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내가 원한 것
서한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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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뜨거운 여름날 여름을 주제로 한 산문집을 읽어 보았다. 서한나의 <여름에 내가 원한 것>을 덮고 나니, 마치 한여름 오후 에어컨이 고장 난 방에서 나온 것처럼 온몸이 뜨겁다. 책은 계절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삶의 태도에 관한 고백서였다. 작가가 말하는 '여름의 상태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작가가 여름을 "무언가를 향한 안달복달과 그 후에 오는 소강상태"라고 정의했을 때, 나는 순간 움찔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온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뭔가를 간절히 원하고, 애타게 기다리고, 그것을 얻거나 잃은 후에 오는 허탈감. 그 반복되는 리듬이 여름의 본질이라니 말이다. 우리는 흔히 여름을 뜨겁고 화려한 계절로만 생각하지만, 서한나는 그 이면의 권태와 나른함도 함께 포착한다. 밤새 뒤척이다 잠든 후 오는 늦은 오후의 무기력함, 무언가를 기다리지만 정작 무엇을 기다리는지 모르는 막막함. 이런 감정들이 여름이라는 계절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한다는 것을 그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나 역시 여름이면 늘 무언가를 기다리는 기분이 된다. 특별한 만남이나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일상들. 그 사이의 간극에서 느끼는 애매한 감정을 작가는 너무나 정확하게 포착해냈다.

"사랑의 시작은 그와 헤어지고 그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나는 오래 멈춰 서 있었다.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 만남이 아니라 이별 후 그리움이라는 역설.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게 맞다. 진짜 사랑은 상대가 없을 때 비로소 선명해진다. 작가는 과거의 연인과 함께 들었던 노래, 함께 달렸던 길이 그 사람 없이는 더 이상 같은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말한다. 사랑은 결국 기억을 재편하는 작업이고, 일상의 모든 것에 그 사람의 흔적을 새겨넣는 일이다. 그리고 이별 후에는 그 모든 것들이 아프게 남는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어떤 사람과 함께 자주 가던 카페에 혼자 갔을 때의 어색함, 그 사람이 좋아했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밀려오는 복잡한 감정들. 사랑이 끝난 후에도 세상은 그 사람의 흔적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작가는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모르는 언어로 하는 사랑 고백 같았다"는 표현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것들은 말로 표현되지 않는다는 통찰. 눈빛으로, 침묵으로, 아주 작은 몸짓으로 전해지는 감정들이 오히려 더 진실할 때가 있다. 하지만 작가는 동시에 "모든 것을 말로 확인하는" 자신의 성향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확신을 원하지만 확신할 수 없는 관계의 모호함 속에서 느끼는 불안과 간절함. 이런 솔직함이 이 책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누구에게나 방어벽이 있으며 그것을 무너뜨리지도, 들여다보지도 않으며 산다".. 마치 차가운 물을 끼얹은 것 같았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결국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실망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는 법을 배우는 것.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정한 친밀감의 가능성도 함께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이런 현실을 비관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사랑보다 자신을 지키는 쪽을 선택한다는 것, 그것도 하나의 삶의 방식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이런 태도에서 나는 작가의 성숙함을 본다.

"여름밤은 아무리 써도 닳아지지 않는다"는 표현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여름밤의 그 특별한 마법 같은 것. 시간이 무한히 늘어나는 것 같은 착각,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작가는 이런 감각을 포착하는 데 탁월하다. 습한 공기 속을 걸어 들어가는 기분, 자전거를 타고 천변을 달리는 사람들, 전화를 하며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걷는 학생. 여름밤의 풍경들이 하나하나 살아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습기가 싫다고 말하지만 정말은 습기가 좋은" 우리의 이중적인 마음과 맞닿아 있다. 작가가 "공간에 얽혀 있는 기억이 너무 무섭다"고 말할 때, 나는 깊이 공감했다. 어떤 장소에 가면 그곳에서 보낸 시간들이 한꺼번에 되살아나는 경험.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면서 현재의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기억들이 우리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가고시마의 바다, 남해의 운동장, 태국의 어느 섬. 이런 공간들은 지명만이 아니라 감정의 지도가 된다. 작가는 이런 장소들을 통해 자신의 사랑과 그리움을 구체적인 형태로 남겨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여름의 상태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였다. 작가에게 여름은 하나의 삶의 철학이다. 권태와 매혹이 공존하는 복잡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과거의 기억을 그리워하면서도 현재를 포기하지 않는 것,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음을 알고 있는 것이다. 여름이 아닌 계절에도 여름밤의 냄새를 찾아다니는 작가의 모습에서, 나는 잃어버린 감각들을 되찾으려는 인간의 애틋한 노력을 본다. 완벽하게 재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찾아 헤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일이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섞이는 것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다. 타인과 섞이고, 과거와 현재가 섞이고, 기대와 실망이 섞이는 것. 작가는 그런 혼재 상태를 싫어한다고 하면서도, 여름에는 그것을 받아들인다. 아니,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다. 노천에서 사람 구경을 하고, 습기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누군가를 만나러 먼 곳까지 가는 것. 이 모든 행위들이 결국은 세상과 섞이려는 시도들이다. 안전한 거리를 포기하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진짜 경험을 추구하는 것인 것 같다. 이제 끝이 없을 듯한 무더위도 지나가고 가을이 오고있다. 가을이 기다려 진다... 계절이 바뀌어도 이 온도를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여름의 상태로 산다는 것, 그것은 결국 삶의 모든 순간을 감각적으로, 충만하게 경험하겠다는 선언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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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TAL - AI 시대 자기 계발 프레임워크의 끝판왕
구자봉 외 지음 / 북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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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공지능의 물결이 우리 일상의 모든 영역을 뒤바꾸고 있다. 기술적 진보의 차원을 넘어서, 이는 인간 존재의 본질적 의미를 재정의하는 거대한 전환점이다. 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어제와는 다른 세상에 발을 딛고 있으며, 그 변화의 속도는 인간의 적응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이러한 혼돈의 시대에 이번에 읽은 'VITAL' 프레임워크 속 5명의 전문가가 북촌 카페에서 시작한 작은 대화가 현대인의 실존적 고민에 대한 해답으로 발전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이 제시하는 VITAL은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기술과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론을 담고 있다.

VITAL의 진정한 가치는 추상적 이론이 아닌 실천 가능한 방법론에 있다. 각 요소를 일상에 적용하는 구체적 방법들을 살펴보면, 먼저 Vision Reset은 정기적인 자기 점검 시스템 구축으로 시작된다. 매 분기마다 자신의 성장 궤적을 돌아보고, 새로운 기술 트렌드와 사회적 변화를 고려하여 목표를 재조정하는 것이다. Identity-based Habits는 AI 도구들을 활용한 개인 루틴 최적화로 구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업무는 인간의 직관적 판단력에 의존하되, 정보 수집과 정리는 AI의 도움을 받는 하이브리드 작업 방식을 개발하는 것이다. True Self Branding은 자신만의 고유한 관점을 지속적으로 발신하는 것으로 실현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나 전문 플랫폼을 통해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되, 그 메시지가 진정성 있는 개인 경험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 Authentic Leadership과 Life Emotion Mastery는 특히 대인관계와 조직 환경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AI 시대의 리더는 모든 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이다.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정서적 안정감이 필요하다. 감정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부정적 감정을 적(敵)이 아닌 정보 제공자로 바라보는 것이다. 불안은 준비가 필요한 영역을 알려주는 신호이고, 두려움은 중요한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는 알림이다. 이러한 감정들을 건설적으로 활용할 때, 개인은 변화의 속도에 압도당하지 않고 오히려 그 흐름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현대 직장인들이 경험하는 번아웃은 단순한 업무 과부하가 아니라 변화에 대한 적응 부담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VITAL의 감정 관리 전략은 이러한 적응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면서도 성장 동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VITAL 프레임워크의 궁극적 목표는 외부의 압도적 변화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내적 생명력을 발견하고 키우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AI 시대에 살아남는 것을 넘어서, 이 시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주체적 존재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다섯 명의 저자들이 강조하는 것처럼,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연이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지는 온전히 우리의 선택이다. VITAL은 이 선택의 순간에 필요한 내적 나침반을 제공한다.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새로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할 것인가이다. VITAL 프레임워크는 이 질문에 대한 실용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답을 제시한다. 기술의 발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그리고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를 동시에 추구하는 통합적 삶의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VITAL이 추구하는 것은 외부의 변화에 끌려다니는 수동적 적응이 아니라, 변화를 자신의 성장 기회로 전환시키는 능동적 창조다. 이는 AI 시대를 견디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기술과 인간이 상호 보완하는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가는 역동적 여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VITAL은 개인의 자기계발을 넘어 인류 전체의 진화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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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다 2 - 역사의 변곡점을 수놓은 재밌고 놀라운 순간들 역사를 보다 2
박현도 외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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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역사를 보다2>. 두번쨰 작품을 바로 읽어보았다. 책장을 넘기는 손끝에서 느껴지는 것은 지식의 습득만이 아니었다. 마치 시간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은 탐정이 된 기분이었다. 각 장을 읽어갈 때마다, 나는 과거의 증인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미래의 고고학자가 되기도 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사학자들을 '기록 탐정'에 비유한 대목이었다. 그들이 파편화된 자료들을 모아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은, 마치 범죄 현장에서 단서를 수집하는 수사관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이들이 추적하는 '범인'은 이미 수백, 수천 년 전에 사라진 시간 그 자체라는 점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그런 탐정이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바퀴벌레를 위협적으로 그린 이유, 젓가락이 나라마다 다른 모양을 갖게 된 배경, 몽골이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 등을 추리해 나가는 과정이 스릴러 소설을 읽는 것만큼이나 흥미진진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세계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일찍부터, 더 깊게 연결되어 있었다는 발견이었다. 지중해를 둘러싼 고대 문명들의 교류, 실크로드를 통한 기술과 문화의 전파, 심지어 한반도와 중앙아시아를 잇는 숨겨진 고리들까지...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나라의 제지술이 탈라스 전투를 통해 이슬람 세계로 전해졌을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단순히 중국의 기술이 서쪽으로 전해진 것이 아니라, 고구려의 '만지' 기술이 그 과정에 관여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은, 우리가 세계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런 연결고리들을 발견할 때마다, 나는 마치 거대한 퍼즐의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지는 쾌감을 느꼈다. 우리가 배운 역사는 종종 각 지역을 독립된 섬처럼 다뤘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실들로 연결된 거대한 그물망이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 중 하나는 종교와 역사의 관계를 다룬 장이었다. 종교가 신앙의 영역이 아니라, 권력과 정치, 경제가 복잡하게 얽힌 사회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성유물의 제작과 유통에 관한 이야기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겼다. 중세 시대에 대량으로 만들어진 가짜 성유물들, 그리고 그것을 통해 권력과 부를 축적하려 했던 사람들의 모습은, 현대의 가짜뉴스나 허위 정보 유통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종교사를 공부하는 학자들을 '종교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부분에서는 쓴웃음이 나왔다. 신앙과 학문의 긴장 관계, 믿음과 비판적 사고 사이의 간극은 종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보편적 딜레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달은 것은 '해석'의 중요성이었다. 같은 유물이라도 누가,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 발해의 이두 문자, 심지어 버뮤다 삼각지대의 미스터리까지, 모든 것이 해석의 문제였다. 이는 역사 연구에서 다양한 관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서구 중심의 역사관,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사, 한국 중심의 국사 등 각각의 프레임은 나름의 유용성을 갖지만, 동시에 한계도 분명하다. 여러 시각을 교차하고 비교할 때 비로소 역사의 입체적 모습이 드러난다는 저자들의 주장에 깊이 공감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독자를 시간 여행자로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나일강 범람에 맞춰 살아가던 고대 이집트인의 일상, 파도의 파장만으로 항해했던 고대 항해사들의 놀라운 기술, 1천 년 넘게 땅속에 묻혀있다가 우연히 발견된 백제금동대향로의 운명 등을 읽으면서, 나는 정말로 그 시대를 직접 경험하는 듯한 생생함을 느꼈다. 특히 고려인과의 대화를 통해 언어의 변화를 설명한 부분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어떻게 문화를 변화시키는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던 고려인의 말이, 맥락과 상황을 통해 조금씩 의미가 통하게 되는 과정은, 과거와 현재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역사 연구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역사책을 읽다 보면 보통 큰 전쟁이나 위대한 인물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는데, 이 책은 오히려 작고 사소해 보이는 것들에서 역사의 진실을 찾아낸다. 한 장의 종이가 만들어지는 과정, 젓가락의 재질이 결정되는 배경, 심지어 고양이가 사랑받는 이유까지도 모두 깊은 역사적 맥락을 품고 있었다. 이런 '작은 역사'들을 읽으면서, 나는 역사란 거창한 사건들의 나열이 아니라 무수한 일상의 축적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파피루스를 만들기 위해 나일강변의 사초류를 채집했던 고대 이집트인들, 양가죽을 정성스럽게 가공해 양피지를 만들었던 중세 유럽인들, 그들 하나하나의 작은 노동이 모여 인류 문명의 큰 흐름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에게 몽골은 그저 '무시무시한 침입자'였고, 이슬람은 '먼 나라의 종교'였으며, 고대 이집트는 '미스터리한 피라미드의 나라'였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이런 단편적 이미지들이 하나씩 해체되고, 그 자리에 훨씬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모습들이 들어섰다. 몽골의 침입이 단순한 파괴만이 아니라 문화와 기술의 전파 통로였다는 점, 이슬람 문명이 그리스 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킨 주역이었다는 점, 고대 이집트가 사막이 아닌 나일강변에서 꽃핀 문명이었다는 점 등을 알게 되면서, 내가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갖고 있었는지를 반성하게 되었다. 현재 우리가 다른 문화와 민족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비슷한 편견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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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피아니스트 교육법 - 세계 3대 콩쿠르 우승자는 어떻게 피아노를 배웠는가
카와카미 마사히로 지음, 김소영 옮김 / 현익출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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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 조용한 오후, 한 권의 책이 내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기적의 피아니스트 교육법>이라는 제목 뒤에 숨겨진 이야기는 음악 교육을 넘어선 인생의 철학이었다. 시각 장애를 가진 피아니스트 츠지이 노부유키가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기까지의 여정. 그리고 그를 12년간 지도한 스승 카와카미 마사히로의 헌신적인 교육 철학. 이들의 이야기는 음악을 넘어 삶 자체에 대한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악보를 가지고 살아간다. 때로는 음표들이 선명하게 보이고, 때로는 흐릿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악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선율로 연주해내느냐이다. 노부유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말한다. 장애는 한계가 아니라 다른 방식의 가능성이라고 다시한번 이야기 한다.

카와카미 마사히로 교수의 교육법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학생의 개성을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체계적으로 지도했다는 점이다. 그는 노부유키를 위해 악보의 모든 음표와 기호를 일일이 녹음했다. 단순히 멜로디만 들려준 것이 아니라, 음악적 뉘앙스와 해석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가이드를 만들어준 것이다. 이런 스승의 모습에서 우리는 진정한 교육자의 자세를 배운다. 가르침이란 자신의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방법을 찾아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다. 마사히로 교수는 노부유키의 시각 장애를 극복해야 할 결함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청각적 감수성을 더욱 예민하게 발달시킬 수 있는 특별한 조건으로 받아들였다. 우리 삶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때로는 우리 자신이 스승이 되어야 하고, 때로는 다른 이에게 스승이 되어야 한다. 그럴 때 기억해야 할 것은 각자의 속도와 방식을 존중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방법으로 배우지 않으며, 같은 속도로 성장하지도 않는다.

노부유키의 성공 뒤에는 헌신적인 어머니가 있었다. 그녀는 아들의 모든 레슨에 참여하며 필기를 하고, 연주를 녹음해서 함께 피드백했다. 아들의 음악적 여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것이다. 이런 모습에서 우리는 진정한 지지의 의미를 깨닫는다. 사랑한다는 것은 때로는 함께 고민하고,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노부유키의 어머니는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들의 꿈을 이해하려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도 함께 성장했다. 우리 모두에게는 지지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때로는 가족이고, 때로는 친구이며, 때로는 우연히 만난 인생의 동반자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이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꿈을 함께 꾸고, 그들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이 되는 것 말이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 중 하나는 "창조성은 제로에서 시작되지 않는다"는 표현이었다. 진정한 창조는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상태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다. 충분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끊임없는 탐구가 축적되었을 때 비로소 개성 있는 표현이 가능해진다. 이는 음악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진리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해결책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꾸준한 학습과 경험의 축적, 그리고 기존의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노부유키가 카푸스틴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이다. 클래식의 기초를 탄탄히 쌓았기 때문에 재즈적 요소가 가미된 현대 작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기초가 없었다면 창조적 해석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마사히로 교수가 유럽의 콘서트홀에서 경험한 울림의 차이는 매우 상징적이다. 일본에서만 연주하며 길러진 귀로는 유럽 홀의 풍부한 잔향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환경이 바뀌면서 그의 청각적 감수성도 달라진 것이다. 이는 우리 인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익숙한 환경에서만 머물러 있으면 우리의 감각도 그 범위에 머물게 된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도전이 우리의 감수성을 확장시킨다. 때로는 불편하고 어색할 수 있지만, 그런 경험들이 결국 우리를 더 풍부한 사람으로 만든다. 노부유키 역시 다양한 무대에서 연주하며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찾아갔을 것이다. 각각의 홀이 주는 다른 울림을 통해 같은 곡이라도 새로운 표현을 발견했을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의 다른 면들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다.

...

성공한 예술가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꾸준함이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성취는 없다. 매일매일의 작은 노력들이 쌓여 큰 결과를 만들어낸다. 마사히로 교수가 카푸스틴의 전곡을 연구하기 위해 러시아어까지 공부한 것처럼, 진정한 전문가는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를 유지한다. 이런 꾸준함은 반복과는 다르다. 매번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는 호기심과 더 나아지려는 의지가 함께해야 한다. 노부유키가 매일 연습하면서도 지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삶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무엇을 하든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작은 발전에도 기뻐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결과만을 쫓다 보면 과정의 소중함을 놓치게 된다. 하지만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다면, 그 여정은 결과보다도 더 값진 것이 된다.

음악은 정답이 없는 예술이다. 같은 곡이라도 연주자에 따라 전혀 다른 감동을 준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남들과 비교할 필요 없이, 우리만의 방식으로 아름다운 인생이라는 곡을 연주해나가면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꿈을 향해 건반을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연주가 세상에 아름다운 울림을 더하듯,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자. 그것이야말로 노부유키와 그의 스승이 우리에게 들려준 가장 아름다운 선율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조용히, 때로는 열정적으로. 우리만의 템포로, 우리만의 색깔로 인생이라는 곡을 연주해나가자. 그 연주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바로 우리가 세상에 선사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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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저 뛰어도 될까요? - 부상 없이 완주하는 42.195km
남혁우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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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침 햇살이 창가를 스치듯 지나갈 때, 문득 마라톤이라는 단어가 마음속에 떠오른다. 42.195킬로미터. 숫자로 보면 간단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어떤 이는 이를 극한의 도전이라 부르고, 어떤 이는 자신과의 싸움이라 말한다. 나에게 마라톤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지만, 그 미지 속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마음 한켠에 자리하고 있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발걸음이 리듬을 타며 앞으로 나아갈 때의 그 순수한 기쁨을 안다. 처음엔 몇 분도 달리지 못해 숨이 차던 몸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느끼며, 나는 인간의 적응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지 깨닫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부상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무작정 열정만으로 달리다가 몸을 망가뜨리고 싶지는 않다.

이번에 읽은 <마라톤, 저 뛰어도 될까요?> 정형외과 전문의가 전하는 마라톤 완주의 비결을 읽으며, 나는 새로운 관점을 얻었다. 마라톤은 정신력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3분의 2 지점까지는 철저히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고, 마지막 3분의 1에서야 비로소 정신력이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이는 삶과도 닮아있다. 우리가 꿈을 향해 나아갈 때, 처음에는 치밀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충분한 기반을 쌓지 않고 무작정 도전한다면 좌절하기 쉽다. 하지만 탄탄한 준비를 바탕으로 한 도전이라면, 마지막 순간의 의지력이 우리를 목표점까지 이끌어 줄 것이다. 나의 마라톤 여정도 이런 철학으로 시작하고 싶다. 먼저 나 자신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부터. RunBTI 테스트를 통해 나만의 러닝 성향을 이해하고, 현재의 체력 수준을 객관적으로 측정해보자. 무리한 목표보다는 현실적이고 단계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달리기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시작이 아니라 지속이다. 처음 몇 번은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으로 신발끈을 묶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핑계들이 하나둘 고개를 든다.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고, 내일은 일이 바쁘고, 모레는 몸이 피곤하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습관이라는 것은 참으로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무의식적으로 몸이 움직인다. 주 2-3회,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꾸준히 달리다 보면, 달리기는 더 이상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 된다. 나는 이런 습관의 마법을 체험하고 싶다. 아침 공기가 차가울 때도, 저녁 해가 질 때도, 내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달리기 코스로 향하는 그런 삶을 상상해본다. 그때의 나는 더 이상 달리기 때문에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달리기를 통해 더 큰 꿈을 품고 있을 것이다.

마라톤 훈련에는 몸의 준비만큼이나 마음의 준비도 중요하다. 올바른 러닝화 선택부터 정확한 달리기 자세, 효과적인 스트레칭까지,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퍼즐 조각들이다. 4주, 8주의 체계적인 연습 프로그램을 통해 10km부터 하프, 그리고 풀코스까지 단계별로 도전해 나가고 싶다. 특히 관절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흥미로월다. 달리기가 관절에 해롭다는 편견과 달리, 꾸준한 러너들의 관절염 발병률이 일반인보다 현저히 낮다는 연구 결과는 큰 희망을 준다. 올바른 방법으로 달린다면, 마라톤은 건강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진시키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마라톤에는 정답이 없다. 누군가는 3시간 대에 완주하고, 누군가는 6시간을 넘겨 들어온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완주 그 자체다. 42.195킬로미터를 자신의 두 발로 완주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대한 성취다. 나는 나만의 속도를 찾고 싶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어제의 나와만 경쟁하며 천천히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테이퍼링과 카보로딩 같은 전략적 준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내 몸의 신호에 귀 기울이며 현명하게 달리는 것이 우선이다. 페이스 전략을 세울 때도 욕심부리지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너무 빠르게 나가다가 후반에 무너지는 것보다는,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며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더 맞을 것 같다.

​마라톤의 후반부에서 일어나는 신체적 변화는 마치 인생의 축소판 같다. 탄수화물이 고갈되고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몸은 무거워지고 정신은 흐려진다. 감정의 기복이 극에 달하고,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끊임없이 찾아온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 진정한 시험대다. 극한의 고통을 뚫고 목적지를 향해 달려갈 때, 우리는 내재된 의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고,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나는 이런 순간을 경험해보고 싶다. 단순히 운동으로서의 마라톤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바꾸는 계기로서의 마라톤을 말이다. 완주 후에 느끼게 될 자신감과 자존감은 일상의 모든 영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마라톤 완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42.195킬로미터를 완주한 후에 느끼게 될 성취감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어떤 어려움도 꾸준히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될 것이다. 달리기는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라는 말이 깊이 와닿는다. 매일 아침 달리기 위해 일어나는 순간부터, 훈련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 그리고 점진적으로 향상되는 체력을 느끼는 모든 순간들이 나를 조금씩 바꿔놓을 것이다. 더 규칙적인 생활, 더 건강한 식습관, 더 긍정적인 마음가짐. 마라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얻게 될 이런 변화들은 완주 이후에도 계속해서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마라톤을 위한 모든 것을 잘 설명해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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