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고 있는 명작 레옹. 퇴폐적이고 어둡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순수하다. 레옹은 차갑고 냉정한 킬러지만 선글라스를 벗은 모습은 눈이 축 처진 순한 남자. 술도 안 마시고 우유를 마시고 급박한 상황에서도 식물을 자기 몸 보다 더 아낀다. 마틸다는 존재 그 자체가 매력이다. 지금의 모습도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작은 소녀의 몸으로 소름끼치게 연기를 하는 당시의 모습은 정말 최고!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레옹이 데뷔작이라고 하는 데, 어떻게 그렇게 연기를 잘 했을까. 작은 몸, 신비스러운 얼굴, 세상 모든 것에 지쳤다는 듯한 태도. 그 작은 아이에게는 순수함 보다 퇴폐미가 풍겨나온다. 철 없음도 아니고 폭력성도 아니고(간혹 아이들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난폭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니까) 퇴폐미라니, 그 나이에. 킬러지만 아이처럼 순수한 남자와 아이지만 세파에 찌든 소녀. 소녀는 레옹을 사랑한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둘 사이에선 결국 아무런 일도 없지만 그들의 우정을 야릇하게 볼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영화의 모든 장치가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둘의 관계가 지독하게 순수해보이기도 하는 것이 이 영화의 이상한 점이며, 매력적인 점이다. 형사 역을 맡은 개리 올드만의 연기도 소름끼친다. 마치 '조커'(다크나이트에서)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왜 형사가 그렇게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일까? 마약단속반 형사면서 왜 자기들은 정작 총질하기 전 마약을 먹을까. 이와 대비되는 킬러 레옹과 토니. 맨 처음에 토니는 레옹 돈 떼먹으면서 일만 시키는 악덕 업자인 줄 알았다. 막판에 자신을 찾아온 마틸다에게 '매 달 찾아와라' 자기도 '클리너'가 되겠다고 자청하는 그녀에게 '학교에나 가! 누군 슬프지 않은 줄 아니'라고 호통치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인간미가 넘쳤다. 정의의 편 형사들이 우리의 눈에 악으로 보이고 나쁜 일을 하는 그들은 사실 순박한 보통 사람들이다. 세상은 부조리하다. 나빠 보이는 모든 것 (레옹과 마틸다의 관계도 포함하여)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감독판이 아닌 일반판이라 약간 아쉬움이 남지만 매력적인 영화, 지금봐도 엄청나게 매력적인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