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동산 투자, 기본으로 돌아가라
아이리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가 80억이라는 숫자를 내세우며 6채의 아파트 매입 성공담을 펼쳐놓을 때, 나는 오히려 그 이면의 공백에 시선이 갔다. 실패는 어디에 있었을까. 손실의 기록은 왜 보이지 않는가. 투자의 서사가 늘 상승 곡선만으로 그려지는 것은 아닐 텐데, 책은 그 부분을 의도적으로 생략한 듯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화려한 성과 자체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제목부터가 그렇다. '기본으로 돌아가라.' 이 말은 지금 이 순간, 부동산 시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조용한 경고처럼 들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예측 불가능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금리는 들쑥날쑥하고, 정책은 한순간에 뒤집히며, 공급 물량은 어디서 터질지 알 수 없다. 심리는 더욱 혼란스럽다. 누군가는 지금 사야 한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 사이에서 투자자들은 조급해지고, 불안해지며, 결국 잘못된 타이밍에 손을 뻗는다. 저자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더 벌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덜 잃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시장을 예측하려는 태도 자체를 경계하고, 예측에 의존하는 순간 무너지는 구조를 경고한다. 부동산 투자는 타이밍 게임이 아니라 구조를 이해하는 작업이라는 말은, 듣기에는 평범하지만 실천하기에는 어렵다. 상승장에서는 누구나 천재가 된다. 레버리지를 활용해 빠르게 자산을 불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안목을 과신한다. 하지만 하락장이 오면 그 자신감은 위험으로 바뀐다. 시장이 좋을 때는 실력과 운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은, 지금까지 나의 투자가 정말 실력에 의한 것이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혹시 나는 시장의 호황 속에서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은 아닐까. 기본의 유무가 드러나는 순간은 시장이 식었을 때다. 그때 비로소 누가 진짜 준비된 투자자였는지 알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기본을 점검하게 한다. 그리고 그 기본이 얼마나 피상적으로 소비되어 왔는지를 드러낸다.
입지, 수요, 공급, 가격. 이 단어들을 모르는 투자자는 없다. 하지만 정말로 이해하고 있는 투자자는 드물다. 입지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보통 교통, 학군, 개발 호재 같은 익숙한 키워드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 키워드가 있으면 좋은 입지라고 믿는다. 저자는 이 믿음을 흔든다. 입지는 고정된 조건이 아니라 변화하는 흐름이라는 설명은, 단순히 현재의 편리함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기능을 예측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 좋아 보이는 곳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곳인지를 보라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체크리스트 방식의 접근을 거부한다. 역세권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학군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가치가 오르는 것도 아니다. 그 이면의 맥락을 읽어야 한다. 수요에 대한 설명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흔히 수요를 숫자로만 판단한다. 인구가 많으면 수요가 많고, 인구가 적으면 수요가 적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거주 수요와 투자 수요는 다르게 움직인다. 투자 수요가 몰린 곳은 가격이 오르지만, 실거주 수요가 없으면 결국 공실로 이어진다. 가격의 상승이 실제 가치의 상승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착시에 빠진다. 저자는 이런 착시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반복해서 강조한다.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한 판단, 피상적인 이해, 그리고 기본을 안다고 착각하는 태도. 이것이 가장 위험하다.
실전으로 넘어가면 이야기는 더 냉정해진다. 레버리지는 상승기에는 미덕처럼 포장되지만, 하락기에는 가장 큰 리스크로 돌아온다. 대출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감당 가능한 범위를 스스로 정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안전 마진이라는 개념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가격이 떨어져도, 금리가 올라도, 공실이 생겨도, 정책이 바뀌어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못한 투자는 결국 무너진다. 시장의 작은 파도에도 쓰러지는 것이다. 이 말은 단순히 보수적으로 하자는 뜻이 아니다. 더 정확하게 보자는 뜻이다. 막연한 기대 대신 계산된 판단, 그리고 그 판단을 뒷받침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수익률을 계산할 때도 우리는 자주 실수한다. 매매 차익만 보고 보유 비용과 기회 비용을 무시한다. 1억을 투자해서 2억을 만들었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들어간 관리비, 세금, 대출 이자, 그리고 그 돈을 다른 곳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었던 수익을 빼면 실제 수익은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오류를 조목조목 짚어낸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숫자를 보는 사람은 자주 거짓말을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그래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책은 투자자의 태도에 집중한다. 시장보다 먼저 흔들리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주변의 성공 사례, 언론의 자극적인 기사, 단기 수익을 인증하는 이야기들이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특히 비교 심리는 치명적이다. 남보다 늦었다는 불안, 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기회를 놓칠 것 같은 두려움. 이 감정들이 잘못된 결정을 유도한다. 저자는 이 심리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기다림의 가치를 강조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실패가 아니라,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는 관점은 흔치 않다. 투자에서의 성공을 단기 성과가 아니라 생존으로 정의한다는 말도 인상적이다. 오래 살아남는 사람이 결국 기회를 잡는다. 이 말은 단순하지만 무겁다. 부동산 투자가 단순히 자산 증식의 수단이 아니라 자기 통제의 훈련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급함을 견디는 연습, 유혹을 거부하는 연습, 그리고 자신의 기준을 지키는 연습. 이것이 투자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화려한 기법을 기대하는 이에게는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새로운 전략이나 숨겨진 기회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이 흔들릴수록, 선택의 순간이 다가올수록 이 책에서 강조한 기본이 하나씩 떠오를 것이다. 무엇을 살 것인가보다 왜 사는가를 먼저 묻는 태도, 수익보다 리스크를 먼저 계산하는 습관, 그리고 남의 속도가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움직이는 자세. 이것이 이 책이 남기는 가장 큰 자산이다.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과거로 후퇴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흔들리지 않을 기준을 다시 세우자는 제안이다. 초보자에게는 방향을 잡아주고, 경험자에게는 스스로를 점검하는 체크리스트가 된다. 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정보를 얻는 일이 아니라, 그 정보를 걸러내는 기준을 갖는 일이다.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이 책이 강조한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변하지 않는 기준이 결국 투자금을 지켜준다. 월급만으로는 집을 살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투자해야 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그 투자의 출발점은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