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찌지 않는 몸 - 평생 가볍게 살아가는 4주 대사 회복 프로젝트
우창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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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잠깐 망설인다. 아주 잠깐, 0.5초쯤. 그리고 손은 이미 원하던 것을 집고 있다. 그게 내 오랜 패턴이었다. 다이어트를 처음 결심한 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마 고등학교 시절쯤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수십 번의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수십 번을 포기했으며, 매번 더 자책하는 마음만 키워왔다. 의지가 약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충동적인 성격 때문이라고 단정 지었다. 먹으면서 자책하고, 자책하면서 또 먹는 이상한 루프를 나는 그냥 '내 성격 문제'로 여기고 살았다. 그런데 살찌지 않는 몸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이 물음이 생겼다. 정말 내 의지가 문제였을까?


책은 첫 장부터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살찐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라고.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이상하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위로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억울하기도 했다. 나는 그 말이 너무 듣고 싶어서 오래 기다려온 것 같았으니까. 사실 나는 먹는 것에 의미를 붙이는 사람이다. 힘든 하루를 보냈을 때, 기쁜 일이 생겼을 때,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허전할 때, 음식은 언제나 가장 손쉬운 답이었다. 특히 스트레스가 쌓이는 날이면 작업실 한켠에 놓인 달달한 커피 한 캔은 일종의 신호탄이었다. 이것 하나로 오늘의 고단함을 닫을 수 있다는 착각. 그게 반복되면서 나는 음식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책은 이 현상을 대사의 언어로 설명한다. 혈당이 자주 오르내리면 뇌는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고, 식사는 배고픔에 대한 반응이 아닌 보상의 수단으로 바뀐다고. 그렇다면 내가 끊지 못한 건 의지력 부족이 아니라, 이미 그렇게 작동하도록 재설정된 몸의 문제였다는 이야기다. 이 사실이 나를 편하게 해주는 동시에, 무섭게 만들었다.


나의 작업실은 먹기 좋은 환경으로 최적화되어 있다. 서랍 속 간식, 책상 위 커피, 밤늦게 작업하다 켜는 배달 앱. 의식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뭔가를 입에 달고 살 수 있는 구조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그 환경을 굳이 바꾸려 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조심하면 되지'라는 안일함으로. 그런데 헨리 딤블비가 말한 것처럼, 개인의 의지는 애초에 이 환경과 싸워 이기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정크푸드 산업은 수십 년의 연구와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사람들이 멈추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영국 성인 셋 중 하나가 비만이라는 통계, 한국도 다르지 않다. 개인이 매일 그 시스템을 상대로 의지력 싸움을 벌이는 건 처음부터 공정하지 않은 게임이다. 나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왜냐하면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내 실패가 나의 잘못이 아니게 되어버리니까. 역설적으로, 실패를 온전히 내 탓으로 돌리는 게 더 편할 때가 있다. 그쪽이 통제감을 주기 때문이다. 내가 못난 것이라면, 내가 잘 하면 되는 것이니까. 그러나 사실은 그게 더 위험한 착각이다. 스스로를 벌하는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다이어트에 실패할 때마다 '이번엔 진짜'를 외치고 더 혹독하게 굶으며 더 빨리 포기하는 악순환. 나는 그걸 너무 많이 반복했다. 의지는 소모되는 자원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유혹에 저항하면서 쓰고 나면, 밤이 되면 남아있지 않다. 문제는 그 의지를 계속 써야만 유지되는 구조 속에 나를 밀어 넣고 있었다는 것이다. 구조가 잘못된 거였다. 나의 의지력이 아니라.


위고비, 마운자로. 이름이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주사 한 방이면 식욕이 줄고, 저절로 살이 빠진다는 이야기들. 솔직히 말하면,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평생 이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쉬운 방법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책은 이 부분에서 냉정하게 말한다. 약이 만들어주는 식욕 감소를 제대로 된 생활 변화 없이 그냥 굶기로 소진하면, 결국 근육을 잃고 요요만 남는다고. GLP-1 계열 약물이 열어준 가능성은 분명히 있지만, 그것이 마법은 아니다. 약은 도구이고,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가 결과를 결정한다. 책에서 제시하는 3M 즉 식사, 활동, 마음 관리라는 세 축은 사실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잘 먹고, 잘 움직이고, 마음을 잘 돌봐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안다. 문제는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의지로, 처음부터 완벽하게 해내려 한다는 것이다. 책이 말하는 핵심은 다르다. 지금 가장 무너진 축이 어디인지 진단하고, 거기서부터 시작하라는 것이다. 나에게는 마음 관리가 가장 먼저였다.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먹는 것으로 감정을 처리하는 습관이 문제였으니까. 식후에 10분 산책하는 것, 천천히 먹는 것, 수면 전 스마트폰을 줄이는 것. 거창한 변화가 아니다. 이미 있는 생활의 리듬에 아주 작은 것을 연결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한 번 빠져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이 책에서 가장 붙잡고 싶었던 문장이다. 습관은 완벽하게 지켜야 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돌아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비만은 게으름의 결과가 아니라 질병이다. 세계보건기구도 그렇게 분류하고 있고, 대사와 호르몬의 언어로 설명하면 내 몸이 왜 이렇게 작동해왔는지 이해가 된다. 이해가 된다는 것은 용서의 시작이기도 하다. 나를 향한 오래된 비난을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살찌지 않는 몸을 만들겠다는 목표보다, 살찌기 어려운 방향으로 일상을 설계하겠다는 것. 의지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구조가 나를 돕도록 바꾸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책을 덮고 나서 생각한 것이다. 아직도 작업실에 달달한 커피가 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더 천천히 마셨다. 그게 지금 나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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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6-04-14 0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생활의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말에 크게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