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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 타고난 성향인가, 학습된 이념인가
존 R. 히빙.케빈 B. 스미스.존 R. 알포드 지음, 김광수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4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진보와 보수의 예리한 갈등으로 혼란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즉, 한국 사회는 진보와 보수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이슈가 얽혀 있는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대립은 이념의 차이를 넘어, 개인의 가치관과 정체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사회 전반에 걸쳐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최근의 탄핵과 과련된 과정에서 나타난 극단적인 정치적 분열은 국민의 의견을 두 갈래로 나누어 놓았고, 이는 사회적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었다. 또한, 경제적 불평등, 젠더 문제, 환경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서도 진보와 보수 간의 대립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집단 간의 대화를 촉진하고, 사회적 통합을 이룰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번에 이러한 정치 성향에 대해 깊이있게 분석한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정치 성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였다.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 갈등,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알아보고자 한다.
정치 성향이 결정되는 방식에 대한 논쟁은 오랫동안 환경적 요인과 사회적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는 관점이 우세했다. 즉, 한 사람이 자라온 가정 환경, 교육 수준, 경제적 배경 등이 그의 정치적 입장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생물학적 요인이 정치 성향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는 연구들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전통적인 인식에 도전하는 새로운 시각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정치 성향이 선천적인 성격 특성과 깊은 연관이 있으며, 심지어 유전적 요인에 의해 상당 부분 결정된다는 주장은 기존의 사회적 결정론과 대비되는 중요한 논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면, 개인의 정치적 입장이 단순히 시대적, 환경적 산물이 아니라, 본능적이고 생리적인 기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 성향의 유전적 기원을 탐구하는 연구들은 다양한 실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를 비교한 연구에서, 일란성 쌍둥이의 정치 성향이 이란성 쌍둥이보다 훨씬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점은 유전적 요인이 정치적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정치 성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성격 특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심리학에서 흔히 사용되는 빅 파이브(Big Five) 성격 특성을 기준으로 보면, 개방성과 성실성이 정치적 태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개방성이 높은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과 변화를 수용하는 성향이 강하며, 이는 진보적인 정치 성향과 연결된다. 반면, 성실성이 높은 사람들은 규칙과 질서를 중시하며, 기존의 사회 구조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여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성격 특성은 환경적 요소로만 인해 형성된 것이 아니라 유전적 요소와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생물학적 연구의 핵심 주장이다.
한편, 생리학적 연구들도 정치 성향과 생물학적 요인의 연관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혐오하는 경향이 있으며, 공포와 관련된 신경 반응이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정한 위협적인 이미지(예: 전쟁 장면, 폭력적인 사건 등)에 대한 생리적 반응을 측정했을 때,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더 강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와 자극에 보다 개방적이며,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크다. 이는 결국 정치적 견해가 단순한 이념적 선택이 아니라, 신경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 많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정치적 양극화 역시 이러한 생물학적 요인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흔히 한국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기준은 경제적 이슈, 역사적 경험, 세대 차이 등이 중심이 되어왔다. 부동산 소유 여부에 따라 정치 성향이 갈리는 경향이 있으며, 노년층일수록 보수적이고 젊은 층일수록 진보적인 성향을 띠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이 시대적 경험과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지, 혹은 더 근본적인 성격적, 유전적 요인에서 기인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마르크스주의적 이념이 정치 성향을 규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진보적이고, 부르주아 계급은 보수적이라는 공식이 여전히 유효한 부분이 있지만, 오늘날 현실 정치에서는 그 구분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 이를테면, 경제적 지위가 변화하면서 정치 성향이 바뀌는 현상이 관찰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조차도 환경적 요인뿐만 아니라, 개인이 가진 성향과 성격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논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서로의 입장을 설득하려는 끝없는 시도이다. 하지만 만약 정치 성향이 근본적으로 생물학적, 심리적 특성에서 기인한다면, 이러한 설득 시도는 근본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잘못된 정보'나 '편향된 사고' 때문이 아니라, 근본적인 성향 차이로 인해 다른 견해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서로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성향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진보적인 성향의 사람들에게 변화와 개혁을 강요하지 않고,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안정과 질서를 중요시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화해의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협력을 증진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결국, 정치 성향이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의 복합적 결과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불필요한 대립을 줄이고 보다 생산적인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가 지나친 이념적 대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