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적의 피아니스트 교육법 - 세계 3대 콩쿠르 우승자는 어떻게 피아노를 배웠는가
카와카미 마사히로 지음, 김소영 옮김 / 현익출판 / 2025년 7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 조용한 오후, 한 권의 책이 내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기적의 피아니스트 교육법>이라는 제목 뒤에 숨겨진 이야기는 음악 교육을 넘어선 인생의 철학이었다. 시각 장애를 가진 피아니스트 츠지이 노부유키가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기까지의 여정. 그리고 그를 12년간 지도한 스승 카와카미 마사히로의 헌신적인 교육 철학. 이들의 이야기는 음악을 넘어 삶 자체에 대한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악보를 가지고 살아간다. 때로는 음표들이 선명하게 보이고, 때로는 흐릿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악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선율로 연주해내느냐이다. 노부유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말한다. 장애는 한계가 아니라 다른 방식의 가능성이라고 다시한번 이야기 한다.카와카미 마사히로 교수의 교육법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학생의 개성을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체계적으로 지도했다는 점이다. 그는 노부유키를 위해 악보의 모든 음표와 기호를 일일이 녹음했다. 단순히 멜로디만 들려준 것이 아니라, 음악적 뉘앙스와 해석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가이드를 만들어준 것이다. 이런 스승의 모습에서 우리는 진정한 교육자의 자세를 배운다. 가르침이란 자신의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방법을 찾아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다. 마사히로 교수는 노부유키의 시각 장애를 극복해야 할 결함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청각적 감수성을 더욱 예민하게 발달시킬 수 있는 특별한 조건으로 받아들였다. 우리 삶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때로는 우리 자신이 스승이 되어야 하고, 때로는 다른 이에게 스승이 되어야 한다. 그럴 때 기억해야 할 것은 각자의 속도와 방식을 존중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방법으로 배우지 않으며, 같은 속도로 성장하지도 않는다.노부유키의 성공 뒤에는 헌신적인 어머니가 있었다. 그녀는 아들의 모든 레슨에 참여하며 필기를 하고, 연주를 녹음해서 함께 피드백했다. 아들의 음악적 여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것이다. 이런 모습에서 우리는 진정한 지지의 의미를 깨닫는다. 사랑한다는 것은 때로는 함께 고민하고,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노부유키의 어머니는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들의 꿈을 이해하려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도 함께 성장했다. 우리 모두에게는 지지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때로는 가족이고, 때로는 친구이며, 때로는 우연히 만난 인생의 동반자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이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꿈을 함께 꾸고, 그들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이 되는 것 말이다.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 중 하나는 "창조성은 제로에서 시작되지 않는다"는 표현이었다. 진정한 창조는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상태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다. 충분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끊임없는 탐구가 축적되었을 때 비로소 개성 있는 표현이 가능해진다. 이는 음악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진리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해결책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꾸준한 학습과 경험의 축적, 그리고 기존의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노부유키가 카푸스틴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이다. 클래식의 기초를 탄탄히 쌓았기 때문에 재즈적 요소가 가미된 현대 작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기초가 없었다면 창조적 해석도 불가능했을 것이다.마사히로 교수가 유럽의 콘서트홀에서 경험한 울림의 차이는 매우 상징적이다. 일본에서만 연주하며 길러진 귀로는 유럽 홀의 풍부한 잔향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환경이 바뀌면서 그의 청각적 감수성도 달라진 것이다. 이는 우리 인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익숙한 환경에서만 머물러 있으면 우리의 감각도 그 범위에 머물게 된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도전이 우리의 감수성을 확장시킨다. 때로는 불편하고 어색할 수 있지만, 그런 경험들이 결국 우리를 더 풍부한 사람으로 만든다. 노부유키 역시 다양한 무대에서 연주하며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찾아갔을 것이다. 각각의 홀이 주는 다른 울림을 통해 같은 곡이라도 새로운 표현을 발견했을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의 다른 면들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다....성공한 예술가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꾸준함이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성취는 없다. 매일매일의 작은 노력들이 쌓여 큰 결과를 만들어낸다. 마사히로 교수가 카푸스틴의 전곡을 연구하기 위해 러시아어까지 공부한 것처럼, 진정한 전문가는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를 유지한다. 이런 꾸준함은 반복과는 다르다. 매번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는 호기심과 더 나아지려는 의지가 함께해야 한다. 노부유키가 매일 연습하면서도 지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삶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무엇을 하든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작은 발전에도 기뻐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결과만을 쫓다 보면 과정의 소중함을 놓치게 된다. 하지만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다면, 그 여정은 결과보다도 더 값진 것이 된다.음악은 정답이 없는 예술이다. 같은 곡이라도 연주자에 따라 전혀 다른 감동을 준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남들과 비교할 필요 없이, 우리만의 방식으로 아름다운 인생이라는 곡을 연주해나가면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꿈을 향해 건반을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연주가 세상에 아름다운 울림을 더하듯,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자. 그것이야말로 노부유키와 그의 스승이 우리에게 들려준 가장 아름다운 선율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조용히, 때로는 열정적으로. 우리만의 템포로, 우리만의 색깔로 인생이라는 곡을 연주해나가자. 그 연주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바로 우리가 세상에 선사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