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 중 하나이다.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주제는 '수학'이다.
수학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저자인 최영기 교수는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을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멋진 강의를 보여준다.
아래 이미지는 책 첫 페이지에 있는 글이다.
"수학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학문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수학의 이미지는 추상적인 아름다움보다는 구체적인 사실, 냉정함에 더 가까웠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왜 그런지 하나씩 증명해 보이고 있다.
수도 생명체처럼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해왔고 또 성장해간다.
수는 절대 정적이지 않다.
수는 역동적이다.
그래서 수학은 결코 지루할 틈이 없는 매력적인 학문이 아닐 수 없다.
숫자가 성장한다는 말이 무척이나 낯설게 다가온다.
수는 공리가 아닌 정의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변화하는 숫자라... 솔직히, 이해하기 쉽지가 않다. ^^
흔히 사용하는 0의 발견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였는지를 보여준다.
많든 적든 '존재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숫자였을텐데, 아무것도 없는 것을 '처음으로' 표현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숫자를 위한 투쟁이 과열된 사회에서는 숫자로 나타내기 어려운 것까지도 숫자로 표현하려고 한다.
하다못해 봉사하는 마음도 숫자로 평가해 대학 입시에 반영함으로써 그것의 가치를 훼손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축의금의 숫자가 결혼을 축하하는 마음의 기준으로 오도되는가 하면, 그림마저 숫자로 평가되어 마치 고흐의 그림과 모네의 그림에 우열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
분명한 것은 삶의 가치도 행복도 숫자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름다움, 배려, 나눔, 사랑, 우정, 위로, 감동, 양심, 용기, 질서, 유머, 힐링, 대화, 자유로움, 열정, 꿈, 도전, 감사, 즐기는 마음 등등 아직 숫자가 지배하지 못한 가치들은 아주 많다.
...
숫자를 위한 투쟁의 날들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죽음 뒤에 남는 것이라고는 숫자뿐인, 그러한 허망한 삶이 아니기를 바란다.
책을 보면서 너무나 공감한 부분이다.
회사를 보면 성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수치로 말하라'고 하는 상사분들이 있다.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것들이 더 많고, 더 정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수치로 객관화-정말 그럴까?-된 것들만이 연봉, 고과에 반영이 되곤 한다.
실제로 그런 수치를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수고를 한 직원들의 노고는 그들의 몫이 되고, 그렇기에 수치로 표현되지 않는 일에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숫자가 아닌 행복, 기쁨, 사랑인데...
다름과 틀림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서로 '다르다'는 생각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밑바탕에 깔려 있지만
'틀리다'는 생각은 자신이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라는 의식이 깔려 있어서 상대방을 비난하게 한다.
...
'틀림'은 판단을 낳지만 '다름'은 존중을 낳는다.
다양성이 많은 사회는 더 많은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이런 다양성이야말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사회는 '다름'이 아닌 '틀림'을 잣대로 내세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나와 너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임을 왜 인정하지 못할까?
'우리'는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너'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와 '너'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임을 잊지 말자.
수학에서 문제를 푼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문제 풀이를 통해 학생들이 배워야 할 점은 문제 해결의 기능을 습득하는 것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태도를 다른 부분으로까지 전이시키는 것이 수학 교육의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또한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검토하고 반성하는 단계인데, 우리나라의 수학 교육은 지나치게 많은 문제를 푸는데 집중한 나머지 학생들 스스로 검토하고 반성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가장 많이 공감하는 글이였으며, 꼭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지금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이고, 가장 필요한 능력은 창의성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가장 창의적으로 접근해야 할 수학 교육은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
'성적'만을 중요시하기에 여전히 '어떻게'보다는 '얼마나 빨리'를 추구하고 있다.
입시라는 교육 평가가 바뀌지 않는 이상은 요원한 것일게다.
이 책을 보면서 수학에 대한 새로운 면을 많이 보았다.
수학이 결코 차갑고, 논리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수학을 통해서도 우리가 그토록 찾고 싶어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음을...
낯설지만 무척 신선한 강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