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날 새벽이었다, 엄마가 흐느끼는 소리에 잠을 꺤 것은.



  우리 엄마는 잠이 많으신 분이라, 저녁에 티비를 보다가 깜빡깜빡 잠이 드신다.
  반면에 나는 아침잠은 많아도 밤잠은 없어 새벽 1~2시에 잠드는 일이 많다.

  그 날은 어쩐지
  10시도 안 되어 잠에 빠져들어 버렸다.
  방에 들어가서 자라는 엄마의 소리가 잠결에 들렸지만
  이리뒤척, 저리뒤척하며 티비소리도 무시하고 마루(거실)에서 잠이 들었다.


  한참을 자다가
  코를 훌쩍이는 소리에 잠이 살짝 깼다.
  시계를 봤는데 새벽 세시였다.
  잠드셔야 했을 우리 엄마가 훌쩍이며 책을 읽고 계셨다.
  '엄마를 부탁해' 바로 이 책.



  
  며칠 뒤에 나도 이 책을 잡았다.
  엄마는 너무 재미있어서 잠자는 것도 잊으시고 하루만에 책을 다 읽었다고 하셨다.
  
  엄마가 눈물을 흘리는 건 흔한일이기에
  (우리 엄마는 마음이 너무 약해서, 드라마에서 나쁜 사람이 죽어도 우신다)
  이 책에 대해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다.
  베스트셀러인 걸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뭐 그리 대단하겠는가
  괜히 속으로 재고 있었다.



  어느 날 새벽, 한시 쯤 되었을거다.
  자기 전에 20분 정도 책을 읽는 습관이 있다. 
  왠만하면 책을 읽다가 졸려서 금방 잠이 든다.

  이 책을 펴들면서도 곧 자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왠걸, 멈출 수 없었다.
  1장만 보고 자야지 했는데 그 다음이 너무 궁금하다. (1장만 해도 책의 사분의 일이다)
  
  이상하다, 눈물이 났다.
  책의 반을 넘어가면서 시작된 눈물이
  책을 덮을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참 신기하게도 책을 읽으며 반은 울었다.
  참 졸렸는데 한 번도 안 쉬고 책을 다 읽었다.
  한참 울다가 책을 덮으니 아침 여섯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재미있고 잘 읽히면서 마음이 아팠다.
  모든 구성이 철저하고 더하거나 뺄게 없는 정도의 수작은 아니더라도
  참 잘 쓴 소설이다.
  엄마나 아빠를 다룬 소설은 신파일 수 밖에 없지만
  우리의 말초신경을 자극할 수 밖에 없지만
  이 책은 유치하고 뻔하게 다가가지 않았다.


  100쇄, 100만부 기념 양장 사인본을 받았는데(인터넷으로 샀으니 받고나서야 알았다)
  신경숙님이 
  '엄마'에 대해 함께 생각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꿈을 이루세요.
  라고 적어주셨다.


  온 밤을 지새우며 '엄마'에 대해 생각하고 울고 반성하고 났더니
  나에게 엄마가 있어 얼마나 좋은지.
  그리고 우리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어 참 좋겠다.


  우리 엄마는 이 책을 읽으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엄마의 엄마 생각을 했을까,
  아니면 나와 동생의 엄마로서 살아온 그 모진 시간들을 더듬어 보았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