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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 - 만물의 평등에 관하여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9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과학자가 철학의 언어로 세상을 이야기할 때, 신비로움과 합리성의 경계에서 아름다운 울림을 만든다. 카를로 로벨리의 책을 읽으며 우리가 세상과 맺고 있는 관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로벨리가 말하는 관계적 양자역학의 핵심은 신선하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세상 즉, 고정된 속성을 가진 사물들로 이루어진 세상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자와 정신, 돌과 법칙, 판단과 은하계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며, 모든 것은 다른 것과의 관계 속에서만 그 의미를 갖는다. 이는 고대 동양철학의 상호의존성 개념과 만난다. 힌두교와 불교에서 말해온 "만물은 연결되어 있다" 는 가르침이 현대 물리학의 언어로 재탄생한 것처럼 느껴진다. 신비주의나 뉴에이지적 상상이 아닌, 입증 가능한 과학 이론으로 뒷받침한다. 이것이 바로 로벨리가. 다른 철학자들과 구별되는 이유이다.
우리의 사고방식에 대한 도전이 있다. 근대 이성주의는 모든 것의 기초, 궁극의 진리를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로벨리는 " 거북이가 거북이 위에 있고, 그 거북이도 거북이 위에 있고.." 라는 고전적 역설을 통해 이를 거부한다. 기초는 없다. 모든 사실은 다른 무언가에 상대적이며, 그 상대성 자체도 또 다른 상대성에 종속된다.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것이 우리를 해방한다. 우리가 모든 것을 설명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고, 우리의 관점이 유효함을 인청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세계가 사물이 아닌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깨달음은 우리의 존재론에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우리는 고정된 정체성을 가진 주체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다른 것과 상호작용하는 동적인 프로세 스타. 심지어 돌조차도 그렇다. 이는 불교의 무상(표)' 개념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세상에서 어디에 있는가? 로벨리의 답은 우리는 "가족 중 하나"이며, 세상은 우리의 혈족"이다. 우리가 서 있는 위치는 세상밖이 아니라 그 한복판이다.
로벨리가 강조하는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우리의 지식은 항상 부분적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겸손함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해방의 문제이기도 하다. 완전한 이햬를 향한 무한한 추구가 아니라, 우리의 관점에서 세상을 설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근대 이성주의의 과신 즉, 확실성, 직선성, 이성에 대한 목적 신뢰에 거리를 두고, 로벨리는 "원형의 민첩함, 복잡성, 모호성, 은유, 감정, 불확실성과 변화의 수용"을 제안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필요로 하는 사고방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정복해야 할 대상도, 이해해야 할 객체도 아니다. 우리는 이미 그 안에 있고, 그것의 일부이며, 그것과 춤을 추고 있다. 로벨리의 물리학은 신비로운 아름 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 진리를 과학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확실성의 추구가 아니라, 이 관계성의 네트워크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인정하고 그 친족 관계를 존중하는 것이 다. 지구도, 우주도, 그리고 우리 자신도 모두 같은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형제이며 자매인 컷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