계자, 시공자의 역량, 참여자 간 신뢰 기반의 원활한 의사 소통 및 협력,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역할과 의무에 대한 이해 등.
- 핵심 성공 요인 5 : 프로젝트 관리
    프로젝트 전반의 리더십, 전략 수립, 공사비, 시간, 품질 관리, 계약 및 리스트 관리, 효율적인 소통 능력 등.

가장 중요한 것은 '발주자'라고 한다.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정확하지 않다면 나머지 요인이 아무리 좋아도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한 단원이 끝날때마다 '건축이야기'라는 코너를 통해 아래의 사진처럼 전세계의 멋진 건축물을 소개하고 있다.
이 코너를 통해 다양한 건축물에 대한 히스토리와 건축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건축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관리나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정독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책머리에 있는 아래의 글 때문이었다.

건설은 보기에는 쉬워 보일지 몰라도 복잡하고 어렵다.
성공한 프로젝트도 많지만 실패한 프로젝트도 넘쳐난다.
프로젝트가 복잡 다양해지고 설계와 시공이 분리되는 현상이 보편화되고, 프로젝트의 각 단계에서 참여자 간에 유기적인 상호 협력이 어려워졌다.
설계는 설계업체가 잘하고, 시공은 시공업체가 잘하면 된다는 발주자의 의식은 각 단계에서의 조율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프로젝트의 변화와 복잡성에 비해 발주자의 의사 결정 능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업체 간 수준도 크게 차이 나고 숙력된 기능 인력이 부족하지만, 건설 생산 행위는 여전히 시스템보다는 사람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좋은 회사, 좋은 인력을 만나기가 쉽지 않으니 프로젝트 성공은 더욱더 힘들다.

이 글을 읽으면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건설'을 '구축'으로, '시공'을 '개발'로 바꾸면 IT분야에도 딱 맞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모든 비즈니스는 하나로 통한다고 하지만 너무나 완벽한 싱크로율에 놀랐다.

'프리콘'을 쉽게 표현하면 '계획' 정도로 정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빨리 변하는 시대에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기는 것이 무조건 능사가 아니다.
더 정확한 계획이 더 빨리, 더 완벽하게 하기 위한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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