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터 2집 - Humming Street
스웨터 (Sweater) 노래 / 드림비트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를 꼽으라면
아마 거침없이 스웨터라고 말할 것이다.
(실은, 조금 어릴때 까지만 해도 god랑 고민했을 거야 ㅋㅋㅋ)



나는 원래 음악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초딩 때 애들이 서태지와 HOT를 좋아하고 앨범사고, 유행가 부르고 할 때
나는 시대에 뒤떨어지게 동요 부르고 댕겼다.
애들이 "넌 그 노래도 모르냐!" 이래서 자존심 때문에 가요톱텐을 본듯=_=(그래, 그땐 가요톱텐이었다)



중학교에 올라와서 나는 빠순이가 되었다.
물론, 나는 나의 빠순이 시절을 매우 아름답게 추억한다 ㅋㅋㅋㅋ
어떤 하나에 오롯이 빠질 수 있던 순수한 시절.
그 때도 나에게 음악이 있었던 건 아닌 것 같다.
내가 좋아한 건 그들의 음악이 아니라 그들의 이미지일 뿐이란 걸 이제는 안다.
(하지만 이 말도 조금은 틀려 ㅋㅋ 여전히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찡하기도 하다)




나는 그냥 그런 아이였다.
진짜 아무런 특색도 없는 그냥 보통 아이.



그냥 그런 보통 아이들은, 누구나 귀에 엠피쓰리를 꼽고
최신곡들을 들으며 외우며 길을 쏘다녔다.
나도 그냥 그런 보통 아이여서 
인터넷 음악사이트에서 음악을 공짜로 주워들었다.
최신곡들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거 때문에?
아마도, 그런 걸 알고 있는 것도 또래집단과 교류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나는 그냥 그런 보통아이인데도
최신곡들을 들으면서 신물이 났다.
뭐 이리 노래들이 다 똑같은지, 그리고 음악보다는 제 살 보여주기에 치중하는 지!


그러면서도 최신곡들을 들어제끼고 있었는데
갓 고등학생이 되었던 나에게 다가온 음악이 있었다.



바로 No.7


처음에는 그냥 다른 노래들 처럼 별 감흥 없이 들었던 것 같다.
며칠 지나니 또 듣고 싶길래 또 들었다.
몇 번 들으니 자꾸자꾸 듣고 싶길래 자꾸 들었다.


마음에 바람 구멍 하나 난 것 같던 시절이었다.
이 노래는 나를 '또 안아 주었'다.


앨범을 샀다. 
내가 처음으로 사는 인디씬의 앨범이었다. 


듣고, 듣고 또 들었다.
그 속에 있는 모든 곡들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듣고 듣고 듣고.
마음이 아플 때도 듣고,
고3때 너무나 힘들 때도 듣고.


스웨터는 정말 이름 처럼 나를 포근하게 지켜주었다.
그들의 노랫말에서 희망을 찾았고
힘들 때 버텨나갈 수 있는 힘을 찾았다.
내 마음을 모두 다 아는 것 같은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


음악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난 물론 여전히 아주 평범한 사람이지만,
이제는 음악을 좋아한다. 
최신곡에 휩쓸리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들을 줄 안다.
좋은 곡을 '발견'하면 즐겁고, 듣고 있으면 행복하다.
그렇다고 음악에 대해 빠삭하게 잘 안다거나
유명하다는, 진짜 좋다는 음반들을 죄다 가지고 있거나 그런 건 아니다.

그냥 몇 개 없는 내 앨범들에 대부분(히히) 애정을 가지고 있다.
모던 락이니, 브릿팝이니, 일렉트로니카니, 이런 분류는 잘 모른다.
그냥 좋으면 좋은 거다, 그래서 열려 있고 행복하다.



내가 처음으로 음악에서 행복과 안도와 슬픔과 희망......
이 모든 것을 느끼게 된 것은 스웨터.


여전히 말한다.
나에게 스웨터는 일생의 음악.


Humming Street는 난생 처음으로 만난 진정한 친구와 같은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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