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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스피치 마스터 : 실전편 - 상대를 압도하는 말의 메커니즘 ㅣ 골든 스피치 마스터
김양호.조동춘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 / 2026년 2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모두 말을 한다. 하지만 그 말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가, 행동을 이끌어내는가, 기억에 남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김양호님과 조동춘님이 함께 펴낸 <골든 스피치 마스터: 실전편>은 바로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책이다. 말을 내뱉는 행위가 아닌 '설계'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고, 청중과 상황에 맞춰 정교하게 조율하는 법을 알려준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스피치를 추상적 재능이 아닌 구체적 기술로 다룬다는 점이다. 프롤로그에서부터 저자는 단호하게 선언한다. "말의 기술은 노력으로 얻지만, 말의 용기는 선택으로 완성된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이다. 스피치는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훈련과 준비, 그리고 무대에 서겠다는 결단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실전편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 책은 우리 삶에서 마주치는 구체적인 순간들을 다룬다. 결혼식 축사, 수상 소감, 정년 퇴임사, 위촉장 수여식, 심지어 공식 사과문까지. 각각의 상황은 서로 다른 목적과 청중, 감정의 결을 가지고 있다. 저자들은 이 다양한 맥락 속에서 어떻게 말을 구조화하고 전달해야 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제시한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행사 스피치가 더 이상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는 통찰이다. 과거에는 누가 말하는지, 얼마나 짧은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말의 메시지와 진정성, 방향성이 행사 자체의 성격을 결정한다. 조직의 첫마디와 마지막 한마디가 그 조직의 철학과 문화를 드러내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는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을 넘어, 말을 통해 조직과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의미한다.
책의 핵심은 연설문 작성 7단계다. 상황 분석, 청중 파악, 주제 설정, 구조 설계, 단어 선택, 표현 강화, 리허설과 퇴고. 이 과정은 마치 건축가가 설계도를 그리듯 말을 짓는 과정이다. 상황 분석에서 시작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말은 진공 상태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맥락이 있고, 그 맥락 위에서만 의미를 가진다. 왜 이 말이 필요한가, 무엇을 해결하거나 전달해야 하는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중 파악 역시 마찬가지다. 누가 듣는가에 따라 같은 메시지도 다르게 전달되어야 한다. 연령대, 관심사, 기대치를 면밀히 살펴야 말이 공허한 메아리가 아닌 살아있는 대화가 된다. 주제 설정에서 강조하는 '하나의 등대' 개념도 설득력 있다. 연설문도 결국 글이고, 글에는 명확한 중심이 있어야 한다. 중언부언하는 순간 신뢰는 무너진다. 하나의 메시지를 정하고, 그것을 향해 모든 문장이 수렴하도록 만드는 것이 설계의 핵심이다. 구조 설계는 도입-본론-결론의 3단 구조를 기본으로 한다. 도입에서 흥미를 끌고, 본론에서 공감과 메시지를 전하며, 결론에서 행동을 촉구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구조 안에서 얼마나 정교하게 감정선을 조율하는가가 스피치의 성패를 가른다. 단어 선택에서는 품격이 강조된다. 같은 의미라도 어떤 단어를 쓰느냐에 따라 화자의 수준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실전편의 백미는 세계적 명연설 43인의 사례 분석이다. 마틴 루터 킹의 연설,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선언, 호세 무히카의 철학, 테레사 수녀의 언어까지. 이들의 말이 단순히 아름다운 문장의 나열이 아니라 치밀한 전략과 구조, 그리고 진정성의 결합임을 보여준다. 마틴 루터 킹이 1967년 고등학생들에게 한 연설은 특히 인상적이다. "만약 당신이 거리 청소부라면, 미켈란젤로가 그림을 그리듯 거리를 쓰십시오. 베토벤이 교향곡을 작곡하듯 거리를 쓰십시오." 이 문장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어떤 일이든 탁월함을 추구할 때 존엄이 생긴다는 메시지를 구체적 이미지로 각인시킨다. "날 수 없다면 뛰고, 뛸 수 없다면 걸으며, 걸을 수 없다면 기어서라도 가라"는 구절은 리듬감과 상승의 구조를 통해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전달한다. 시위 연설 분석도 흥미롭다. 거리에서의 스피치는 무대와 완전히 다르다. 조명도, 음향도, 좌석도 없다. 바람과 소음, 경찰과 행인이 있을 뿐이다. 그 속에서 군중의 심장박동을 하나의 리듬으로 묶어내야 한다. 베이다오의 시 「대답」이 아시아와 유럽, 미국의 시위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인용되는 이유를 저자들은 압축성, 상징성, 리듬감, 초국가성으로 설명한다. 짧지만 강렬하고, 각자의 경험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함께 외치기 쉽고, 국경을 넘어 공감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책이 제시하는 연설문 작성 7단계도, 43인의 명연설 분석도 결국 하나를 향한다. 무대에 서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저자들은 "영웅은 강해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견디기로 결심하는 순간 비로소 탄생한다"고 말한다. 말을 잘 못한다는 생각은 대부분 준비 부족에서 온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 어떻게 구조화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두렵다. 하지만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리허설하고, 퇴고한다면 그 두려움은 줄어든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안내하는 지도이자, 대장간이며, 훈련소다. 책은 우리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어떻게 언어로 완성할 것인가에 대한 실용적 철학서다. 정년을 맞이하는 사람에게, 상을 받는 사람에게, 조직을 대표해 말해야 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언젠가 자신의 생각을 공적 언어로 만들어야 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은 구체적인 답을 제시한다.
말은 그 사람의 수준이라는 문장이 있다. 우리가 어떤 단어를 선택하고, 어떤 구조로 생각을 펼치며, 어떤 태도로 청중을 대하는가는 단순히 스피치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됨의 표현이다. 이 책은 그 표현을 더 품격 있게, 더 진정성 있게, 더 효과적으로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나는 말을 잘 못해"라는 생각으로 수많은 기회를 놓쳤다면, 이제 그 문장을 바꿀 때다. "나는 말을 설계할 줄 안다"로. 이 책은 그 변화를 위한 가장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안내서 역할을 할 것 같다. 말의 대장간에서 문장을 벼리고, 논리를 구축하며, 언어의 칼날에 윤기를 더하는 법을 익힐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첫 페이지를 펼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