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가 들려주는 일상 속 행복
마르크 오제 지음, 서희정 옮김 / 황소걸음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행복.

살아가면서 항상 추구해야 할 가치이며 어쩌면 삶의 목적일 수도 있는...
행복하세요?


이 책의 저자는 프랑스의 인류학자입니다.
인류학자가 바라보는 행복은 왠지 고상하고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오히려 더 평범하네요.
인류학자는 왠지 어렵고 복잡한 사고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오해를 한 것 같습니다.

원저가 이런 것인지, 번역을 그리 한 것인지, 글의 문체가 무척 수려합니다.
에세이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는 내내 일상 속 행복에 푹~ 빠질 수 있었습니다.

이 글에 실린 행복의 법칙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행복하려면 자신을 알아야 하고, 현재에 주의를 집중해야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껴야 한다.

행복하기 간단하죠?
나를 알고, 지나간 과거나 오지 않은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
돈을 많이 벌고, 남들보다 높은 지위에 있고, 여유가 많아야 하고...
이런 것들이 행복의 요인이 아니여서 다행이란 생각이 드네요.

과거를 회상하려는 누군가의 시선에서 재편된 일련의 작은 우연들이 그(녀)가 현재 자신을 규정짓는 바탕이 되는 지난 삶을 재구성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자기 삶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인정한다면, 인생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임의성은 창조의 결과물이자 예상치 못하게 충만하고 행복한 시간을 제공하는 원천이 될 수 있다.

흔히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합니다.
현재의 모습은 자신이 결정한 것들의 결과라고도 하죠.
그런데, 우연이 우리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요?
우연과 같은 임의의 사건들로 우리 인생은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우연에 대해 믿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우연이 내 인생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을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앗네요.
이것도 흥미로운 생각거리인 것 같습니다.

여타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법이나 공적 합의로 퇴직 연령을 정한 것은 단연 우수한 사회제도이며, 퇴직은 한 개인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낼지 아니면 다른 삶을 시작하고 곁길을 찾아볼지 선택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또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의 주도권을 손에 쥐고 '자유 시간'이라는 표현의 의미를 십분 누려보는, 아미도 마지막 기회다.
나이 들어서 좋은 점은 누구나 자기가 간직한 기억과 상상, 추억과 꿈을 마음껏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는 것이다.

여태까지 제가 본 '퇴직'에 대해 글 중 최고로 아름다운 글입니다.
퇴직이라는 이미지는 부정적인 면이 많은데 이 글을 보면 얼른 퇴직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네요. ㅎㅎ
이렇게 퇴직하기 위해서 미리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 놓아야겠지요.
저렇게 마음껏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나 부럽습니다.

사람들이 각자 삶의 창조자가 되면 그들은 자기만의 존재성과 타인과 관계를 동시에 인식함으로써 만족감을 갖는데, 이 행복은 몸의 감각도 아우른다.
이런 총체적 인식의 순간을 나는 행복이라고 부른다.
이 소중한 순간을 통해 우리는 개인보다 큰 인간 공동체, 더 나아가 인류의 존재에 대해 선명한 인식을 획득한다.
이런 일상 속 행복은 찬란한 미래를 위한 밑그림이자 약속일 것이다.

인류학자다운 행복에 대한 소회가 아닌가요.
일상 속 행복이 미래의 밑그림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적극 공감합니다.

책을 보면서 내가 지금까지 몰랐던 행복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남의 웃음을, 남의 행복만을 부러워한 것은 아닌지...
그냥 내가 웃고, 곁에 행복을 누리면 되었던 것인데...
행복하세요. 지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