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아프리카
권리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눈 오는 아프리카,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가, 성장소설
매력적인 수식어들을 가득 달고 있는 책이다.


눈 오는 아프리카란 왠지 역설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제목이 먼저 눈을 끈다.
작가 자신이 40나라 좀 못 되는 나라들을 여행한 후에 나온 소설이라고 해서 더 궁금했다.
작가도 여행 끝에 매우 성숙해져 있을 것이다.
또 소설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한겨레 문학상은 내가 요새 작가 중 가장 좋아하는 박민규를 배출해 낸 상이다.
그래선지 왠지 마음이 간다.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가라면 솔깃하다.


성장소설,
난 법적으로는 성인이지만 아직 머릿속은 덜 큰 것 같다.
주인공 유석이 언제나 마음속에 아이를 품고 살듯, 
나도 여전히 내 스스로가 어리기만 한 것 같고 세상은 혼란스럽다.
이런 나에게 성장소설은 큰 힘이 된다. 



꽤나 기대를 가지고 책장을 펼쳤지만
솔직히 말해 평이했다.

이렇다할 엄청난 매력이 있지는 않았다.


박민규처럼 독창적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잘 짜여진 구조를 가진 것도 아니다.


아니, 구조는 나쁘지 않은데 가는 길이 문제인 것 같다.
사실상 성장소설이라기보단 여행소설이라고 말해야 옳은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너무 많은 나라를 돌아다닌다.

원래 집필 시작부터 "여행 소설을 써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권유로 시작되었다니까.
그래서 여행을 하는 도중에 계속 써 내려간 듯 한 소설.
작가가 간 나라, 갔던 호텔, 관광지는 죄다 등장하는 것 같다.


그래서 너무 복잡하다.
아버지의 유일한 자화상 ’야마 자화상’의 비밀을 밝히려는 의도에서 왠지 멀어져서
떠돌고 떠돌고 떠돈다.


쇼타의 형을 찾으려고, 야마 자화상때문에 세상을 탐험하기는 하는데
460여쪽이 되는 긴 분량동안
목표는 사라지고 여행만 남는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이 소설에 그림, 예술이 중요한 주제이긴 하지만
중간에 아주 긴 분량 예술가 끼리 예술관에 대해 토론하는 부분은 지루하다.
지루하고 어쩌라고! 싶은 마음이 생겨버리는 걸. 
너무 쓸데없이 한 쪽으로 깊이 빠져버린 거 아닌가 싶었다구.


어쨌건 결국 모든 건 밝혀지긴 했는데
왠지 400쪽은 부유하고 이리 튀고 저리 튀고 나도 몰라 너도 몰라 우리가 뭘 하는 거냐 했다가
나머지에서 급 수습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주인공이 성장했다는 느낌보다는
방황하다가 이제야 겨우 집에서 눈 한번 붙이러 가나 보다 싶은 결말이고.
전체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니라
막판 30여쪽에서 갑자기 모든 생각이 급 성장;
솔직히 당황스럽다.



말하자면
만화 원피스 같은 느낌이랄까.
오올블루를 찾겠다는 목표는 어느새 잊어버리고
하늘로 솟았다 땅으로 꺼졌다 왠지 모험에 모험만을 하고 있는


그런 원피스 같은 소설=ㅁ=



소설의 소재는 좋았는데
너무 복잡했다.
문장과 구성은 평이했지만 여행소설이라 그런지 우리나라 말 같지 않고 번역어투 같은 점이 많았다.(우리나라 작가가 썼는데 말여)


하도 좋은 소재가 많아서
그걸 다 쓰려다 보니 이렇게 산만해진게 아닐까?

정말 정말 좋은 소재라 다 안고 가고 싶어도
피 눈물을 흘리며 조금은 버려야 
깔끔하고 완성도 있는 글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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