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나 - 캐논박스 1차행사
월터 랭 감독, 율 브리너 외 출연 / 영상프라자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왕과 나,
당대 아카데미상을 수상했으며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부른 'Shall we dance'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동명의 뮤지컬에서 이 영화의 왕 '율 브리너'가 34년간 왕 역을 했다고 한다.
영화도 뮤지컬 영화다.
조금은 과장되게 화려하고 깔끔한 영화속 배경, 등장인물들의 노래가 뮤지컬 영화임을 분명하게 한다.


내용은 이러하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아들과 함께 시암(태국)으로 온 여주인공.
시암 왕의 후궁들과 왕자공주의 선생자격으로 온다. 
권위적이고 제멋대로 하지만 실은 장난스럽고 부드러운 면이 있는 왕과
사사건건 부딪히면서 사랑하게 된다.
그렇지만 왕의 후궁 중 한명이 애인과 도망갔다가 잡혀서 비극적 결말을 맺는 것을 보고 시암을 떠난다.



왕과 영국출신 교사의 사랑얘기인데
둘의 감정은 그렇게 잘 드러나지 않는다.

서로 마음은 있지만 표현하지 않고, 연인같은 스킨쉽도 없다.
그런 알듯말듯한 마음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이
바로 쉘위댄스를 부르며 왕과 춤을 추는 장면이다.
보는 나도 긴장감에 마음을 졸였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가장 최고의 장면은
뭐니뭐니해도 영국대사앞에서 펼쳐지는 연극장면이다.
태국의 아름다움이 가장 멋지게 드러나는 장면.
정말 감동스럽게 보았다.



그런데 나는 이 영화를 좋게만 볼 수 없었다.

내가 삐딱하기 때문일까, 영화는 너무도 서방국가중심적이었다.



태국의 왕궁을 화려하게 꾸미고 부유하고 강건한 태국을 묘사하긴 했지만
그 나라의 왕은 서양의 과학적사고를 배워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왜 태국인데 다들 영어를 쓰는거지?
영화 제작국가 국민들이 보는데 편하라고 그런것도 있지만서도
왠지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은 똑똑한 사람들이고 미처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영특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또 왕은 고집불통이고,
그가 그의 나라식으로 도움을 주려고 할때 (노예해방운동을 벌이는 링컨을 위해 코끼리를 보내주려고 한다. 코끼리를 보내야 전쟁에 이긴다며) 그 모습이 희화화된다.

태국인들에게도 그들만의 생활방식이 있고
그 나라에서는 그게 가장 좋은 것일텐데도
모든 사람들이 영국 가정교사가 하는 행동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영화막바지에 영국에서 대사가 온다.
시암왕이 야만인이어서 섭정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보러 오는 것이다.
그 때 왕은 후궁들에게 영국식 드레스를 입히고 영국식식사를 준비한다. 그게 과연 제대로 맞아주는 것일까? 

그리고 영국대사가 시암 왕실이 문화적으로 우수한가 아닌가를 시찰하러 온다지만
그건 핑계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우수하다는 것의 잣대는 서양이고, 서양과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동양을 터놓고 이해하려고 들지 않았다. 또 문화적으로 우수하더라도 지리경제적 이점이 있다면 지배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영국대사는 시암에서 문화적으로 좋은 인상을 받았다며 돌아간다.
제국주의논리를 교묘하게 옹호한다. 정말 문화적으로 우수하다면 지배하지 않았을 것 처럼, 외침을 받은 나라들이 다 열등하였기에 지배당했다고 볼 수 밖에 없도록 그려놓았다.



이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을 보여주지만
이 영화 제작당시, 근대화론으로 무장하여 동양국가를 깔보던 서방의 시각이 너무나 강해서
편하게 볼 수 없었다.


물론 제작된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그런 시각이 들어있을 수 밖에 없음을 감안해야하지만
현대의 감상자에겐 불편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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