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보다 2 - 역사의 변곡점을 수놓은 재밌고 놀라운 순간들 역사를 보다 2
박현도 외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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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역사를 보다2>. 두번쨰 작품을 바로 읽어보았다. 책장을 넘기는 손끝에서 느껴지는 것은 지식의 습득만이 아니었다. 마치 시간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은 탐정이 된 기분이었다. 각 장을 읽어갈 때마다, 나는 과거의 증인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미래의 고고학자가 되기도 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사학자들을 '기록 탐정'에 비유한 대목이었다. 그들이 파편화된 자료들을 모아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은, 마치 범죄 현장에서 단서를 수집하는 수사관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이들이 추적하는 '범인'은 이미 수백, 수천 년 전에 사라진 시간 그 자체라는 점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그런 탐정이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바퀴벌레를 위협적으로 그린 이유, 젓가락이 나라마다 다른 모양을 갖게 된 배경, 몽골이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 등을 추리해 나가는 과정이 스릴러 소설을 읽는 것만큼이나 흥미진진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세계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일찍부터, 더 깊게 연결되어 있었다는 발견이었다. 지중해를 둘러싼 고대 문명들의 교류, 실크로드를 통한 기술과 문화의 전파, 심지어 한반도와 중앙아시아를 잇는 숨겨진 고리들까지...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나라의 제지술이 탈라스 전투를 통해 이슬람 세계로 전해졌을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단순히 중국의 기술이 서쪽으로 전해진 것이 아니라, 고구려의 '만지' 기술이 그 과정에 관여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은, 우리가 세계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런 연결고리들을 발견할 때마다, 나는 마치 거대한 퍼즐의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지는 쾌감을 느꼈다. 우리가 배운 역사는 종종 각 지역을 독립된 섬처럼 다뤘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실들로 연결된 거대한 그물망이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 중 하나는 종교와 역사의 관계를 다룬 장이었다. 종교가 신앙의 영역이 아니라, 권력과 정치, 경제가 복잡하게 얽힌 사회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성유물의 제작과 유통에 관한 이야기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겼다. 중세 시대에 대량으로 만들어진 가짜 성유물들, 그리고 그것을 통해 권력과 부를 축적하려 했던 사람들의 모습은, 현대의 가짜뉴스나 허위 정보 유통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종교사를 공부하는 학자들을 '종교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부분에서는 쓴웃음이 나왔다. 신앙과 학문의 긴장 관계, 믿음과 비판적 사고 사이의 간극은 종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보편적 딜레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달은 것은 '해석'의 중요성이었다. 같은 유물이라도 누가,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 발해의 이두 문자, 심지어 버뮤다 삼각지대의 미스터리까지, 모든 것이 해석의 문제였다. 이는 역사 연구에서 다양한 관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서구 중심의 역사관,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사, 한국 중심의 국사 등 각각의 프레임은 나름의 유용성을 갖지만, 동시에 한계도 분명하다. 여러 시각을 교차하고 비교할 때 비로소 역사의 입체적 모습이 드러난다는 저자들의 주장에 깊이 공감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독자를 시간 여행자로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나일강 범람에 맞춰 살아가던 고대 이집트인의 일상, 파도의 파장만으로 항해했던 고대 항해사들의 놀라운 기술, 1천 년 넘게 땅속에 묻혀있다가 우연히 발견된 백제금동대향로의 운명 등을 읽으면서, 나는 정말로 그 시대를 직접 경험하는 듯한 생생함을 느꼈다. 특히 고려인과의 대화를 통해 언어의 변화를 설명한 부분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어떻게 문화를 변화시키는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던 고려인의 말이, 맥락과 상황을 통해 조금씩 의미가 통하게 되는 과정은, 과거와 현재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역사 연구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역사책을 읽다 보면 보통 큰 전쟁이나 위대한 인물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는데, 이 책은 오히려 작고 사소해 보이는 것들에서 역사의 진실을 찾아낸다. 한 장의 종이가 만들어지는 과정, 젓가락의 재질이 결정되는 배경, 심지어 고양이가 사랑받는 이유까지도 모두 깊은 역사적 맥락을 품고 있었다. 이런 '작은 역사'들을 읽으면서, 나는 역사란 거창한 사건들의 나열이 아니라 무수한 일상의 축적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파피루스를 만들기 위해 나일강변의 사초류를 채집했던 고대 이집트인들, 양가죽을 정성스럽게 가공해 양피지를 만들었던 중세 유럽인들, 그들 하나하나의 작은 노동이 모여 인류 문명의 큰 흐름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에게 몽골은 그저 '무시무시한 침입자'였고, 이슬람은 '먼 나라의 종교'였으며, 고대 이집트는 '미스터리한 피라미드의 나라'였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이런 단편적 이미지들이 하나씩 해체되고, 그 자리에 훨씬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모습들이 들어섰다. 몽골의 침입이 단순한 파괴만이 아니라 문화와 기술의 전파 통로였다는 점, 이슬람 문명이 그리스 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킨 주역이었다는 점, 고대 이집트가 사막이 아닌 나일강변에서 꽃핀 문명이었다는 점 등을 알게 되면서, 내가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갖고 있었는지를 반성하게 되었다. 현재 우리가 다른 문화와 민족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비슷한 편견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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