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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의 동화 [dts] - 홍콩 컨템포퍼리 시리즈, 태원 2006년 8월 홍콩영화 할인
장완정 감독, 주윤발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가을날의 동화.
어느 날 우연히 켠 영화정보 프로그램에서 '추억의 부스러기'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어릴적 명절마다 보는 홍콩영화에서
언제나 멋있는 모습으로 나오던 주윤발 아저씨가
더 없이 초췌하고 찌질한 모습으로 나오는 영화.
내 기억 속에선 언제나 정돈된 머리에 양복을 멋지게 입고 액션영화에 나왔는데
이렇게 볼품없는 모습으로 멜로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그 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20년도 훌쩍넘은 영화의 이상한 세련됨에 매료되었다.
스토리는 어떻게 보면 뻔하고 (그 때는 그게 참 신선했을지 몰라도)
플롯도 평이한데
영상이 아름다워 왠지 보고 싶었다.
영화 프로그램에서 마지막 장면까지 다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보고 싶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사람들의 가슴에 남는 것은 그만한 매력이 있어서겠지.
홀로 본 영화는
정말 마음에 남을 만 했다.
스토리는 이렇다,
남자친구 빈센트를 따라 미국 유학길에 오른 제니퍼는
먼 친척 '뱃머리'(주윤발 아찌)의 아파트에 머물게 된다.
뱃머리의 이름은 새뮤얼 팬. 10년간 선원생활을 하며 뱃머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는 돈은 써야 맛이라고 생각하면서
번 돈을 죄다 노름하는데 쓰고 담배와 술을 많이 하며
똥차를 험하게 몰면서 지나가는 멕시칸들과 레이싱을 즐기는 싸움꾼.
인생 대강사는 남자다.
제니퍼는 뉴욕으로 오는 빈센트를 마중나갔다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본다.
다음 날 제니퍼를 찾아와 미국의 자유스러움을 즐기고 싶다는 빈센트.
그렇게 이별이 찾아온다.
제니퍼는 괴로워 하지만 곧 자신의 생활을 열심히 해 나간다.
제니퍼는 여러가지 어려운 일을 겪기도 한다.
뱃머리는 그런 제니퍼가 왠지 신경이 쓰인다.
이런 저런 사건을 겪으며 둘 사이는 왠지 모르게 복잡미묘하게 되고
뱃머리는 자신의 방탕한 삶을 바로잡아 제니퍼에게 좋은 남자가 되려고 한다.
그렇지만 뱃머리의 생일에 열린 파티에 빈센트가 제니퍼를 다시 찾아오고
뱃머리는 낙담하여 다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다. 노름판에 갔다가 싸움을 하러 간다.
제니퍼도 그 모습에 실망한다.
복잡한 감정으로 뱃머리의 방에 들어갔다가 그 날이 뱃머리의 생일이라는 것을 뒤늦게 안다.
자신의 생일날 밤새 싸움을 하고 돌아온 뱃머리는
자신의 방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고 꽃이 꽂혀있는 걸 보고 매우 기뻐하며
제니퍼가 가지고 싶어 하던 시계줄을 고물 자동차와 바꿔서 겨우겨우 사온다.
아주 행복한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뱃머리의 모습.
정말 행복한 모습이지만 제니퍼는 떠나려고 한다. 그 두 장면이 대비되어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집 앞에 도착한 뱃머리는
빈센트와 함께 떠나는 제니퍼를 보고 굳어버린다.
둘은 말없이 선물을 교환하고 헤어진다.
빈센트와 다시 연인이 되기로 한 것이 아닌데.. 그 둘은 왜 서로에게 조금 더 빨리 솔직하지 못했을까.
제니퍼도 뱃머리를 소중하게 생각했다.
뱃머리가 받은 선물은 제니퍼의 할아버지 유품 시계였다.
뱃머리는 그 시계에 어울리는 시계줄을 선물한 것이었다.
뒤늦게 뱃머리가 뛰어가 보지만 그는 시계줄을 사느라 차가 없다.
어떻게 이렇게 엇갈릴 수 있는가, 가슴이 미어지는 장면이다.
먼 훗날
자신의 딸과 바다에 온 제니퍼.
뱃머리의 꿈이라던 바닷가 식당 '샘팬'을 발견하고
말쑥한 옷을 차려입고 자신을 맞아주는 뱃머리 새뮤얼 팬과 재회한다.
너무 극적인 이야기다.
흑 ㅠ 조금 울고 말았다.
어떻게 보면 평이하고 별거 없는 영화일지 모르겠다.
잔잔하기도 너무 잔잔하다.
그렇지만 그 잔잔함 속에 수줍은 연인의 미묘한 감정을 너무나 잘 담았다.
둘 다 서툴기에 둘은 이어지지 않는데
그 어긋남이 마음이 아팠다.
너무 아쉬웠다.
아름다운 음악과 배경, 아름다운 종초홍와
누더기같은 옷을 입고 있어도 멋있는 주윤발.
그리고 잔잔하면서도 아름답고 가슴이 미어지는 감성이 있는 영화였다.
요즘 화려하고 반전이 넘치는 영화에 익숙한 나는
조금 지루하다고 생각하면서 보기도 했지만
결국 이 영화는 가슴깊이 남았다.
훗날 다시 또 생각날 것만 같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