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클래식이라고 하면 왠지 고상하고, 어려운 음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음악은 (전공자가 아니라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라고 믿고 그리 했었는데....
그런데....이 책이 나의 이런 믿음과 기대를 산산히 부셔놓네요.
적어도 음악, 음악가에 대해 알고 있으면 음악이 달리 들린다는 것을, 더 멋지게 들린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책의 저자는 책과 동명의 팟캐스트 '클래식이 알고 싶다'를 통해 방송된 것 중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낭문주의' 시대의 거장들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남만주의.
예전에 음악 시험볼 때 달달 외우던 음악가들, 그들의 이야기입니다.
슈베르트, 쇼팽, 리스트, 슈만, 클라라, 브람스, 그리고 멘델스존.
다행히 클라라를 빼고는 이름은 들어본 음악가들이네요.
낭만주의라는 같은 시대적 배경을 지닌 탓에 이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그동안 음악가 각각에 대해서 따로 국밥처럼 외우던 것들이 이 책을 보면서 씨줄날줄처럼 얽혀 전체적인 윤곽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음악가의 생애를 통해 그들의 음악적 성향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잘 몰랐던 리스트.
정말 대단한 연주가이고 비즈니스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업가였던 것 같습니다.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그것을 경제적 이윤으로 연결시켰습니다.
기존의 연주 형태는 피아노가 관객을 등진 채로 있었기에 관객들은 연주자의 뒷모습만 바라보았죠.
그런데, 얼굴에 자신이 있었던(?) 리스트는 관객들이 자신의 옆모습과 화려한 손놀림을 볼 수 있도록 피아노의 위치를 바꿉니다.
그리고 피아노 소리를 관객들이 더 잘 들을 수 있도록 피아노 뚜껑을 관객들을 향해 열어 놓습니다.
이런 리스트의 연주는 뭇 여성들의 환호를 이끌어 냈고, 저자는 리스트를 원조 아이돌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슈만과 클라라, 브람스의 관계는 이 책의 백미라 생각합니다.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라는 곡명은 처음 들었지만, 음악을 듣는 순간 무의식적으로'아~'라는 소리가 나오네요.
역시 음악은 알고 들어야 더 잘 들리고, 멋진 것 같습니다.
당시 피아노 연주가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클라라를 사모하는 슈만.
둘의 결혼을 반대하는 클라라의 아버지.
그것을 무릅쓰고 그 둘은 결국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행복할 것만 같았지만 슈만은 정신 이상으로 점점 죽음과 가까워지고, 그때 브람스가 그들 사이에 나타납니다.
브람스는 클라라를 사랑하지만, 슈만을 향한 클라라의 사랑은 브람스를 친구 이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슈만 사후에도 그 둘은 죽을 때까지 우정을 유지합니다.
정말 대단한 러브스토리입니다.
이 러브스토리를 그들의 음악과 함께 보고 있노라니 정말 환상적입니다.
더구나 브람스 아닌가요.
지금 이 가을에 브람스의 곡이면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요?
각 글의 말미에는 위처럼 '작곡가별 키워드 10'과 '작곡가별 플레이리스트'가 따로 정리되어 있어서 다시 한번 기억하는데 좋네요.
이 책이 왜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읽혔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문체인 것 같습니다.
마치 옆에서 음악을 들려주며 그에 대한 배경 설명을 하는 듯이 조곤조곤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를 사용하여 훨씬 더 생동감도 있고, 편안하게 들립니다.
정말로 낭만살롱에서 한 편의 연주회에 참가한 기분이랄까요..
벌써 다음 책도 무척 기대됩니다.
꼭, 반드시, 무조건 다음 책이 나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