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손님
히라이데 다카시 지음, 양윤옥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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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쓰면 우화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가?
이 책의 저자 히라이데 다카시는 시인이다.
그가 처음으로 쓴 소설이 바로 이 책 '고양이 손님'이다.

책 제목처럼 어느 날 집안을 들락날락하는 고양이와의 인연을 저자의 눈높이에서 잘 표현하였다.
사실 원작이 호평을 받아도 번역이 좋지 못하면 '왜 이 책이 호평을 받았을까?'란 의심이 드는데 이 책은 충분히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려낸 것 같다.

이 소설의 시기는 일본의 호황기에서 잃어버린 20년으로 진입할 때이다.
일본의 오래된 저택의 별채로 이사를 한 부부에게 어느 날부터인가 고양이 한 마리가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길고양이인 듯 하지만 옆집 꼬마 애가 이미 자신의 고양이라고 하였기에 차마 소유를 주장하지 못하고 '치비'라고 이름을 붙여 정을 쌓아간다.
경계를 돌던 치비는 집 안까지 들어오기 시작하고, 치비가 집안에서 잘 먹고 놀도록 별도의 보금자리까지 만들어 준다.
낮에 부부 집에서 놀더라도 저녁, 아침에는 반드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고양이에게 섭섭함을 느낄만 하지만 그러지 못함이 못내 아쉽게 느껴진다.
내 것인듯 내 것이 아닌.. 부부와 고양이와의 밀당은 늘 고양이의 승리로 끝맺음 된다.
어느 날, 부부 동반의 일정으로 늦은 밤 귀가한 그들은 치비가 그들의 집에 오지 않음을 알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너무 많은 스포일러일까?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정원의 아름다움과 구조를 상상할 수 있을 정도의 멋진 표현력과 시크한 듯 디테일하게 묘사한 감정처리가 무척이나 좋다.
가끔씩 방문하는 고양이에게 이토록 아름다운 스토리를 붙일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3인칭이 아닌 1인칭인 주인공의 시각에서 보여지는 구조는 더욱 소설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 책은 '최고의 현대 우화 5편'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스펙터클한 모험도 아니고, 드라마틱한 스토리도 아니지만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있을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기에 그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잔잔하면서도 뭉클한, 애틋하면서도 짜릿한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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