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달은 것은 '해석'의 중요성이었다. 같은 유물이라도 누가,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 발해의 이두 문자, 심지어 버뮤다 삼각지대의 미스터리까지, 모든 것이 해석의 문제였다. 이는 역사 연구에서 다양한 관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서구 중심의 역사관,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사, 한국 중심의 국사 등 각각의 프레임은 나름의 유용성을 갖지만, 동시에 한계도 분명하다. 여러 시각을 교차하고 비교할 때 비로소 역사의 입체적 모습이 드러난다는 저자들의 주장에 깊이 공감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독자를 시간 여행자로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나일강 범람에 맞춰 살아가던 고대 이집트인의 일상, 파도의 파장만으로 항해했던 고대 항해사들의 놀라운 기술, 1천 년 넘게 땅속에 묻혀있다가 우연히 발견된 백제금동대향로의 운명 등을 읽으면서, 나는 정말로 그 시대를 직접 경험하는 듯한 생생함을 느꼈다. 특히 고려인과의 대화를 통해 언어의 변화를 설명한 부분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어떻게 문화를 변화시키는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던 고려인의 말이, 맥락과 상황을 통해 조금씩 의미가 통하게 되는 과정은, 과거와 현재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역사 연구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