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오씨 안녕 베씨
위르겐 뵘 외 / 푸른나무 / 1994년 7월
평점 :
절판


나 어렸을 적엔 러시아와 그 옆 몇몇 국가들은 소련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나는 소련이 '소비에트 연합'의 줄임말이었다는 건 전혀 몰랐으며
그냥 소련은 소련인 줄 알았다.



어린 나는 잘 이해 못했지만, 
어느 날 부터 아빠가 소련을 러시아라고 말씀하셨다.
이제 소련은 없다고, 러시아라고 불러야 한다고.


어쨌건간 소련이 러시아와 몇몇 국가가 되었다.


그 후 한참이 흘러
우리나라 처럼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로 나뉘어 살던 독일이 통일이 되었다.

자본주의 체제의 서독이 동독을 흡수했다.


어릴적엔 그저 마냥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었기에
우리도 그렇게 통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냥 우리도 돈 많이 벌어 흡수하면 안 될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 이후 독일이 어떻게 살아갈까, 
대체 어떠한 자잘한 문제들이 생길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커 가면서 다른 체제에서 살던 사람들이 더불어 살게 되면 
많은 부분에서 부딛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경제적으로 잘나가던 독일(서독)이 통일 후 쩔쩔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 때는 통일이 안 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왠지 통일이 되어야만 할 것 같았다. 
잘은 몰라도, 가족을 저 쪽에 둔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남과 북에 혈연적 관계가 옅어지더라도 왠지 통일이 되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더 크면서,
어마어마하게 들 통일비용은 투자의 개념이고
미래를 바라본다면 통일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비전이 있다는 걸 알았지.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독일이 분단되어 있던 시간보다 배는 더 오래 갈라져 있다.

생각의 차이는 더 클 수 밖에 없다.



독일의 학생들이 통일 후 쓴 이 글들을 읽으니
내가 예상할 수 있었던 문제점들, 또 미처 예상할 수 없었던 문제들이 명확하게 눈에 띄였다.
동독(공산주의) 사람들은 급작스럽게 직업을 잃고(그전에는 실업자라는 개념이 없었지) 능력을 저평가 받고 있었고 서독사람들은 동독 사람들 때문에 세금을 많이 낸다고 투덜댔다.


그리고 나는 동독에서 외국인을 폭행하는 극우주의가 들끓었다는 사실을 몰랐는데
학생들의 글을 읽고 알게 되었다. 
서독 사람들은 동독사람을 탓하고, 동독사람들은 자신보다 약자인 외국인들을 탓했다.


어떤 학생은 서로를 끔찍하게 싫어하며 욕을 퍼부었지만
어떤 학생들은 상황을 이해하고 희생하려고 하였고
심지어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통일 직후 독일의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한 듯 보였지만
아이들의 글에서 느껴지는 미래는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았다.

이 책이 나올 당시 아이들이었던 사람들이
지금 독일을 이끄는 청장년이 되어있을것이다.
잘 이끌어 나가고 있겠지.



청소년이 바라본 통일독일의 모습을 통해
왠지 우리가 어떻게 통일에 접근해야할지 알것 같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