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교사들의 교사'라 불리는 파커 J 파머의 산문집입니다.
에세이라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볼 요량이였습니다.
책의 부피도 그리 크지 않아 '내 생각이 맞군..'이라는 시건방진 생각으로 펼쳐 들었습니다.
비스듬이 누워있던 자세가 바로 곧추섭니다.
첫 문장부터 가벼이 볼 문장이 아님을 느꼈습니다.
'교사들의 교사'라 불리는 사람이 쓴 영성과 감성을 담은 에세이였다는 책소개가 불연듯 떠오릅니다.
결코 가벼이 볼 수 있는 책이 아니였던 것입니다.
긴 호흡이 필요한 책입니다.
눈으로 짧게 볼 책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고 가슴에 담아야 할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하기 전에, 인생이 당신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에 귀 기울여라.
인생은 나의 고민과 선택, 노력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 믿고 살았던 나에게 이 문구는 호기심과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자’하였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지 않을까요?
학창 시절에는 높은 시험점수를 받으려 하였고, 성인이 되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 하였으며, 나이가 들면서 중산층 이상의 삶을 추구하였습니다.
이렇게 인생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인생이 나를 통해 무엇을 이루려고 한다구요?
저자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 주는 짤막한 하디시즘의 이야기가 하나 있다.
백발이 성성한 랍비 주즈야의 말이다.
"신은 내게 '왜 너는 모세 같은 사람이 되지 못했느냐?'라고 묻는 게 아니라, '왜 너는 주즈야답게 살지 못했느냐?'라고 물을 것이요."
이 글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멍해졌습니다.
정말 왜 나는 지금까지 한순간도 '나답게' 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을까요?
항상 내가 아닌 누군가를 따라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분명 존경하고, 배울 것이 많은 분들이지만 내가 그들이 아님을, 그들의 삶이 아닌 내 삶을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못했을까요?
소명은 의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듣는 데서 출발한다.
우리는 인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그 참모습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참모습이 내가 원하는 인생의 모습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해도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 인생은 내 의도가 아무리 진지하다 할지라도 결코 참된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다.
...
소명은 내가 추구해야 할 목표를 의미하지 않는다.
소명은 내가 들어야 할 내면의 부름의 소리이다.
내가 살아가면서 이루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말하기에 앞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말해 주는 내 인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이 책에서 많이 언급되는 단어 중 하나는 '소명'입니다.
지금까지 저는 '소명'을 '미션'과 비슷한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이루고자 하는 것, 추구해야 할 것과 같은 의미로요.
하지만 저자는 타인의 교육이나 외부의 믿음을 통해 이뤄야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가슴 속에서 원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지, 지금까지의 교육이나 믿음을 통해 스스로 그렇게 믿는 것인지 의심을 해봅니다.
짧은 시간의 고민이나 명상으로는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저자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수십 년을 보냈고, 이 책에서 그 지난한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인으로서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적어도 내가 속한 인종과 성에서- 모든 한계를 한때 인생에 닥친 유감스러운 일로만 간주한다는 점이다.
인생을 충만하게 살고 싶다면 반대의 것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하며, 한계와 능력 사이의 창조적 긴장 속에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본성을 왜곡시키지 않도록 한계를 인정해야 하며, 타고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자신의 재능을 믿어야 한다.
'불가능은 없다', '할 수 있다'
많이 들어본 말이지요.
늘 무언가에 도전하고 더 나은 것을 성취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직,간접적으로 교육받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했기에 실패는 인정할 수 없는 것-해서도 안되는 것-이고, 성공을 위한 과정으로 치부되었습니다.
정말 그런가요?
분명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도 잇고, 인내와 끈기로 이룬 것도 있음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그 모든 실패가 '쓴 약'이 되었는지는 자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잘 접하지 못했던 '번 아웃', '힐링', '소확행'이라는 말들을 요즘은 쉬이 접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충만'한 인생을 사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계와 능력 사이의 창조적 긴장속에서 사는 법'
그 배움의 과정이 결국 우리 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나약한 모습, 실수, 감추두면 아무도 모를 이야기까지 펼쳐 보입니다.
이를 통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스스로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에세이 = 가벼운 글'로 생각했던 내가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릅니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온전히 집중하여 읽으면 참 좋을 책입니다.
아마 지금까지 몰랐던 자신의 소명을 찾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꼭 그럴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