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인 공주는 급식을 하도 많이, 빨리 먹어 '소나기밥 공주'라는 별명이 붙었다. 처음에 이 책을 잡았을 때는 소나기밥이라는 말이 그런 뜻일 줄은 몰랐다. 공주가 소나기밥을 먹어야만 하는 이유도 그런 것일 줄은 몰랐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면 누구나 방황을 시작할 나이다. 세상은 너무 가혹해보이고 내 삶과 미래가 불확실하며 왠지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나이다. 누구나 힘들겠지만 공주같은 사정이 있다면 세상은 그냥 가혹하기만 한 건 아닐거다. 세상이 나를 삼켜버릴 괴물로 느껴질지도 몰라. 아버지가 알콜 중독으로 요양원에 가시고 빛 안드는 지하 셋방에서 다른 집은 다 가스보일러로 바꿨지만 보증금이 없어 기름보일러를 쓰는, 나라에서 나오는 보조금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공주. 이런 상황에서 공주는 한 없이 나빠질 수도 있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지르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나쁜 게 아니라 세상이 날 그리 만들었다고, 나쁜 짓을 해도 조금은 당당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공주는 양심 때문에 힘들어한다. 실제로 가슴이 딱 막혀 체 하고 만다. 공주가 잘못을 고백했을때 주위의 반응이 너무 사랑스럽다. 음, 이런 경우에 일반적으로 사랑스럽다는 말을 쓰지는 않겠지만 내 기분은 그랬다. 공주를 차갑게 몰아세우지도 않았고 불쌍하다며 동정해버리지도 않았다. 잘못한 일에는 댓가를 치르게 하고 힘든 사정의 공주는 공주대로 감싸안아 준 햇님마트의 사장님과 팽여사가 너무 사랑스럽다. 아이의 잘못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을 보여주었다. 공주는 이런 사람들과 더불어, 또 언제나 공주를 최고로 사랑하는 아빠의 노력과 더불어 힘든 상황에서도 바르고 곧게 자라날 것이다. 그 시기에는 아무리 생활이 풍족해도 불만이 한 가득. 나는 여전히 세상 모든게 불만이니 참, 나이만 먹었지 자라진 않은 것 같다. 이런 나에게, 이럴 우리 아이들에게 공주는 잔잔한 깨달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