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야? 토끼야? 생각쟁이 그림책 1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지음, 서연 옮김, 탐 리히텐헬드 그림 / 아이맘(전집)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오리인지 토끼인지,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볼 수 있는
이 그림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책.


나는 맨 처음에
이 제목과 앞 표지 그림을 보고
이런 식의 그림들이 잔뜩 들어있어서
호기심을 왕창 자극하는 그런 책일 줄 알았다.


(왜, 그런거 많잖아. 술잔인지 마주보는 모습인지, 노파인지 젊은 여인인지.)



그러나 이 책을 받고
읽어보면서
이 책은 오로지 ’오리야? 토끼야?’가 화두라는 걸 알았고
실망도 아주 쪼~~~금 하고 말았지.



그렇지만 내 생각보다 훨씬 좋은 책이라
실망보다는 뿌듯함이 크다.



어떤 이에게는 오리로 보이고
어떤 이에게는 토끼로 보이는 그림.

비단 이 그림 뿐만이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는 많은 일 들이 다 그렇지 않을까.
똑같은 현상을 바라보더라도
사람마다 보이는 건 제각각일것이다.



우리는 
사람마다 다르게 볼 수 있는 그 일 들을
하나로 보라고 교육받았다.

나에겐 오리로 보이더라도,
사회가 토끼라면 토끼인거다.


그래서 우리 나라는 닫혀있고
자유분방하기 보다는 권위적인 것 같다.
오죽하면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너와 나는 달라’라고 말해야 할 것을
’너와 나는 틀려’라고 말하는 일 일까.




이제 갈수록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자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지만
어릴적부터 몸속으로 익혔던 많은 것들을
완전히 잊어버릴 수가 없다.


열린 마음으로 보려고 해도
내 마음 속의 잣대는 여전히
’내가 옳고, 딴 사람은 틀리다’라고 말하려고 한다.

 

내가 옳고
너는 틀렸기 때문에
100분 토론을 보면 그렇게들 서로 싸우는 거야.


다른게 아니라 틀리기에
그렇게 열 받아서 핏대를 잔뜩 세우고
너 죽자 나 죽자 하는 거다.


뭐, 나도 다른 사람과 의견 교환할 일이 있으면
결국엔 그렇게 된다.
난 뭐 한국사람 아닌가.



그런데 이 책은
토끼로도, 오리로도 볼 수 있는 그림을 가지고
끈기있게 상대를 설득하는 내용이다.

때로는 ’멍텅구리야’
’내 말이 맞다고!’하고 우기기도 하고
상대를 탓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니 말이 맞는 것도 같다고,
열린 모습을 보여준다.


글쎄, 아이들이 이 책을 보면 신기할까?
신기하지 않을 것 같다.
아이들은 열려있어서
동화 속의 주인공들이 싸우는 것도,
그림이 오리로도, 토끼로도 보일 수 있다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할 것 같다.


하지만 어른인 나에게는 
너무 신선하다.
왠지 아이들에게 교훈적일 것 같은거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나에겐 이렇다고 생각되는게 남에겐 전혀 아닐 수도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그렇다고 서로 ’다르다’는 명목으로 
너와 나 사이에 선을 긋고 너는 너 대로, 나는 나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의견을 교환하고
상대를 설득하는 뜨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그리고 상대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것.


말하자면,
’시민의식’이 발달한 그런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 같은 것.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지,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꼭 내 아이들에게 보여줄테다.


나도 가끔 꺼내보면서
나 자신을 되짚어 봐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