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비밀의 방 - 월화수목금토일 서울 카페 다이어리
이영지 지음 / 나무수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요새는 ’카페놀이’가 대세인 듯 하다.
포탈의 블로그 속, 아니면 미니홈피 속 누군가의 사진들은
어딘가에 있는 예쁜 카페를 담고 있다.

아기자기하거나 세련된,
그래서 그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무지 잘 나오는,
그런 예쁜 카페에 들러
너도 나도 사진을 찍고
혹은 친구들을 만나고
책을 읽고 공부를 한다.


난 커피만 마시면 속이 쓰려서 (사실은 커피는 너무 써서) 커피를 거의 안 마신다.

몇 년 전만 해도 나에겐
카페라고 하면 커피를 마시는 곳이란 느낌이 매우 강했다.
큰길에 즐비한 ’카페’들은 대부분 커피를 주로 팔았다.


그런 나 조차도 요새는 카페가는 걸 너무 좋아한다.
커피를 주로 파는 곳, 커피가 맛있는 곳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어느 뒷 골목의 작은 카페에는
내가 좋아하는 달콤하거나 상큼한 음료와
우울함도 잊게 해주는 맛있는 간식들이 가득하다는 걸 알았기에.



먹기 위해 사는 나에겐 카페는 참 좋은 곳이고
(맛있는거 팔면 좋은 곳이지 뭐 ㅋㅋㅋ)
그 좋은 곳들을 잔뜩 나열해 놓은 이 책도 꽤나 좋은 책이다.


작가는 커피도 꽤 좋아하는 것 같지만
다른 음료들도 매우 좋아하는 듯.
각각의 카페마다 맛있는 메뉴가 적혀있는데
내가 마셔보고 싶은 (쓰지 않고 달 것 같은 그런) 것들이 가득이었다.
먹어보고 싶은 간식과 식사메뉴도 가득.


이 책에서 마음에 드는 것은
수록된 장소 대부분이 혼자가도 좋을 만한 곳이라는 거다.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 보이지 않고, 조용히 내 할 일 할 수 있는 그런 곳들.



여행을 테마로 한 카페,
매일매일 직접 만든 빵을 파는 작은 빵집,
식사메뉴가 주라서 카페인지 밥집인지 모르겠으나 암튼 가고 싶은 곳들.

책에서 소개된 카페에 가서 앉아있거나
점심을 먹거나 가볍게 한 잔 하고 싶어졌다.




꽤나 도움이 되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메긴 별점은 그리 높지 않다. 별 3개.

읽으면서 아쉬운 점도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 첫째.
가장 안타까운 것은 카페가 위치한 장소가 너무 편중되어 있다는 것.
50퍼센트가 서래마을과 가로수길 등 ’강남’ 쪽
40퍼센트가 홍대
나머지가 기타. (삼청동, 부암동 등 유명한 카페가 많은 곳)


작가의 집이 서래마을이라 그런지
가까운 곳에 있는 카페가 지나치게 많이 실렸다.

물론 그 동네에
그리고 또 홍대에 예쁜 카페가 많다.
골목골목마다 아기자기하고 특이한 가게가 들어차있다.

음식도 맛있고 분위기도 좋은 곳을 고르다보니 당연하게도 강남과 홍대의 카페가 주로 포함이 되었겠지. 

그렇지만
과연 작가가 꼽아 준 이 장소들이 ’비밀의 방’인 것인가?
검색창에 ’가로수길 카페’ 혹은 ’홍대 카페’ 하면 주르륵 뜨는 아주아주 유명한 곳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인터넷에 알려진 곳이 아니더라고 해도
유명한 카페 골목에 자주 가는 사람, 큰 길 보다는 골목으로 다니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너무 쉽게 찾아버릴 것 같은 곳들이다.
너무 이름난 장소에 위치한 카페들만 있구만.



내가 강남이나 홍대 쪽에 살았다면 불평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대학로와 명동, 동대문이 가까운 곳에 산다.

비싸지만 맛 없는 음료(난 이걸 ’시내 한 복판의 맛’이라고 부른다)를 파는 
그냥 그런 인테리어의 카페들이 즐비한 명동 한 복판에서
작게 빛나는 투명한 카페를 발견했었다.
사람이 꽉 들어찬 명동이지만 한적하고 조용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아이스초코를 먹고 왔다.

이 땐 정말 비밀스러운 나만의 공간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번화가 속의 한적한 공간,
어느 주택가 속의 쌩뚱맞은 카페,
술집만 즐비한 대학가 뒷골목의 기가 막힌 카페,
이 정도 쯤은 되어야 ’비밀의 방’ 아닐까?


뭐, 그 정도 퀄리티의 카페로 만족할 수 없어서
강남과 홍대, 삼청동과 부암동 등등을 선택했다면 할말이 없지만서도
난 섭섭하네 그려.




아쉬운 점 둘째.
사진에 생명력이 없다.


안 됐지만, 사진 참 별로다.

작가는 자기가 사진을 매우 잘 찍은 것 처럼 여기고
중간에 ’카페 사진 찍는 법’ 노하우 까지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던데.

내가 보기엔 영 아니올시다.

’햇살 머금은 색감’이라며 자랑스럽게 사진을 수록했겠지만
걍 뿌~옇고 똑같은 느낌의 사진 일색임.
허세쟁이들이 미니홈피에 퍼다 나르는 그저 그런 사진 이외다.

뭐랄까, 선명한 사진에 죄다 ’뽀샤시’효과 넣어버린 흐리멍텅하게 만들어 버린 것 같다.

그러다보니까 그 카페가 그 카페다.
인테리어가 엄청 독특하거나 내부 색상이 엄청 튀거나 그런 카페만 좀 달라보이지
대부분의 카페들은 다 똑같아 보인다.

분명, 조금만 다르게 찍었어도 책 속의 카페들은 살아 숨 쉬었을 텐데.



아쉬운 점 셋째.
생생함이 부족하다. 그래서 정보도 부족하다.


작가는 와인 잡지 기자로서 2년 정도 일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이 책을 읽는 느낌은 잡지 맛집 소개 읽는 느낌이다.

친한 언니가 조근조근 추천해주는 느낌이 들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작가가 정말 그 공간을 사랑하고
그 곳의 음식을 너무너무 좋아하고 그런 느낌이 더 많이 들었으면
책을 읽는 것도 훨씬 더 재미났을 것이다.

몇몇 장소의 소개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그것도 잡지기자 경력 때문인지 매우 자제된 느낌)
어떤 장소의 소개를 읽을 때는 아주 건조했다.


건조한 느낌과 함께, 정보도 부족하다는 생각.

물론, 각 카페에 대한 정보야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 놓았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건 생생한 정보.

독자가 원하는 건 ’주소’보다는
상세한 가는 길일 것이고
메뉴의 일괄적인 소개 보다는
각 메뉴에 대한 감상일 텐데.


사진도 부족하다.
정말 추천한다는 그 메뉴에 대한 사진은 있어야 될 것 아냐?

내부사진 대여섯장, 음식사진 한두장으로는
그 카페를 느끼기에 너무 부족하다.
여백을 줄이고 사진을 좀 더 넣을 수 있었을 듯 한데 아쉽다.



아쉬운 점 마지막.
오자 발견.
편집 전문가가 아닌 막눈으로 보기에도 딱 티나는 거 발견.

조금만 신경씁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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