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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감독 / 대원DVD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라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보았다.
이미 극장에서 몇 번, 비디오 빌려서 한 번 미야자키 감독의 만화를 접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어릴적 티비에서도 많이 봤었지.
빨간머리앤, 미래소년코난.
그 아날로그적 그림체(3D보다 훨씬 좋아한다)에
엄청난 볼거리를 제공하는 화려한 화면과 역동감.
그렇지만 미야자키 감독이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그가 가진 철학 때문이 아닐까?
만화는 아이들이 보는 웃고 즐기는 것이라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을 깨는 깊은 내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이들이 봐도 재미있는 신기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
혹자는 그를 천재라고 한다.
나도 감히 미야자키 하야오를 천재라고 부르고 싶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든 애니메이션을 볼 때,
그리고 보고 나서 며칠 간은 그 영화 내용을 생각하게 된다.
그저 그런 영화였다면 보자마자 머리에서 빠져나가는데
인상깊게 보았고 감동적이었으며 생각할 게 많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나를 붙잡고 놔주지 않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은 대부분 심각한 환경오염이 진행된 세계와
그 세계에서 인류를 구하고 자연을 수호하려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나우시카도 자연과 하나된 주인공이다.
'바람계곡'의 공주 나우시카는
곤충과 '부해'(숲이 썩어들어가 유독가스를 내뿜고 있는 곳)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곤충을 죽이려들지만
나우시카는 자연과 대화하고 호흡한다.
식물과 곰팡이들이 독가스를 내뿜는 것이 아니라
오염된 땅때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부해가 인간세상을 뒤덮고
점점 인간들이 살아갈 자리가 없어지는데
바람계곡은 언제나 바람이 끊이지 않아 지금까지는 부해가 덮쳐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부해를 불태우고 다른 나라들을 다 정복하려는
호전적인 이웃나라 때문에 위기가 닥쳐온다.
나우시카는
무력이 아닌 믿음으로 그 위기에서 모두를 구해낸다.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곤충 '오무'의 실제 모습을 아는 건 나우시카 뿐이었다.
이성을 잃은 오무의 떼 속에
몸을 던지는 나우시카의 모습을 보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짜르르 흘렀다.
컴퓨터 화면정도의 모니터로 보았는데
극장에 앉아 엄청난 음향으로 영화를 본 것보다 더 한 느낌이 몸을 지배했다.
한낱 '만화'가 이 정도의 감동을 주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작은 모니터로 보고 만 것이 너무 아쉬울 따름.
언젠가 큰 화면으로 한 번 더 보고 싶다.
아니, 사실은 다섯번 봐도 또 보고 싶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